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하룻밤에 책을 다 읽은 탓인지 아니면 그새 며칠되어서인지 각 단편이 하나씩 떠오르는게 아닌라 전체가 가진 분위기로 기억되고 있는데, 책 속 누군가의 형이 말했던 현실은 삼국유사가 아니라 삼국사기라겅 표현이 기억나네요. 사실 삶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녹록하지 않죠. 우구나 정도차는 있지만 어려움을 겪기도 하구요.
제 현실은 가락국기나 백제본기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실전되어 버린 게 아닌가...
가야와 백제…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역사속의 나라들이네요. ^^; 그나저나 오타작렬이었네요!! 흐헉!
내가 처용인가, 지수의 남편이 처용인가? 내가 역신인가, 지수의 남편이 역신인가?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30, 정진영 지음
지수의 남편과 주인공 지수 중 누가 처용이고 역신이냐는 표현들이 인상깊게 남습니다. 또 마지막에 처용과 닮은 역신, 역신을 닮은 처용이 함께 어울린다는 표현이 뭔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미워한다, 하지만 또 모르기 때문에 미워할 수가 없다.. 결국 지수의 남편과 주인공 지수는 몰랐는지, 서로를 미워하는지, 혹은 미워할 수 없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마지막 장면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뒷맛이 참 달라지는 거 같습니다. 저는 지수 남편이 소주를 마시며 우는 장면에서 끝났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봤는데요, 더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을 테죠. 지금 결말은 처용과 역신이 지수 남편과 남자 박지수를 대신해 화해한 것 같아서 뭉클한 기운이 있는데요.
저도 작가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따지기 전에, 둘 모두 애착했던 대상을 잃은 상황에서 '미치거나', '춤을 출' 것을 강요받는 듯한 상황에서, 말도 안되게 둘이 얼싸안고 화해하는 것도 꼭히 더 '미친' 짓은 아니겠죠. 엔딩 부분에서 정말 소주 한 잔 생각났습니다. ㅎ
하지만 누가 처용이든 역신이든.. 괴로운 그들이, 서로 미워할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그들이 함께 어울리고, 제대로 부르지도 못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이 참 안타깝고 감명깊었습니다. 큰 괴로움 앞에서의 미움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싶네요
아주 큰 괴로움 앞에서도 사람들에게 선택지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복수귀가 될 수도 있고 춤을 출 수도 있고...
제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말없이 관계를 끊고 다시 연락 안 하는 무서운 사람이거든요. 싫어하는 인간은 많지만 격렬하게 미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요. 저는 제게 이익이 된다면 그 얼마 안 되는 미움의 대상과도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출 수 있을 거 같아요. 무섭죠? ^^
안녕하세요. 그믐에 처음 참여합니다. 1. 인간은 세계를 분류하지요. 어둠과 밝음, 나와 타인, 삶과 죽음, 성장과 쇠퇴, 기쁨과 슬픔, 만족과 고통, 옳음과 그름,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가해자와 피해자로. 하지만 실제 세계는 그렇게 똑 부러지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어둠과 밝음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화자와 여자 박지수의 이름을 똑같이 지은 것은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남자 박지수처럼 배신당할 수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할 수도 있지만 삶에 배신당할 수도 있죠.) 여자 박지수처럼 배신할 수도 있고요. (사랑, 신의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있죠.) 남자 박지수처럼 살아남을 수도 있고 여자 박지수처럼 병에 걸리고 죽을 수도 있어요. 남자 박지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수 남편에게 상처를 준 셈이 되었고, 어쩌면 그 남편은 남자 박지수의 존재를 알면서도 여자 지수와 결혼해서 남자 박지수에게 상처를 준 것일 수도 있어요. 여자 박지수는 두 남자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삶에 배신당해 질병과 죽음의 희생자가 됩니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이 충돌하기 때문이지요. 상처를 주는 자와 상처를 받는 자가 따로 정해져 있는 걸까요? 또한 질병, 사고, 죽음이 타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강남역 살인 사건과 세월호 참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요.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있다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화자인 나 박지수와 타인인 박지수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성껏 읽어주시는 분이 와주시니 기쁘고 반갑습니다. 처용이 살던 시절에 비해 현대인은 질병, 사고, 죽음을 더 적극적으로 지워낸 일상을 사는 듯해요. 그러다 질병, 사고, 죽음을 만나면 그 만남이 너무 개인적이고 비일상적이어서 더 충격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늘을 최대한 걷어내고 밝음 속에서만 살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어린아이 같은 욕심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주인공과 떠난 이의 이름을 같게 한 의도는 저도 궁금하네요. 저희끼리 이리저리 생각하는 게 더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합니다만. @꿀돼지 작가님, 여쭤봐도 될까요...? ^^
나이 들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이 선과 악, 빛과 어둠으로 완벽히 갈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저는 자기만 옳다는 확신을 가진 채 편을 가르며 절대적인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하고 해가 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정치에 몰입한 사람 중에서도 그런 사람을 참 많이 봤습니다. 홍위병 같은 존재들 말이죠. 주인공과 전 여친의 이름 둘을 같게 설정한 것도 그런 생각을 반영한 결과이고요.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다른 풍경이 보이는 법이잖아요. 내겐 똥차였던 사람이 남에겐 벤츠일 수도 있으니까요.
누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 뭐냐고 믈어보면 회색이라고 답합니다. 그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늘 경계인이고 싶습니다.
저 역시 경계인을 지향하고 회색인 사람이 사회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극단으로 치닫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동감입니다.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 무섭습니다.
아... 너무 공감 합니다. 어릴 때는 잘 몰랐어요. 모든 세상을 내 중심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점점 중심에서 떨어져나와 세상을 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권선징악, 빌런과 히어로가 명확한 이야깃거리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세상은 절대 동화가 아니라는 생각을 절실히 깨달으며 살고 있습니다. [현실은 '삼국사기'지 '삼국유사'가 아니야!] - 다시금 떠오르는 문장이네요.ㅎㅎ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정의로우며,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비겁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적당히의 선이 각자 다르다는 게 매우 어렵고 힘든 지점이지만 그렇게 부대끼는 게 우리 사는 세상이죠.
1.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현대에 들어서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우리 일상에서 멀어졌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예전에는 집에서 산파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고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를 치렀는데, 이제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전문가인 의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고요. 요즘은 생로병사를 모두 의사에게 의존하는 것 같아요. 2. 중세 후기 유럽에서는 '죽음의 춤' (Danse Macabre)이라는 예술 장르가 유행했다고 합니다. 기근, 전쟁, 흑사병으로 숱한 죽음을 경험하면서 생겨난 예술 장르라고 해요. 이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으로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가 있어요. https://youtu.be/Mhkg3umJdzI?feature=shared 김연아 님의 피겨스케이팅 프로그램 음악으로도 쓰였지요. https://youtu.be/0qMW8ZJsU_c?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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