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공간을 너무 도배하고 있는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ㅋ).
어제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를 너무 욕(?)만 한 것 같아서 오늘은 좋은 점 하나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제가 이곳에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이 동네의 모습입니다. 무서움도,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지는 여명의 시간인데요. 출근길에 중앙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다 복도의 코너를 돌면 제가 살고 있는 곳과 정반대 집의 복도 창문 앞 노을에 시선이 닿아요. 이 동네에서의 하루 중 유일하게 감수성이 한껏 차오르는 시간과 장소랍니다.
날이 점점 풀리면서(근데 오늘 새벽은 겨울 같기도) 해가 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요. 보통은 어둑어둑할 때 나가는데, 오늘은 나가는 길에 예쁜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았네요.
다들 월요병을 씩씩하게 이겨내고 상쾌한 한 주 맞이하시길 바랄게요:)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연해

연해


장맥주
연해님의 도배는 사랑입니다... ♡
그런데 설명해주신 노을 보는 순간이 제가 좋아하는 한 소설의 장면과 굉장히 겹칩니다. 노을이 야 누구나 매일 보는 것이지만 그 전후의 사정이요. 혹시 제니퍼 이건의 『깡패단의 방문』 읽으셨나요? 안 읽어보셨으면 추천 드려요. ^^

깡패단의 방문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 2011년 <킵>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제니퍼 이건의 최고작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LA 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매체 25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소설가로는 드물게 제니퍼 이건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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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으앗,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진지함이 과해져 너무 주절주절 혼자 도배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많았거든요.
제 노을 사진에 책 추천이라니, 정말 감사해요!
처음 보는 작가님의 처음 보는 책인데(제목에서 약간의 진입장벽이 생길뻔했...), 클릭해서 보니 김새섬 대표님의 인생책이라고도 나오네요. 역시 두 분은 천생연...(꺄), 덕분에 대표님의 댓글도 추가로 읽으면서 더욱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의 책목록에 담아놓고 꼭 읽겠습니다:)

장맥주
이 소설에 삽화나 사 진이 있는 건 아니지만(그런데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나옵니다) 연해님이 올려주신 사진 속 노을 모습하고 소설 속 묘사가 조금 다른 거 같기는 해요. 그런데 ‘출근길에 중앙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다 복도의 코너를 돌면 제가 살고 있는 곳과 정반대 집의 복도 창문 앞 노을에 시선이 닿아요. 이 동네에서의 하루 중 유일하게 감수성이 한껏 차오르는 시간과 장소랍니다.’라는 두 문장이 딱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느꼈는데 연해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모르겠네요. ^^
(새벽과 저녁에 세상에 푸른 빛이 아스라하게 감도는 시간 저도 좋아합니다.)

borasoop
부모님이 좀 크게 사기를 당하셔서 집달리로 아파트의 물건이 다 마당으로 내어놓아졌다고 엄마가 낮에 전화가 와서 부랴부랴 조퇴해 집에 왔는데 짐을 싣고 아버지가 구한 집으로 일단 간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를 믿지 못하던 저는 느낌이 안 좋다고 안 들어가면 안 되냐고 했고, 거기서도 원래 들어가려던 집이 아니라 다른 집으로 들어가기에 하룻밤 짐은 빌라 마당에 놓고 지키고 있었는데 오기로 했다던 빌라 관계자가 오는 것을 전혀 못 봤죠. 저는 그런 사람 온 적이 없으니 저 사람들 말은 믿을 수 없다고 우겼고 아버지는 왔다 갔다는데 왜 그러냐며 다른 집으로 일단 들어가자고 했는데 결국 거기서도 전세금 5000만원 한 푼도 못 받고 나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사할 때 돈이 모자라 제 현금서비스와 친구들에게 빌려 겨우 이사했는데 그 여파가 아직도 있네요. 현금서비스는 진짜 써서는 안 될 사회악입니다. 집에 관해서는 정말 저는 한국에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본 것 같고요. 죽으면 떠날 집을 이렇게 큰 돈을 주고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심지어 일본도 10년 전쯤 버블이 무너질 때 한국의 청담동 정도의 집을 산 가격의 반에 팔았다는 일본인 친구가 있었는데 저도 그 후 한국도 한 번쯤 내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은 정말 독하네요. 오히려 더 올라서 이제 일본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고 들었어요.

임쿨쿨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ㅠㅠ,,,

borasoop
감사합니다~^^

연해
이 글을 읽는 제가 다 무섭네요. 죽으면 떠날 집이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한국에서 집이란 대체 무엇일까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고요. 단순히 주거공간으로만 자리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부의 척도가 되기도 하고, 투자의 목적이 되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합니다.
전에 봤던 영화 중에 <소공녀>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주인공 미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집을 포기해요. '집은 없어도 취향과 생각은 있는 인물'로 그려지죠. 그런 미소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애틋하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행복하게 개척해가는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모습을 담아낸 전고운 감독은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소공녀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포기한 건 단 하나, 바로 ‘집’.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도시 하루살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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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soop
소공녀는 저도 좋아하는 영화예요. 깊이 공감했었지요. 주인공 배우도 좋아하는 배우랍니다~^^

임쿨쿨
소공녀 너무 좋은 영화였어요. 맞아요:)

느 려터진달팽이
이렇게 담담하게 아픈 기억을 꺼내어 놓으시다니요ㆍㆍ 일전에 어느 피아니스트가 친구들에게 베트남 🇻🇳 보트피플 출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Q&A 세션에서 추천하며 그토록 담담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자기는 헤아릴 수 조차 없겠다는 멘트를 했던 모습이 절로 스치네요. 고생 참 많으셨습니다. 인생으로 고생시키심이 본심이 아니리로다라고 오래된 책에서 보았던 구절인데, 앞으로는 탄탄한 주거안정을 더블로 누리시길 바래봅니다:)

borasoop
감사합니다. 저는 달팽이처럼 한 집에 오래 살아 본 사람들이 참 부러워요~^^ 달팽이 님도 안락한 자신만의 집과 세계에서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장맥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다 해결된 건가요...
이제 한국 부동산은 초현실적인 폭탄 같습니다. 저게 안 터지는 게 현실이 아니라 기괴한 꿈 같은데 터져도 악몽이 펼쳐질 테죠. 제가 이런 힌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borasoop
음…반반이랄까요…해결된 듯 해결되지 않은 해결된 것 같은.^^올해는 끝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 가든테라스가 재개발 된다는 유튜브를 보고 너무 슬퍼졌어요.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아파트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요. 거기도 자산 가치로 재개발이라니. 한국은 ‘여러분 부자 되세요~’ 광고가 나올무렵부터 돈의 지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파국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사라져 성경의 의인 10명이 없어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고래고래
제 경우 아이가 셋이라, 첫 애가 배밀이를 시작하던 즈음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시달렸습니다. 심지어 셋째 나고 난 즈음, 큰 애가 6살(세는 나이로), 유치원 다섯살반 때 아랫집에 크게 데이고 나서는 1층에만 삽니다. 하루에 서너번 경비실 통해 항의가 들어오고, 심지어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2시에도 항의가 왔습니다. 이제 고1이 된 수험생(!!!!)이 집에서 공부하니 주의해달라는 거였습니다. 매달 과일도 한 박스씩 넣어주고, 좋게도 얘기해보다 빵 터져서, 정말 전화로 2시간 정도 입씨름을 했습니다. 요지부동이더군요. 해서 전세 계약 끝나는 대로 뒤도 안돌아보고 1층으로 옮겨서 벌써 15년째 1층에서 삽니다. 아이들에게 하루에도 100번 넘게(정말입니다!) '뛰지 마!' 하고 소리치던 거 안하게 되니 살 것 같더군요. 이제 큰 애가 대학생이지만 여전히 1층집이 좋습니다. 이것도 트라우마겠죠? ㅎ

거북별85
정말 힘드셨겠어요~ㅜㅜ 저의 아파트도 층간소음이 있어서 이사하기 전에 아래 윗집에서 야구방망이 들고 쳐들어갔다는 이야기나 또는 신혼 때 살던 아파트 옆집과 윗집에서 부부들이 드잡이하는것도 봤습니다~ㅜㅜ
지금 저의 윗층도 손주들 봐주시느나 층간소음이 심한편인데 그려려니 지냅니다
아이들은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자라야하는데 다들 예민하셔서 안타깝네요~~어렸을때 아이들에게 읽어준 동화책이 생각나네요 표지에서 보면 할머니께서 윗층 소리에만 귀를 대고 있답니다^^;;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점점 아파트 환경이 늘어나는 우리 사회에서 위층 가족과 아래층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벌어지는 이웃간의 다툼과 화해를 재미있게 그려낸 어린이용 외국 그림동화. 아래층 할머니가 타인을 배려할 줄 알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이웃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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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오, 이런 책도 있군요! 어린이용 동화라니 뭔가 교훈적이고 몽글몽글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층간소음으로 한참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에 읽었던 책들이 저를 더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거북별85 님이 올려주신 이 책을 읽었어야했어요.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 - 차상곤 박사와 함께하는 층간소음의 모든 것층간소음 문제를 다룬 최초의 대중서. 층간소음이 이슈화하면 언론과 매스컴에서 가장 먼저 찾는 국내 최초·최고의 층간소음 전문가인 차상곤 박사가 20년 넘게 6000여 건의 분쟁을 중재하며 체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가해자들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서른한 번째 소설선. '층간소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내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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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래
지나고 보니 정말 잘했다 싶은 일 중 하나입니다, 1층으로 이사한 건. 애들에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어차피 저희가 1층에 있어도 꽤나 시끄러울 것 같아서, 윗층의 소음은 그냥 멀뚱멀뚱 한 번 천장 쳐다보고 맙니다. ㅎ
게으른독서쟁이
제가 만났던 가장 지독한 임대인은 앞서 11. 에서 말씀드린 그 욕심쟁이 임대인인데요. 저희 부부가 서울에 잠시 터를 잡을 때였습니다. 저는 임신중이었고 저희에게 알맞은 월세 매물이 있어서 집을 보고 계약할 때까진 좋았어요. 몇 개월동안 임신한 몸으로 이 집 저 집을 보러 다니는 게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그나마 가장 알맞은 집을 구했다는 생각에 이제 발품은 끝났다는 생각에 좋았죠... 세입자, 공인중개사 모두 입을 다물고 어떤 임대인인지 전혀 언질을 주지 않았기에.
저희가 이사 들어가기로 한 날 이전세입자가 아침 일찍 나가면 저희가 들어가기로 했는데요. 그 날 아침에 갔더니 전 세입자와 임대인이 서로 쌍욕을 하면서 대판 싸우는 겁니다. 돈때문에요. 세입자가 사는 동안 집에 뭐 문제가 생겨서 임대인이 고쳐줘야 하는 것들을 세입자에게 다 덮어씌웠나봐요. 먼저 고쳐놔라 나중에 돈을 주겠다 그래놓고는 돈을 안주더라는 겁니다. 그게 쌓여서 전 세입자는 빡쳐서 월세를 안내기 시작했대요. 임대인은 보증금에서 까기 시작하고 둘이 서로 니가 잘못했다면서 돈 내놔라 못준다 싸우는데...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어쩌다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됐을까....
어쨌든 정산이 됐고 저희가 들어가 살았는데요. 그 집에 들어가 산 지 3개월쯤 지나 제가 출산을 했어요. 그리고 또 한 3,4 개월쯤 지났는데 보일러가 고장이 난 겁니다. 임대인 아주머니께 연락했더니 관리소에 얘기하래요. 거기서 고쳐준다고. 관리소에 연락했더니 그건 개인이 알아서 고치는거지 관리소에서 못 봐준다고. 다시 임대인에게 연락해서 관리소에 물어봤더니 자기들이 봐주는 게 아니라며 보일러 A/S를 받으라고 해서 신청해놨다. 조금있으면 기사님이 오실거다라고 얘기했더니 왜 기사를 부르냐고....그냥 찬물 쓰면 안되냐고 하더라고요. 무슨 말씀이시냐고 나 출산해서 애기 키우는데 따뜻한 물이 안나오는게 말이 되냐 했더니 그럼 일단 기사님 와서 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하더라고요. 기사님이 오셔서 보시더니 보일러가 오래되서 그렇다며 좀 비싼 부품을 새로 갈아야 한다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임대인한테 전화해서 말을 했더니 꼭 그래야 하냐고 자꾸 그렇게 통화가 길어지니까 기사님이 자기를 바꿔달라고 하셔서 저 대신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고 임대인에게 확실히 대응을 해주셔서 겨우 고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임대인이 고치라고 돈을 보내준다 그래놓고 안 주더라고요. 그래서 월세에서 그만큼 제하고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 그냥 웬만한 몇 만원정도 드는 건 그냥 저희 돈으로 했습니다. 전화하고 싸우는데 지쳐서 안되겠더라고요.
자기가 서울에 집이 몇 채고, 이화여대 나와서 일본에서도 살았고 어쩌고 저쩌고 자기가 얼마나 교양있는 사람인 줄 아느냐고 하더니 정말 진상 중에 진상이었습니다.
저희 이사나올 때도 저희가 일정을 다 얘기했는데 그런거 다 무시하고 부동산에 집 내놓지도 않고 새세입자가 들어오면 보증금 돌려준다 이러는 겁니다. 하도 집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동네 부동산을 돌며 물어봤더니 그 임대인이 복비를 안주는걸로 악명 높아서 이 동네 부동산에서 다 하기 싫어한다고 그때 말씀하시더라고요. 어쨌든 이런저런 사연 끝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고 보증금도 돌려받았는데 저희가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보니 새세입자가 자기돈으로 벽을 새로 도배를 한다고 하니까 임대인이 좋다고 그래놓고는 도배를 시작했는데 가서 그 벽지 맘에 안든다고 자기 집에 그런 벽지는 안된다고 또 싸움이 막 시작하더라고요. 새세입자가 이거 비싼거라고 하니까 안목이 뭐가 그러냐며 더 비싼걸로 하라고... 참...어이없는 그 모습을 보며 저희는 떠나왔습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신 임대인이었습니다. 아우...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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