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어서요. 소설로 '지금' '여기'를 쓰고 싶다는 욕망도 강하기도 하고요. 가끔 제가 소설을 몸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오는 5월에 자전거를 주제로 다룬 새 장편소설이 나오는데, 그걸 쓰려고 4년 넘게 전국의 모든 자전거길을 다녔거든요. 덕분에 목에 국토종주 인증메달, 4대강 종주 인증메달, 그랜드슬램 인증메달이 차례로 걸렸습니다. 저는 몸으로 글을 쓰는 게 좋습니다.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꿀돼지

느려터진달팽이
코로나 이전에; 선봤던 사람이 자기 체력 자랑하느라 자전거로 명박이가 깔아준 4대강 도로를 통해 국토종주했다고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절로 생각나네요. 배우분과 사시는 분이셔서 역시 메소드가 몸에 익으신 걸까요 ㅎㅎ

꿀돼지
처음 국토종주 코스 완주를 했을 때 만날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그 분도 자기가 자랑스러우셔서 그랬을 겁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 메소드는 아무나 하나요. 저는 그냥 직접 경험하고, 직접 못하면 취재로 간접경험하고, 그렇게 겨우겨우 씁니다.

연해
소설을 몸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다니 놀랍네요. 정직한 노력의 결과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장편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해 4년 넘게 전국의 모든 자전거길을 다니셨다니! 이 또한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작가님의 과거와 현재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네요. 마지막 문장은 이미 온몸으로 실천하고 계신 것 같고요.
5월에 출간되는 작가님의 소설,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꿀돼지
자전거길에서 정말 온갖 돌발상황이 벌어지거든요. 지나고 보니까 그걸 알지 못하면 도저히 소설을 못 쓰겠더라고요. 자전거를 잘 모르는 분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잘 아는 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자전거 여행, 정말 즐거운 일이거든요. 그 재미를 독자에게 소설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푸른태양
오오오!! 저는 젊은 시절에 자전거로 제주도 한바퀴 돈 이력이 있습니다! 은근히 재밌고 힘들었어요.(?)
다음에 제주도를 찾는다면... 기필코 렌트카를...(?)..........ㅎㅎㅎ

꿀돼지
기승전렌트카 ㅎ 제주 여행은 역시 렌트카로 다니는 게 최고죠. 인정합니다 😜

임쿨쿨
꿀돼지님 새삼 대단하십니다. 저도 글 써야지 하고 그때 그 시절 꼭지 돌게 화나고 억울했던 일들 카톡 고스란히 저장했다가 최근에 발견하고 너무너무 화가나서 그냥 삭제했어요. ㅋㅋ 전 안 되겠어요 ㅋㅋ

장맥주
저는 그 부분에서 식은땀이 죽 흘렀어요. 기자 입장에서는 진짜 어떤 호러 소설 속 장면보다도 무서운 대목이에요. ^^

로미
읽으면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룸을 엉망으로 하고 잠수한 세입자,
잔금 늦어진다고 계약금만 받아간 건물주, 버티다가 결국 새로운 세입자를 통해 보증금 송금한 건물주, 일주일 안에 방 비워달라는 새로운 세입자, 302호 여자, 그리고 '나'라는 인물도 와이파이를 몰래 쓰고 집에서 끝까지 버티려 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이 참 무서운 존재구나 느꼈어요.
'나'의 관점에서 쓰인 이야기니 어찌보면 '나'가 제일 피해자 같지만 누구의 관점에서 쓰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생각이 복잡하면 일단 처음으로 돌아가. 그리고 할 수있는 일을 해. 우리처럼 별 재주가 없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게 최선이야."p136.
제목도 참 찰떡이라 더 와 닿아요. 작가님이 제목을 숨바꼭질로 하기로 생각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야기를 쓰시기 전부터 정하셨나요, 아님 쓰시며 정하셨나요?

꿀돼지
처음부터 제목을 정하고 이 소설을 썼습니다. 제가 당시 전세보증금 반환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을 때 느낀 기분이 숨바꼭질의 술래가 된 기분이었거든요. 등기부 상 건물주는 건물주의 딸인데 한국에 없고, 실질적인 소유자인 건물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부동산 중개인 뒤에 숨고, 중개인은 자기는 책임 없다며 나몰라라하고.
저는 늘 제목과 마지막 장면을 정하고 소설을 씁니다. 도입부나 첫 문장을 어떻게 폼 나게 쓰는가는 제 관심사가 전혀 아니고요. 저는 현실의 테두리 안에서 말이 되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데, 제목과 마지막 장면을 정하고 소설을 쓰면 그게 쉽더라고요. 이에 관해선 제가 작년 말에 낸 산문집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로미
중복글이라 지웁니다~
맑은주
날린 계약금을 건물주가 아닌 다음 세입자가 부담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되는 걸 보면서 깊은 한숨.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없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너무 씁쓸했어요.
인터넷에서 다른 집 와이파이 연결해서 쓰는 사람들 이야기 보면서 쯧쯧쯧 했었는데, 글을 읽음으로써 형성된 저와 화자의 (일방적인) 관계 때문인지 아랫집 여자의 적대감에 마음이 철렁했어요. 이렇게까지 한다고?? 내가 누구의 입장이냐에 따라 취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중개인이나 건물주와는 다른 태도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인이 결혼하면서 마련한 신혼집 거실 바닥을 두드리며 돈방석에 앉았다고 말하던 모습이 생각나요. 가진 돈 전부 끌어모아서, 대출로 은행 돈까지 더해서 빌린 집에 대한 애증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탄식?이었어요.
머물던 곳에서 나와 새로운 보금자리 잘 찾으셨는지, 숨바꼭질 2편이라 할 만한 사건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꿀돼지
한 번 더 그런 일을 겪었다면 스트레스를 받아 제명에 못 살았을 거예요. 그 이후에는 한동안 월세로 살았습니다. 목돈을 임대인에게 맡기는 건 아니다 싶어서요. 결혼해서도 월세로 2년 더 살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김포로 이사 왔습니다. 영끌해서 변두리에 아파트를 구입한 지 6년이 됐습니다. 주담대가 훨씬 안전해보여서요. 열심히 갚으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20대 말에 상왕십리역 근처 고시원에서 살았는데, 그때 틈날 때마다 가까운 청계천을 걸었어요. 당시 청계천변에 신축된 주상복합아파트였던 황학동 롯데캐슬베네치아가 그렇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청계천을 걸을 때마다 나중에 돈 벌면 꼭 저기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지난 정권 때 닿을 수 없는 수준으로 실거래가가 올라가더라고요. 결국 서울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매일 버스로 왕복 네 시간 가까이를 들여 출퇴근하고. 그때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습니다. 엉망진창이었던 부동산 정책은 결국 정권 교체의 트리거가 됐고요. 그때 저를 비롯해 비슷한 처지에 있던 또래들이 대부분 돌아섰습니다. 자업자득입니다. 이에 관해선 나중에 「동상이몽」으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맑은주
그러시군요..작가님이 제명에 살고 계셔서 이렇게 같이 책모임도 하고ㅎㅎ다행이고 좋습니다!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머지 않아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인데, 지금 집값으로는 다른 아파트 구입은 커녕 전세도 쉽지 않은 상태라 고민이 깊어요. 재건축으로 도시는 정비되는데, 내 주거환경은 더 나빠지는 것 같아 복잡한 심경이에요. '부동산 정책'이란 말만으로도 피로감 혈압 동반상승. 무튼. 「동상이몽」 이야기 기다려집니다.^^

연해
저도 전세로 살고 있지만 목돈을 임대인에게 맡기는 게 불안해서 내년에는 월세로 알아봐야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임대주택도 선택지에 넣었는데, 층간소음 이슈가 많다고 해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지금은 월세도 전세도 아닌, 김포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해 살고 계시는군요!
열심히 갚으로 살고 계시다는 말씀에 응원을 드립니다:)
「동상이몽」에는 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예고편(?) 덕분에 기대감이 생겼어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꿀돼지
남의 집이 아닌 내 집(실제로는 은행 거지만)에 산다는 게 주는 안정감이 좋더라고요. 서울보다는 강화도가 훨씬 더 가까운 곳이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연해
하하,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설령 은행 것이라도 내집마련! 든든할 것 같습니다.
근데 살고 계신 곳이 강화도와 가까운 곳이군요. 저는 작년 여름에 강화도에 혼자 놀러 갔다가 외각의 시골 마을에 버려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서울과 달리 배차 간격이 길고, 막차 시간이 너무 이르더라고요.

꿀돼지
20~30분마다 서울로 다니는 빨간 광역버스가 없으면 못 다니죠. 버스 한 번 놓치면 피눈물 납니다.

거북별85
소설 속에서 당당하게 맞서시던 작가님의 모습에 대단하시다 생각했는데 작가님도 스트레스 장난아니셨군요.^^;;
부동산은 다른 나라들도 이렇게 머리가 아픈 문제인지... 청계천변의 주상복합아파트에 초대받아 간 씁쓸한 장면은 그냥 읽고 나서도 마음이 무겁고 쓸쓸해집니다. 저도 지난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정말 안타깝고 속상하더라구요.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그분들의 정치철학과는 별개로 부동산과 언론에 대한 공부는 많이 하셔야 할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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