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벗어난 글을 주절주절 쓰고 있다는 생각에 괴롭기도 하지만(죄송합니다), 결론은 시간은 가차 없이 흐르고 삶의 의미는 드물게만 찾아지는 것인데, 우리의 인생은 실은 많은 시간을 인생 그 자체와 싸우며 보내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상실의 경험을 통해 애도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더 성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는 사랑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라는 거창한 주제를 끌어 올릴 때마다 늘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영원한 사랑에 대한 궁금증 또한 마찬가지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직 미혼이고, 가장 오래 만났던 연애 기간을 따져봤자 10년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결혼이라 것 자체도 무겁게 다가오더라고요. 경제적 이유나 배우자의 조건, 허례허식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건 사실 제게는 좀 부수적인 문제예요. 저는 그런 걸 다 떠나서 내가 과연 나의 남은 인생을 한 사람(만) 온전히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이 아직 없거든요(바람을 피운다는 것과는 다른 맥락입니다). 제 자신도 제 자신(삶)을 놓고 싶을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되면 저는 늘 당신에게 새로운 여자이고 당신은 제게 새로운 남자일 테니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요?'라던 웅녀의 농담처럼(농담이 맞겠죠, 작가님?) 한편으로 그 둘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기에 시간이 흘러도 애틋한 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연해

꿀돼지
가능하면 감상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하는데 살짝 끼어들게요. 영화 <하이랜더>의 한 장면을 담은 유튜브 링크를 첨부합니다. 퀸이 OST를 불렀죠. 제목은 'Who Wants To Live Forever'. 저는 아름다움은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해요. 저 무한의(논란이 있지만 인류 입장에선 거의 무한이죠) 우주를 보면 경이롭기는 해도 아름답다는 느낌은 잘 안 들잖아요. 때로는 공포스럽기도 하고요.
https://youtu.be/6c75cOL0G8I?si=D_ynynVbgXQTMShC

연해
올려주신 영상, 너무 잘 봤습니다. 작가님:)
처음 보는 영화인데, 영상을 보고 영화 제목을 검색했더니 자동차 정보가 한가득이라 살짝 당황했네요. 하이랜더 증후군이라는 말도 알게 됐고요.
영상 속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먼저 죽음을 맞이한 여주인공과 그녀를 바라보며 어릴 때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했어요. 아름다움은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거라는 말씀, 저 또한 동의해요. 다만 이왕이면 둘 중 제가 먼저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남겨진 자의 슬픔이 더 크다고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요.
작가님만의 스타일로 새 앨범을 차곡차곡 모아오신지 10년이 지나셨다니 놀랍습니다! 알려주신 티스토리도 들어가 봤어요. 다만 저는 샛길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작가님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보려다가 책 감상평에 더 꽂혀버렸어요. 제가 읽었던 책도 있고, 관심있던 책도 있어서, 그리고 작가님의 일기(?) 같은 글도 있어서 (허락하신 거라 믿고) 흥 미롭게 읽었습니다.

로미
맨 프럼 어스를 보고 이 작품을 쓰셨다니 정말 놀라워요. 저도 맨 프럼 어스 봤는데 저는 색다른 이야기네 하고 말았거든요. 반성합니다 ㅜ. 웅녀에 대한 이야기를 저도 처음에는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나중에 빠져들더라고요. 이래서 사람들이 다단계나 사기에 넘어가나 싶을 정도였어요. 작가님! 이 작품 역시 제목을 처음부터 생각하신 건가요? 어찌보면 진부한 제목이라 혹시 다른 제목 생각하신 건 없나 궁금해요~

꿀돼지
이 소설 초고를 썼을 때 제목은 <웅녀가 살아있다>였습니다. 이후 10년 넘게 이 소설을 묵혀 놓았다가 발표할 기회가 생겼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금의 제목으로 바꿨습니다. 만족스러운 제목은 아닌데, 마땅한 제목을 찾진 못했습니다. 그게 아쉽습니다. <우먼 프럼 고조선> 같은 제목도 생각해봤는데, 장난 같아서 참았습니다.

로미
<우먼 프롬 고조선>이라뇨 ㅋㅋㅋ <웅녀가 살아있다>는 다큐 제목 같네요 역시 지금 제목이 최선이네요~~^^ 👍

연해
저도 <우먼 프롬 고조선>에서 빵 터졌는데, 지금 제목이 최선인 것 같다는 말씀에 공감의 한 표를 보내봅니다:)

장맥주
KBS 창사특집 다큐 ‘웅녀는 살아 있다―한민족 토템의 뿌리를 찾아서’
오늘 밤 11시 방영됩니다.

로미
11시에 TV 틀 뻔 했어요 ㅋ

장맥주
정말 감명 깊게 시청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영된다는 2회도 아주 기대되더라고요. ^^

새벽서가
매력적인 사람, 궁금한 사람을 만났는데 몇 번만 이야기를 나누고 평생 볼 수 없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누군가와 천년 만년 평생을 사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겅감하기도 했구요. 작가님이라면 천년 만년 함께하는 누군가와의 삶을 선택하실건가요, 아니면 찰나에 스쳐가는 인연을 택하실건가요?

장맥주
어릴 때 조화가 훨씬 싸고 오래 가는데 왜 생화를 사지 하고 의문을 품었더랬어요. 생화의 아름다움을 조화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분도 있고, 시들어서 마침내 이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지금 저는 조화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생화의 시들어가는 매력도 이해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누군가와의 천년만년 사는 삶이냐, 짧고도 완벽한 인연이냐,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전자입니다. 로맨티스트인지라 누군가와 평생 사랑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고 있어요. 우습지요?

거북별85
전 로맨티스트는 아니지만 평생 누군가를 사랑하는게 불가능한가? 에 의문이 들어요(전 아직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작가님은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요즘 제가 김수현배우가 나오는 <눈물의 여왕>을 보거든요 어제 헤어샾 갔었는데 거기 계신 아주머니 손님들도 모두 그 말씀을 하시더라구요(그 때 그 드라마가 가게에서 방영되고 있었거든요) "3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다시 사랑하는게 말이 되냐??""드라마라 가능한거다!"(이 드라마 내용은 3년만에 이혼위기의 부부가 다시 사랑한다는 좀 유치하지만 재미는 있어요)
음~원래 결혼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라지는건지~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1인입니다 (늙고 못생겨지는 만큼 다른 이야기들이 쌓이지 않나요?^^ )~실은 그 점에서 장작가님 작품을 읽기 시작한 점도 있습니다 ^^ (산문마다 HJ님 계속 언급 하셔서 좋았습니다~^^ )

새벽서가
저도 그렇게 믿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현실주의자기도 하고 한 사람과 27년을 살면서 생각해보니 역시나 짧은 시간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이 제겐 더 맞지 않나 싶어요! 하하하
맑은주
저는 웅녀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고 이야기를 따라 갔어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도 생각나면서 '불로불사'가 마냥 축복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어요.

거북별85
17. 전 작가님도 언급했지만 <하이랜더>란 옛날 영화가 떠오르더라구요. 자신만 젊은 영생을 얻고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노후와 죽음을 겪는 모습을 본다면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전 사양하고 싶으네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단군과 추영랑이라 불리우는 사람은 계속 환생하는 건가요?
사랑이 영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지만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의 사랑은 그래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요? 쉽게 실리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지, 또 이렇게 유지되는 사랑이 그 기한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네요.
<웅녀가 돌아왔다>보다는 <사랑의 유통기한>란 제목이 더 로맨틱하게 느껴집니다. ^^
작가님이 사랑의 유통기한은 얼마라고 생각하세요?
작가님이 연애경험이 여러 작품들을 탄생시키는 느낌이 드네요. <다시, 밸런타인데이><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사랑의 유통기한>등등.

꿀돼지
오래전에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황정민 배우가 친한 친구 의 장례식장에서 슬퍼하고 울면서도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언젠가 영화에서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신을 보고 자괴감을 느꼈다는 고백을 했죠. 저는 일상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할 때마다 "오! 이거 나중에 소설로 쓰면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특히 슬픈 일일 때 더 그래요. 그래서 소설가라는 직업은 실패하고 슬퍼하는 일이 많을 수록 좋은 직업 같습니다.

여름섬
실패하고 슬퍼하는 일이 많을 수록 좋은 직업이라니 ㅜㅜ 그래서 독자들이 이렇게 재밌는 책을 읽을 수 있군요~
저에게 사춘기종합세트를 선물해준 아이가 있습니다(아직도 계속 진행중이죠~)
지랄 총량의 법칙 이라는 말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전 그 말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하하 하
그 아이가 영화 연출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있다하면 주변에서 그러더군요
나중에 다 소재로 쓰려고 그런다~ 예술가적 감성이다~
그런데 작가님 말씀을 들으니 참~ 웃을수도 울 수도 없군요~^^

꿀돼지
그렇게 생각하면 일종의 정신승리(?)가 가능해지더라고요.
지금은 슬프고 실패가 괴롭겠지만, 나중에 다 써먹을 일이 생길 거라고 말이죠.
그리고 나중에 소설이나 글로 과거를 정리하는 기회가 올 때, 제가 놓쳤던 부분을 뒤늦게 파악해 상황을 다시 정리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대화를 나눴던 경험도 언젠가 다 써먹을 기회가 오리라고 믿습니다.

연해
유명한 맛집을 찾아갔을 때 맛이 좋으면 성공하는 것이고, 맛이 없어 실패하면 글로 남기면 된다는 김영하 작가님의 말씀도 떠오르네요.
인생이 즐거우면 그 자체로 즐기고, 인생이 힘들면 그 자체로 하나의 글감이 되는 것은 작가의 숙명인 걸까요(그래서 더 고귀한 직업이 아닐까 싶기도).
저도 실패의 경험이 쌓일수록 저만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인다는 생각으로(이렇게 또 긍정 회로를) 낙관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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