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는 이 소설집의 서브 테마쯤 되는 거 같아요. 뒤에도 몇 번 더 나옵니다. ^^
3.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봤을 때는, 여러 명의 단체 춤을 예상했거든요. 앙리 마티스의 <춤>을 떠올리며 소설을 읽기 시작했어요. 저에게 있어서 춤은 '함께'이고, 고통을 '해소, 해방'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서 소설 속에도 그렇게 쓰일 거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처용무였군요. 소설 속 '춤'이 온갖 감정들이 들이닥쳐서 소화할 수가 없어 언어를 갖지 못하고, 뒤엉켜서 발산되는 '몸짓'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더 처절해 보이고 마음에 무겁게 남았네요. 신승은의 <쇳덩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어요. 단편을 읽으며 '다른 색깔 다른 모양 다른 무게의 쇳덩이'를 엿보았고, 제가 가진 쇳덩이도 덜그럭대는 걸 느꼈습니다. 어정쩡한 감정과 상황을 못 견뎌서 자주 더 파멸적으로 가려고 하는 저를 종종 발견하곤 하는데요. 깨지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커다란 바위도 아닌듯한 쇳덩이가 자꾸 덜그럭대는 삶을 생각하며 여운이 길게 남아요. 아래에는 언급한 <쇳덩이>의 노래 가사를 옮겨봅니다. - 숨이 잘 쉬어지지가 않아 영화 속에서 본 것 같은 쇳덩이가 왜 나의 가슴팍 위에 자리 잡고 있는지 숨을 왜 잘 못 쉬고 있니 네가 물었고 솔직히 말하고 싶었지만 쇳덩이가 왜 너의 가슴팍 위에도 자리 잡고 있는지 다른 색깔 다른 모양 다른 무게의 쇳덩이 서로가 들어줄 수 없는 딱 그 모양의 쇳덩이 왜 태어난 건지 모르겠어 엄마 아빠는 서로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누군갈 아프게 하는 사람을 도대체 왜 낳은 건지 어쩌면 거기서부터 난 잘못되어 있는 건지 다른 색깔 다른 모양 다른 무게의 쇳덩이 포옹할 때마다 귀를 닫고서 했었지 사랑을 잘 해보고 싶어 깨끗하고 행복한 사랑 애초에 내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누가 나서서 말해준다면 오늘부로 깨끗이 포기할 텐데 너의 뒤통수를 만지는 일도 함께 아침을 차려 먹는 일도 논쟁을 하다 와락 껴안는 일도 어쩌면 나의 상상 속의 행복 속의 상상 속의 행복 속의 상상 속의 행복이었다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포옹을 꼭 해보고 싶어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4. 주인공은 대학 시절 한국고대사 수업에서 “슬프지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더 슬퍼 보이는 법”(28쪽)이라는 교수의 말을 듣습니다. 작품 결말의 두 남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슬픔을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려는 모습은 왜 더 슬퍼 보일까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슬프지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한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슬프지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도 좋습니다.
슬픔이 가려진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아려요. 장기하와 얼굴들 - 나란히나란히 https://www.youtube.com/watch?v=wEYUGEFMoxU 전 이 노래가 그렇게 슬프더라고요. 나란히 나란히의 답가가 요즘 난리도 아니죠. 비비 - 밤양갱 https://www.youtube.com/watch?v=smdmEhkIRVc 노래를 연달아 들으면 속이 상해요 속이... 제가 이별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엉엉엉엉
제가 소몰이 창법 노래들을 싫어하거든요. 나 정말 슬퍼 우어어어~ 그 감성 과잉이 너무 질척거려서요. 미국 옛날 팝송들 중에 뭔가 슬픈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데 가사가 애매하고 멜로디는 신나는 그런 노래들 좋아해요. 캘리포니아 드리밍, 해브 유 에버 신 더 레인, 알비 오케이...
동감합니다. 그때 그 시절 R&B를 들으면 웃음 꾹,,, 남들 너무 심각한데 저만 피식피식,,,흐흐 팝 잘 모르는데 다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그 소몰이 가수들 흉내 코믹하게 잘 냅니다. 하지만 보여드릴 순 없습니다. ^^
혹여 오프 모임이 생긴다면,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셔플댄스도 ^^;;
와 재수사 범인만큼 궁금합니다!!!!!!!
영원히 궁금하실 예정입니다. ^^
4. 결혼하고 4년 만에 첫 아이가 태어나고 5년이 지나 둘째가 생겼습니다. 태어나지 못했지만... 잊고 지내는데, 상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가장 먼저 그 아이가 떠오릅니다. 가슴에 묻은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누구나 자신만의 애도가 담긴 사연이 있겠죠. 오늘 슬프게 보이지 않을지라도요. 그 슬픔 위에 일상을 켜켜이 쌓아가는 거겠죠.
강물이나 바람처럼 시간이 일상을 가져오고, 그 중 어떤 입자들이 곱게 쌓이고 퇴적되면서 응어리들을 덮는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슬프지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건 어른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암암리에 부과되면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면 아직 어른이 덜 되었다는 취급을 받지요 나혼자 감정을 폭팔해도 될 상황이 아니라 계속 여러 주변인들과 거미줄처럼 관계가 엮어져서 인 듯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가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내가 다른 이의 우산아래 숨어들기보다 내 우산 아래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나의 슬픔은 홀대받는 듯 합니다 그래야 책임감있는 어른의 자세라는 사회적 의무가 부과되는 거 같네요
문명인이란 ‘가면을 쓰고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쁨과 슬픔 모두 적당히 감추는 자세가 어른스럽다, 문명인 같다, 그렇게 여겨지는 거 같아요. 특히 남자 아이들은 ‘남자는 울면 안 돼’ 같은 말도 듣고요(요즘은 덜 그러려나요). 가면은 쓰더라도 자기 감정을 홀대하면 안 될 텐데요.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시'가 생각납니다. (이하 영화 스포일러) 영화 내내 보였던 주인공의 다소 이상한 행동이 자신의 잘못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의 애써 태연한 모습이란 것을 결말에 알게 되었는데 말씀하신 내용과 맥락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결국 슬픔을 드러내고 울면서 자신을 치유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말씀하신 문장에 공감이 갑니다.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아내에게 줄거리를 전해 들었어요. 저는 그 정도로 후회할 일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책이 오늘 오네요~ 하여, 4번을 먼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요. 중학교 동창 남사친이 중병을 앓다가 나았다가 결국 재발해서 하늘로 가버렸는데 모르죠 독실한 불교도라서 다른 곳으로 갔을지도. 부고를 알리는 핸드폰을 던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는데, 살면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마침 항의할 일이 있어 거기가 희생양이 되었고 끝없이 울다가 지금 하는 새 알바와 얼마 전 했던 콩쿨에서 연락을 마침 그날 받았었어요. 그날 그 연락이 올 이유는 없었는데 하나는 예정보다 미리 왔구요. 기이하더이다. 한 사람은 스케줄이 다 사라졌는데 나는 이렇게 할 일이 생기다니. 슬픈데도 약해지는 게 딱 싫으니까 며칠만 그러고 괜찮은 척 하다가 결국 탈이 났었습니다. 사십평생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사람이 고장이 날 수가 있구나~ 다행히 지금은 괜찮은데요. 너무 섣불리 나, 괜찮다고 하는 것도 잘못이구나 싶었어요. 위로를 받아야 마땅한 자리에 뭐 맡겨놓은 것도 없이 염치없이^^ 끝도 없이 요구하는 족속도 세상엔 존재하니 말입니다.
저는 파블로프의 개 마냥 “괜찮습니다” 하고 웃는 게 습관이 된 사람입니다.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일까 폐를 끼치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사람이 그냥 느려서일까, 모르겠어요. 나중에 ‘내가 그때 괜찮지 않았구나, 그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들이받았어야 했구나’ 하고 깨닫는 적이 종종 있어요.
저도 오늘 저녁에 책이 온다네요... 그래서 저도 4번부터... 슬픔을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모습이 더 슬퍼 보이는 건, 슬픈 것도 힘든데 감추느라 애를 쓰는 것도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러니까 '슬퍼서 힘듦 + 감추느라 힘듦 = 겁나 힘듦'을 보는 사람이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뻔한 답인가요...-_-a 어렸을 때 여자아이들 무리로부터 왕따(?) 비슷한 걸 당한 적이 있는데요, 무리의 여왕벌이 귀갓길에 아이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는데 저한테는 오지 말라고 해서 아주 쿨하고 나이쓰하게 웃으면서 '안녕!'하고 돌아서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으면서 돌아서던 스스로가 지금도 너무 가엾고 슬프게 느껴집니다. 아.... 이야기하다보니 또 울컥하네요.... ㅠ p.s.너무 오랜 세월 정답을 요구받고 살다보니 이런 질문에 답할 때 뻘소리하는 건 아닌가.. 하고 긴장하게 되네요 ㅋ... 촌스럽게스리... ㅎㅎ;
저도 학창 시절에 비슷한 일을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자아이들의 세계는 꽤나 복잡하고 치밀하죠. 작은 정치판 같기도 해요.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만의 노력이 필요하고, 내 편을 만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하지만 저는 그걸 잘 못해서 필요에 따라 자주 버려지기도... (저를 적당히 갖고 놀다 제자리에만 데려다 놓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SooHey 님이 말씀하신 여왕벌이라는 그 아이. 참 못됐네요. 너무 유치해서 유치하다고 말하기도 싫은데, 어른이 돼도 그런 유치한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이제는 저도 뭐 흥, 칫, 뿡입니다. 고생 많으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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