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사실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했답니다. 지금 제가 취하고 있는 행동이 딱 이 상태라서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도 노조가 있습니다. 종종 회사 라운지에서 지부장님을 마주치면 농담도 주고받곤 해요. 원래 저와 협업하던 부서 팀장님이셨거든요. 막상 노조장이 되어 일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많다면서 껄껄 웃곤 하시죠. 그럴 때면 저도 같이 쓴웃음이 나고요. 이제는 다 지난 일이지만, 서로 연결된 업무로 실랑이하던 과거를 떠올리면 먼 옛날 같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모습을 존경하고, 소식지도 꼼꼼히 챙겨 읽고 응원하는 말도 전하다 보니 종종 권함을 받기도 하죠. 그럼에도 제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내밀한 이유는 있어요. 현장과 사무처 간의 갈등도 있고요.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각자만의 사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어렵고, 작가님의 이번 편을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도 했어요.
변명 같지만, 99%의 사람은 다 그렇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대부분 그렇게 비겁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안부>의 윤하 비슷한 시도를 안해본 건 아니지만, 대부분 실패했던 경험치가 있구요. 끌려가듯 노조 사무국장도 해봤지만, 그안에는 또 그 나름의 못참을 일이 있고, 그럼에도 또 그런 사정이 있었습니다. 역시 20대 천둥벌거숭이 시절이 가장 당당했던 것 같습니다. ㅎ
아...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노조 사무국장도 해보셨다니! 이미 그것만으로도 엄청나신걸요. 그 안에는 또 그 나름의 못 참을 일이 있고, 그럼에도 또 그런 사정이 있다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도 혈기왕성(?)했던 20대가 겁도 없고 정의감에 불타올랐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 제 나이가 또 뭐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때보다는 겁도 훨씬 더 많아지고 책임질 일(말과 행동 모두)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오히려 공감합니다. 조직이든, 그에 반대하는 또다른 조직이든 결국 고인 물은 시간이 지나면 썩어가더라...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게 아무리 좋은 명분을 갖고 생겨난 조직이라도 별 수 없다는 것과 동시에. 진보든 보수든, 시민단체든 종교단체든 다 같다고 저 혼자 생각해봅니다. 기독교로 친다면, 개신교, 침례교, 아미쉬.. 결국 조직이 단단해지면 욕하면서 구태를 닮아간다고 할까. 착한 사람은 나쁜 짓이 얼마나 달콤한지 몰라서 그걸 안해본 거 아냐? 하는 생각도들고,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 같은 생각도 들고,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속 '대심문관'처럼 하느님이 재림해도 그 대리인인 신관은 화낼 논리가 있을 것도 같고. 여튼 점점 자신있게 난 그렇지 않아, 그러지 않을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ㅠ
고래고래님 말씀에 공감하며, 당당하게 난 아닌데? 라고 말하는 사람은 서서히 멀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것도 절대적인 것도 인간이 판단할 수도 없고, 가치관이라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니까요~
맞습니다. 예전에는 "왜 저렇게 답답하게 굴지? 되고 말고 간에 큰 차이 없어 보이는데..." 했던 일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대학에 들어간 제 아이와 이런저런 답답한 얘기(이를테면 정치나 사회에 대해)를 할 때도 가급적 목소리에서 확신을 빼게 됩니다. '내 경우에는..', '그런 경우도 있더라..' 이런 식으로 여지를 두고 말하게 되고, 답답해하는 아들에게도 보이는 것처럼 모든 문제가 간단한 건 아니다...라고 말하게 되구요. 어찌보면 이게 다른 의미의 '꼰대' 같이도 느껴지는데, 할 수 없네요. 그렇게 명확하게 맞다, 아니다를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 하고 삼키게 됩니다. 결국 판단은 아이의 몫이고, 제가끔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하... 이 말씀도 정말 공감해요. 저도 이중적인 제 모습에 자괴감이 들 때가 있는데, 누구도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경계하며 조심하는 것 같습니다. "착한 사람은 나쁜 짓이 얼마나 달콤한지 몰라서 그걸 안해본 거 아냐?"라는 말씀에 옛날에 봤던 드라마 대사가 하나 떠올랐는데요. <청춘시대>라고. 거기서 윤진명이라는 인물과 강이나라는 인물이 대조적으로 묘사되거든요. 윤진명이라는 인물은 가난하고, 아픈 동생의 병원비까지 대느라 그저 평범해지는 게 인생 목표인 사람이에요. 성실하고, 강직하며 정당한 노동을 해서 돈을 벌죠. 반면에 강이나라는 인물은 가족이 없고, 쉽게 돈을 벌어요(네, 여러 남자와 어울리며 그렇게 돈을 법니다). 강이나는 윤진명에게 쉽게 돈을 버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유혹하지만 넘어오지 않죠. 그래서 그녀를 질투해요. 그녀가 보기에 윤진명은 볼품 없고 예쁘지도 않으면서 예쁜 자신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돈도 없으면서 정직한 돈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생각했으니까요. 반면에 윤진명은 그런 강이나를 경멸하죠. 그러다 처음으로 윤진명이 강이나를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 나와요. 윤진명이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 주인)에게 물질적인 유혹을 당하거든요. 그러면서 이 대사를 합니다. "그동안 난 널 경멸했다. 내가 너보다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아니었어. 나에겐 그저 너만큼의 유혹이 없었던 것 뿐이야." 서로가 서로를 질투하고, 경멸하면서 죽일 듯이 미워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를 이해해버립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누구나 윤진명이 될 수도, 강이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놓여진 상황과 환경, 갈급함에 따라 자신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았죠. 그래서 더 비난하기 어렵겠더라고요. 다들 저마다의 사정은 존재하니까요(다만 그 사정이라는 게 범죄에 대한 면죄부라면 얘기는 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제가 내리는 결론은 늘 "나나 잘하자"로 이렇게 또(허허허).
저도 잘하겠습니다. 어렵습니다만. ㅎ
저도 궁금한 점이 예전 쌍용차도 생산직에서는 노조가 있는데 연구직은 노조가 없다더라구요 노조는 현장직분들이 주로 가입하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왕고들빼기, 물봉선, 한련초, 해당화……. 뭐 하고 사느라고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았나. 이름 없는 꽃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잔잔하게 부는 바람에서 풀냄새가 느껴졌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길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문득 살아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느낀 기분을 윤하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안부> p287, 정진영 지음
너는 정말 대단한 일을 했던 거구나. 그리고 무척 외로웠겠구나. 너는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줬는데, 나는 너를 끝까지 외롭게 만들었구나.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안부> p290, 정진영 지음
<동상이몽>의 고진에 대한 시비를 보면서 문득 생각났던 건 잠실입니다. 지금은 '강남3구'라고 부르지만, 한 10년 전만 해도 강남 사는 친구들은 강남/서초에 잠실까지만 포함시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비교가 되냐'고 반문하면서. 서울 어디든 다락같이 집값이 오른 지금은 정말 옛날 얘기 같네요. 부동산 얘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분노 버튼'이 되어버린 지금은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강남 안에서도 테북(테헤란로 북쪽)이 테남 무시한다는 이야기 듣고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 테북과 테남... 전 이 이슈를 사실 잘 이해는 못했습니다. 테북이라봐야 압구정/청담/삼성이고, 테남은 대치동/개포동/도곡동 정도로 대표되려나요. 테남은 국내 최고 학원가라는 장점이 있지 않나? 하며 갸우뚱한 기억이 납니다. 물론 재건축 전망과 한강뷰를 따지면 테북이 압도적입니다만.
테북이 보기에 테남은 신흥 부자들이고 자기들은 좀 더 오래됐다, 뭐 그렇다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근데 다들 고만고만하지 않나요? 72년인가 구반포를 시작으로 강남개발이 시작됐고, 그게 잠실 마지막 착공까지 15년 정도 이어갔고, 그 나이 동서축 넘어 남북축으로 개포, 일원까지 이어졌으니까요. 원래 논두렁, 밭두렁 하던 땅이 상전벽해하기까지 15년 정도면 초반에 들어왔든 나중에 들어왔든 강북 부자들 보기에 우스운 드립인 것 같은데요. ㅎㅎ
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는데... 모르겠습니다. 정말 테북 테남이라는 구분이 있고 테북이 테남 무시하는 건지, 그냥 누가 지어낸 말인 건지요. 저는 '잠실 부심' 같은 것도 어리둥절하더라고요.
모든 게 '카더라~' 수준의 얘기이니 정확치 않지만, 강남3구에 송파구를 빼려는 쪽도, '강남-서초-잠실'까지만 인정한다고 얘기했던 쪽도 모두 '잠실 부심'이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ㅎ
어릴 적에 영등포에서 살았는데, 공부 좀 하니까는 팔학군으로 이사가자고 할 때 집을 알아보니 강남은 너무 비싸서 잠실로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생각나네요. 그런데 잠실부심이라니 경기도 사는 이십 년 동안 역전됐나봐요.
앞서도 몇 번 얘기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정진영 작가의 팍팍함(사회파)보다는 따뜻한 이야기를 더 애정합니다. <안부>는 그 중간선을 잘지나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사석에서 전국 자전거 종주를 했다는 얘기에 감탄하면서 듣기도 했고, 다음에 갈 땐 꼭 저도 끼워달라고 해놓고 막상 재작년인가 다시 출발할 때는 이런저런 핑계로 못 따라갔던 아쉬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곧 출간될 장편도 자전거 여행을 메인 소재로 하는 작품임을 알고 있어선지, 꼭 예고편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아쉽게도 저희 출판사에서 나오는 소설은 아니지만, 저도 어깨 너머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팍팍함과 따뜻함의 중간선을 잘 지나고 있는 작품이니 기대하셔도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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