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자기 방어력을 갖추고 또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 같다"는 작가님 말씀에 저 또한 동의하는 바입니다. 과거의 저는요. 회사에서 일할 때, 업무적으로 무례하고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면 대체로 그냥 피하는 편이었거든요? 업무 외적으로도 제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단지 혼자 다닌다(자신들의 무리에 합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편을 먹고 저를 괴롭히거나 욕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친 것도 아니고, 일을 똑바로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들에게 친근하게 굴지 않는 것에 대해 일일이 해명할 필요가 있나 싶어 무시했던 거죠. 근데 세상살이를 그렇게 했더니 제 편이 없더라고요. 특히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가 더 그랬죠. 그런 일들을 몇 차례 겪은 후로는 자기 변호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목소리를 내야 할 일에는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겠구나 싶었죠. 작가님이 거북별님 답글에서 "평안하고 순탄하게 살고 싶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 또한 남은 제 인생이 그저 무탈하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근데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게 또 제 의지대로 되지만은 않더라고요. 작가님이 말씀하신 슬픈 결론, 저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 말이죠. 이 글을 쓰다가 올해 초 작가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도 갑자기 떠올랐어요(좀 뜬금없지만요). '도서관의 유령'을 구상하시며 고민을 담아내셨던 글이었죠. 출판계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 출판계 밖에서 있을 논란을 걱정하셨던 부분이요. 소설을 쓴다는 것부터가 이미 대단한 일인데, 이렇게 주변까지 하나하나 살핀다는 건 정말이지... 난이도가 너무 높은 직업이 아닌가 싶어 서글펐답니다. 그래도... 계속 써 주신다면, 열심히 읽겠습니다! (부담드리는 건가 싶어 조심스럽지만, 읽을 준비 되어있습니다)
제가 적은 글을 다시 보니 부끄럽네요. 그럭저럭 순탄하게 잘 살고 있는 중입니다. 소설가보다 힘든 직업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고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한 몸 갈갈이 갈아서!!
순탄하게 잘 살아가고 계시다니 다행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소설가보다 힘든 직업도 많겠지만,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에서 그러셨잖아요. 헌신할 수 있는 직업 정도가 아니라 헌신할수록 더 좋아지는 직업이라고. 저는 그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면서(물론 고단함도 있지요) 하는 사람들이 저는 좋더라고요.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몸을 너무 갈아 넣지는 말아 주세요. 위에서 정작가님과 대화 나누시는 것보면서 조마조마합니다(잔소리 아님 주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몸도 마음도!
아이보다 어린 어른의, 떳떳하지 못한 숨바꼭질, 닮아야 한다면, 난 뒤처질게요.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시간을 되돌리면> 48%, 정진영 지음
"그때로 시간을 되돌리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소연이의 이름을 크게 불러보고 싶어요." "네? 고작 그거예요?" "그거면 충분해요."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시간을 되돌리면> 51%, 정진영 지음
범우 씨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세요?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시간을 되돌리면, 정진영 지음
@꿀돼지 저에게 <시간을 되돌리면>은 작가님이 순정, 그 단어와 꼭 닮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단편이었어요..! (예전부터 알아보긴 했었지만요 :))
작가님 말씀을 들으니 가능한 한 얼굴과 정체를 숨겨야겠습니다. 가끔 아내가 저를 보고 마음 속에 소녀(소년이 아닙니다)가 있다고 하던데, 독자의 환상을 깨면 안 되겠습니다. 아... 태어난 걸 이렇게 태어나버리는 바람에...
저도 박준면 배우님의 안목에 무릎을 탁 치며 웃습니다. 그 '소녀'는 저도 느꼈습니다!!! 재미만 따지면 작가님 속의 '마초'가 미쳐 날뛰는 사회파 소설들이 더 뛰어나지만, '소녀'가 수줍게 드러나는 서정적인 작품을 더 애정합니다. ㅎㅎ
그래서 제가 책날개에서 사진을 뺀 지 오래됐습니다. 독자의 환상을 깨면 안 됩니다 😜
@꿀돼지 별말씀을... '소녀'를 더 사랑할 뿐, '마초'도 좋아합니다. (무블출판사에서는 작가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만.. ㅎ)
ㅋㅋ 작가님... 진짜... 왤케 웃기세요... ㅋㅋㅋ 아니...작품과 인터뷰로 울리고, 댓글로 웃기고, 선곡으로 멋짐발산을 하시니...증말... 볼매시네요. 이 소설집을 읽고 나면 정진영 작가님의 팬이 될거라고 장담하신 장강명 작가님의 말씀은 정말 백퍼 진실이네요. 작품도 작가님도 정말 넘 좋아요. ㅎㅎㅎ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더더욱 본 모습을 감춰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는 그냥 헐렁한 중년 아재입니다.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숨어 다니겠습니다 😜
「눈먼 자들의 우주」에 관한 뒷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코로나 펜데믹, 그리고 저의 예비군 훈련 경험입니다. 여기에 예전부터 꼭 비틀어서 써먹어야겠다고 별렀던 <아기공룡 둘리>를 더했죠. 지난 2005년 여름, 저는 예비군 훈련에 참여해 처음으로 사격을 경험했습니다. 대한민국 예비역이라면 대부분 현역 시절에 몇 개월 간격으로 사격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을 테니 특별한 경험은 아니죠. 하지만 저는 신체검사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아 집 근처 정수장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28개월 일했습니다. 허리에 실총 대신 가스총을 맨 채. 보충역도 훈련소에서 사격 훈련을 받지만, 훈련 당시 저는 병사식당으로 차출돼 매일 달걀 수천 개를 까고 소시지를 썰었습니다. 제가 예비역이 된 뒤에야 사격 훈련을 받는 희한한 경험을 한 이유입니다. 제가 훈련장에서 들은 총성은 영화로 간접 경험한 총성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사로에서 일제히 쏟아지는 총성은 단단하게 다져진 땅을 울릴 정도로 크고 요란했습니다. 화들짝 놀랐습니다다. 사로에 잔뜩 긴장한 채로 엎드린 저는 어리바리 귀마개를 쓰고 M16 소총을 집어 들었습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자, 강력한 반동이 어깨를 쳤습니다. 총성은 귀마개를 뚫고 들어와 고막을 찢을 듯이 자극했습니다. 가늠자로 표적을 확인하고 조준할 여유 따윈 없었습니다. 그때 매캐한 화약 냄새를 맡으며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건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전쟁이란 이런 무서운 물건을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들이대는 일이었던 겁니다. 공포로 온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뒤를 잇는 강력한 군사력이 무색하게 고전 중이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모든 면이 열세인데도 잘 버티고 있죠. 누가 승리하든 간에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을 테고, 이겨도 이겼다고 말하기 어려운 ‘피로스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출구 전략 없는 치킨게임의 결과는 공멸입니다. 만약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이런 지구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두 국가의 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년 전 세계 국가의 군사력을 조사하는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과 일본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상위 네 국가가 10위인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고, 이해관계도 저마다 다릅니다. 제 눈에 한반도는 그야말로 터지기 일보 직전인 화약고입니다. 이 짧은 이야기가 단순한 블랙코미디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저도 혹시 이것이 인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가? 아브라함이 저 위에 계신 분과 협상했던 의인 10명을 찾기 전에, 요나가 그토록 전파하기 싫어했던 니느웨의 회개가 이루어지기 전에ㅡ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이렇게 갇혀있다 영영 기회를 잃어버리고 마는건가! 했었어요. 말만 이토록 하다가 가는구나 싶어서 nonverbal한 것에 더 집중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피아노를 많이 치고 그림도 그리구요. 당시 우크라이나 🇺🇦 사태에 절절히 이입하며 아크릴화를 한 점 그렸는데 온전히 저만의 그림이라 볼 순 없겠지만 공유해봅니다.
사진보다 그림이 더 확 마음에 오네요. 더 비극적이고요. 세상에 보이는 대로 존재하는 게 과연 있는가 싶습니다. 우리는 사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잖아요. 사진을 편집해서 보여주면 다른 이야기가 들리듯이. 가끔은 그림이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입니다.
사진보다 더 사진같은 그림을 그리시는 하이퍼리얼 아티스트의 터치가 저기에 다수 들어있어 더 그럴지도요~ 딱 캐치하셨네요!
제게 아기공룡둘리는 말이 되나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공룡이 어딨고 시간 여행이 어딨고... (맞습니다 저는 대문자 E.S.T.J입니다.) 그런데 눈먼자들의 우주는 읽고 나니 진짜 같더군요. 해리포터만큼 진짜 같더랩니다. 지금 벌어지는 오만 전쟁 포함하여 우리나라도 휴전국이라 더더욱 '있을법하다' 꿀돼지님이 사실은 진짜 외계인과 접촉을 한 건 아니었을까? 꿀돼지님이 지금 소설가인척 하고 진짜 정보를 흘리고 계신 건 아닐까? 설득당해버렸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10억? 겠냐? 10명도 어렵다! 싶은 1인이라 결론이 어떻게 날까 진짜 궁금했는데 그냥 초토화가 났고요. 충분히 납득이 가는 마무리였는데 왜 마음이 이렇게 아프고 속상한지 모르겠더랩니다... 초토화 하니까 정세랑 작가님의 <리셋>이 생각났어요. 외계에서 거대 지렁이가 내려와 지구를 다시 시작하는 소설이거든요. 이렇게 꼭 외계에서 누군가가 개입해야만 이 모든 일들이 끝날까요?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전쟁 소식이 너무 진절머리나고 솔직히 무섭기도 해서 뉴스 더 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일반인 1명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을런지..
저 실은 등 뒤에 지퍼가 달려 있습니다. 그 지퍼를 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도우너는 사실 제 친구입니다. 깐따삐야 별에서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 그 친구는 지구에 불시착한 후 마이콜로 변신해 오브리로 먹고살아왔고, 저는 소설을 쓰며 살아왔습니다. 이 소설은 깐따삐야 별이 보내는 경고입니다.
다음에 뵐 때 지퍼를 찾아봐야겠습니다. ^^ 그나저나 저는 작품에서 '오부리'가 나올 때 빵 터졌는데 이 단어 아시는 분이(특히 젊은 독자들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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