[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나는 범재를 보며 자주 후회했고, 후회는 범재를 향한 죄책감으로 변해갔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정진영 지음
9. 이 소설 가장 읽기 힘들었습니다. 안스럽고, 답답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주고 싶은 동정심도 발동하고요. 이런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들 때문에 '더글로리' 같은 드라마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사적복수를 찬성하지 않지만, 공적응징이 요원할땐 한번씩 나쁜놈은 대체 언제 벌받나 싶은 생각이 드니까요.
10. 저는...범재보다는 나에 가까운것 같아요. 나쁜일을 빨리 털고, 더 잘사는게 복수하는거다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니까. 그래도..범재의 인생은 훌훌 털고 일어나라고 하기엔 처음부터 너무 꼬였죠. 아아 안스러워.
이 과정에서 옳고 그름이란 없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고 피곤한 일이니 말이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네버 엔딩 스토리> 22%, 정진영 지음
법이란 게 말이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나쁜 놈만 벌을 줘야 하잖아. 형도 그렇게 생각하지?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네버 엔딩 스토리> 28%, 정진영 지음
불꽃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의 운명과 다름없는 미래였다. 범재 옆에 머물러 있는 한, 내게 다가올 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네버 엔딩 스토리> 29%, 정진영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불금 잘 보내셨나요? 오늘(16일)부터 18일까지 3일 동안은 「숨바꼭질」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고래고래 대표님도 말씀해주셨지만 서평 기사에서 「징검다리」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작품입니다. 저희들도 할 이야기가 엄청 많겠죠? 11. 「숨바꼭질」을 읽으면서 한 생각이나, 정진영 작가님께 묻고 싶은 질문, 혹은 인상 깊었던 소설 속 문장을 적어주세요.
내가 머물렀던 공간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나는 이번 숨바꼭질에서 이긴 걸까, 진 걸까. 이 숨바꼭질에 끝이 있긴 있는 걸까.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정진영 지음
11.<숨바꼭질>은 서평 기사에 많이 언급되었던 이유도 우리의 삶과 많이 맞닿아 있어서였을 거 같습니다. 작가님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했다니 그 때 힘드셨겠다 싶습니다. 보통 아파트는 크게 신경 쓸 부분이 많지 않은데 이 소설에 나오는 근린생활시설 형태의 건물은 일반인은 알아보기 쉽지 않을거 같습니다. 이 작품 속 임대인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증금 반환도 제대로 못해줄거면서 도대체 전세금은 왜 이렇게 올려대는 건지!! 그리고 분명히 새 아파트 계약때 잔금을 입금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모른 체 하다니!! 보증금 반환이 힘들면 힘들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해야지.. 저라면 스트레스에 병원 입원각입니다. 이 와중에도 임대인분과 팽팽한 기싸움이 가능하신 작가님이 대단하다 여겨지는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아래층 세입자분도 살짝 스릴러물 보는 듯하구...마지막에 작가님은 그냥 순순히 물러나셨나요??? 전세는 반지하처럼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부동산 형태라고 들었던거 같습니다. 예전처럼 금리가 낮을 때는 그래도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그래도 도움되는 임차 형태였다고 생각되는데요. 요즘은 금리도 높고 인식도 좋지 않아(전세사기등) 전세 형태의 집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예전 뉴스에서 선진국들의 주거형태는 월세라고 나온 적이 있는데요. 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100만원 이상의 월세를 내야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건 옛날 소작인의 고단한 삶과 다르지 않지 않을까 싶네요.(전세는 2년이라는 계약기간이라도 있는데 월세는 2-3달만 밀려도 쫓아낸다는 독촉을 들어야 할테니까요. ) 전세 사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뉴스에서 시시때때 방영할게 아니라 차후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월세로 전환되었을 경우 사람들에게 더 힘들어질 수 있는 주거형태를 경계 해야 하는 논의가 더 진지하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에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내용이 그때 상황과 거의 같습니다. 제가 협조 안 하니까 제 아랫층 원룸을 보고 계약했고, 보증금까지 저한테 바로 입금해버리더라고요. 그러니 더 대응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물러났죠.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가 맞습니다. 전세가 사실상 금융상품 같은 역할을 했거든요. 80년대만 해도 이자를 1년에 20%씩 주는 은행예금이 많았잖아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전세보증금을 받은 집주인이 은행에 그 돈을 맡겨 굴리는 게 꽤 이득인 시대였거든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이다 보니 독일에서 민법을 전공해 박사를 받아온 분들 상당수가 우리나라 전세를 주제로 논문을 썼어요. 독일에서 보면 신기한 제도여서요. 그런데 이젠 전세로 목돈을 받는 것보다 월세나 반전세가 훨씬 이득인 시대이니 전세는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추세죠.
전세라는 제도가 예전 제부모님 세대만 해도 내집을 마련하기 전단계라고 할까요? 월세처럼 돈이 공중으로 사라지지 않고 저축의 개념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엔 전세사기를 포함해서 워낙 사건사고가 많으니 저게 여전히 좋은 제도/풍습/문화인지 의문이 종종 들지만, 월세가 아니면 자가인 외국의 거주 형태를 생각하면 외국인들이 여전히 신기해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인것 같긴 해요. 참고로, 미국에선 아파트라고 하면 보통 월세집이에요. 그게 보통 지역차이는 있지만 고층이 아니라 2-5층 정도의 건물이고요. 만약 다세대 건물인데 자가로 갖고 있으면 콘도미니엄이라고 부릅니다. 유럽에서 살다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왜 지인이나 친구들이 2층짜리 빌라같은 건물에 살면서 아파트라고 부르지? 하며 신기/궁금해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
한참 심각하게 읽다가 '내포신도시'를 '내포신포시'라고 잘못 달았던 지점에서는 기습적으로 웃음이 터지고 말았네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건 또 무슨 난리람, 싶었어요. 주인공 삶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거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했고요. 건물주가 계약 만료일에도 지금 내놓은 조건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전에는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부분에서 식은땀이 흘렀어요. 내년에 저에게 닥칠 일 같아서요. 법대로 하라며 더는 연락을 받지 않는 안하무인같은 태도에 화가 나기도 했고요 (@꿀돼지 근데 작가님, 저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화가 나있는 것 같습니다. 기분 탓이겠죠?).
제가 당시에 느꼈던 분노를 읽는 분도 고스란히 느끼길 바랐는데, 그 의도가 통해서 기쁩니다. 독자의 화를 불러일으키고 기뻐하다니. 역시 저는 선량한 놈은 못 되나 봅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웃으면서 "법대로 해보라"니... '내포신포시'는 실제로 제가 편집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저질렀던 비슷한 실수를 각색한 겁니다. 그때 정말 아찔했습니다. 돌아보면 웃기는 일이지만, 그땐 시말서까지 쓰는 등 낭패를 많이 봤죠.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운 건, 소설이지만 실은 작가님이 다 겪으셨던 일이라는 점이에요. (인생 몇 회차?) 흔히 그런 말을 하잖아요. 예술하는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그 삶을 바탕으로 예술적 감각이 쏟아져 나온다고? 그런 의미에서 독자의 화를 불러일으키셨지만(ㅋ) 저 또한 읽으며 고통스럽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고,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어 씁쓸해지기도 하고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읽을 단편들도 기대하고 있고요) 근데 오탈자는 기자시절에 비슷한 실수를 했던 경험을 각색하신 것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저도 사회초년생 때 0하나 더 붙였다가 난리 났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웃지만 그때는 하... 제발 이 상황이 다 꿈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눈을 질끈 감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확인하면서도 소름이 쫙쫙! 같은 팀 대리님도 저를 혼내려고 회의실로 불러서 말씀하시다가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그저 웃으셨다죠. 차마 함께 웃지는 못했습니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어서요. 소설로 '지금' '여기'를 쓰고 싶다는 욕망도 강하기도 하고요. 가끔 제가 소설을 몸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오는 5월에 자전거를 주제로 다룬 새 장편소설이 나오는데, 그걸 쓰려고 4년 넘게 전국의 모든 자전거길을 다녔거든요. 덕분에 목에 국토종주 인증메달, 4대강 종주 인증메달, 그랜드슬램 인증메달이 차례로 걸렸습니다. 저는 몸으로 글을 쓰는 게 좋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선봤던 사람이 자기 체력 자랑하느라 자전거로 명박이가 깔아준 4대강 도로를 통해 국토종주했다고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절로 생각나네요. 배우분과 사시는 분이셔서 역시 메소드가 몸에 익으신 걸까요 ㅎㅎ
처음 국토종주 코스 완주를 했을 때 만날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그 분도 자기가 자랑스러우셔서 그랬을 겁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 메소드는 아무나 하나요. 저는 그냥 직접 경험하고, 직접 못하면 취재로 간접경험하고, 그렇게 겨우겨우 씁니다.
소설을 몸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다니 놀랍네요. 정직한 노력의 결과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장편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해 4년 넘게 전국의 모든 자전거길을 다니셨다니! 이 또한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작가님의 과거와 현재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네요. 마지막 문장은 이미 온몸으로 실천하고 계신 것 같고요. 5월에 출간되는 작가님의 소설,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자전거길에서 정말 온갖 돌발상황이 벌어지거든요. 지나고 보니까 그걸 알지 못하면 도저히 소설을 못 쓰겠더라고요. 자전거를 잘 모르는 분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잘 아는 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자전거 여행, 정말 즐거운 일이거든요. 그 재미를 독자에게 소설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오오오!! 저는 젊은 시절에 자전거로 제주도 한바퀴 돈 이력이 있습니다! 은근히 재밌고 힘들었어요.(?) 다음에 제주도를 찾는다면... 기필코 렌트카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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