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자신 있는 동네(신촌)였는데... 저 때문에 외국 노부부 한 쌍이 엄청 고생하셨을 겁니다. ^^;;;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장맥주

임쿨쿨
핫 쉴드가 어렵게 되었어요ㅠ

연해
외람된 말씀이지만 귀여우세요. 작가님.
심지어 먼저 다가갈 용기도 내셨는데 말이죠.
제 경우 조금 다른 케이스인데, 회사 퇴근길에 외국인 부부가 길을 물어본 적이 있어요. 회사가 명동 근처라 외국인 관광객이 많거든요. 근데 주입식 영어의 폐해인지, 들리기는 하는데 말을 못 하겠는 거에요. 그래서 팔로우미만 속사포랩처럼 쏟아내며 그분들을 장소까지 직접 안내해 드렸다는 슬픈 이야기. 영어를 잘 했다면 설명해 드리고, 저는 집으로 향했을 텐데, 머리가 멍청하니 몸이 고생하는 신선하고도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아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하며 자괴감에 빠졌지만, 그분들 앞에 가면 또 어버버 열심히 했을 거예요. 덕분에 초면인데 나란히 함께 걸으며 찾으시는 장소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습니다.

연해
오, 매너가 좋으시네요!
오래전이긴 한데, 퇴근길이던가. 밤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던 적이 있었어요. 하필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못해 저는 우산이 없었고요. 그래서 비를 쫄딱 맞으면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터덜터덜 집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저보다 몇 미터 앞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시는 두 부자의 대화가 들리는 거예요.
- 아빠 : 뒤에 오는 저 아가씨, 비 많이 맞는 거 같은데, 우리가 씌워줄까?
- 아들 : 안돼, 아빠.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괜히 그랬다가 오해만 생겨, 그냥 가자.
허허허허. 아드님 참 잘 키우셨습니다, 아버님. 아드님은 큰 인물이 될 것 같아요. 그렇지요, 사람은 자고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하하하하하...
@임쿨쿨 님을 만났다면 저의 이야기 전개가 조금 달라졌겠네요. 근데 막상 낯선 남성분의 호의를 받으면 놀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그 뒤로 우산이 없는 동성에게는 우산을 씌워드린답니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 계단에서 캐리어를 낑낑대며 들고 올라가는 여성분을 도와드리기도 했어요. 제 체구가 왜소한 편인데, 악바리가 있어 힘이 세서 그런가, 되게 놀라시더라고요.

임쿨쿨
아이고 감사합니다^^
지금이면 놀라 자빠질 이야기지만 저희 아버지가 출근길에 뛰어가는 분들 종종 태워서 모셔드리곤 했었어요. 그래서 아빠 차에 명함이 수두룩 빽빽,,,(아빠 진짜 그때 왜 그랬어,,?)
가족끼리 다같이 동대문 밀리오레나 두타 같은 데 옷 사러 가면 외국인들한테 길도 잘 알려주셨고요, 가판대에서 꼬부랑 오이를 파시는 할머니의 이른 퇴근을 위해 있는대로 다 사와서 오이 파티도 했었고요.(응팔 성동일이 생각납니다;)
크고 보니 저도 그냥 지나가지 못 하는 사람이 되었더라고요. 아빠 닮아서 저도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고, 길도 알려주는 일에 어려 움이 없는 것 같아요. 별 일 아닌데 누구에게는 구원일 수 있으니까, 저도 기분 좋더라고요:)
우산이 없어 비를 맞고 가셨던 연해님은 또 누군가를 구원하시네요!
저도 앞으로 동성 우산 씌워주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습니다.

여름섬
아~ 뉘집 아들인지 기특하네요^^
웃기고 귀엽고 씁쓸하네요
오늘 제가 사는곳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어요
지역소통카페에 어떤 분이 본인은 우비가 있다고 우산을 주고 가셨다는 글이 올라왔더라구요
곳곳에 선의를 베푸는 또 베풀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것 같아서 마음이 몽글몽글하네요~

연해
아, 인류애가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한없이 녹아내려요.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나라는 유독 사기범죄가 많다고 해서, 저는 원래도 겁이 많은데 낯선 분들에 대한 겁은 더더 많은 편이거든요. 근데 이렇게 따뜻한 미담을 읽다보면 선한 사람들은 여전히 그 영향력을 펼쳐가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든든한 마음도 들어요.

장맥주
아버지도 친절하시고 아드님도 친절하시고 연해님도 친절하신데... 쏟아지는 비를 원망해봅니다.

마키아벨리1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는데 제가 정상에서 흘린 지갑을 주웠다고 연락을 주신 거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 조차 몰랐었습니다. 금액은 얼 마 되지 않았지만 신분증 분실로 비행기를 타지 못 하였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고 나중에 생각하니 정말 그 분께 감사하는 마음 뿐 입니다.

장맥주
와, 정말 은인이십니다. 특히 제주도였다니... 저희 부부는 여행 중에 여권을 분실했다가 찾은 적이 있는데 정말 아찔하더라고요.

거북별85
8. 예전에는 눈에 띄는 큰 도움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살다 보니 너무 힘들거나 외로울 때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과 경청만으로도 힘이 날 때가 있더라구요. 특히 아이를 키울 때는 주변 사람들의 아이에 대한 따뜻한 미소와 칭찬만으로도 그 아이에게 큰 힘(자존감 향상)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저의 사소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답니다. (저도 그믐처럼 이렇게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일이 사람들의 책에 대해 좋은 기억을 공유하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장맥주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나 강아지를 보면 눈을 마주치고 웃어줍니다. 그러면 부모나 견주가 좋아하는 게 느껴져요. 그믐이 책 이야기들을 사소한 것이라도 잘 모아서 독서생태계 밑바닥에 잘 깔아놓는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게으른독서쟁이
맞아요. 맞아요. 따뜻한 눈맞춤이 참 중요하죠. 애들에게.
저는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잘하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얘기하다보면 아이들이 참 칭찬과 대화에 목이 말랐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끼곤 했습니다.
3, 4 년전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유독 말이 많은 1학년인가 2학년인가 남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 말에 대꾸를 잘 해줬더니 제가 봉사활동하는 날마다 제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따라다니면서 말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봉사활동 마지막날 이제 마지막이라고 인사를 했더니 "선생님~ 전화번호 뭐예요? 나 선생님 마음에 들어요." 하더라고요. ㅋㅋㅋ "그래? 나도 너 맘에 든다. 근데 전화번호는 못 알려주고 우리 동네에서 만나면 인사하자~"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녀석..잘 크고 있나 모르겠네요.

장맥주
그 녀석... 저는 20대 말까지도 용기가 없어서 못한 일을 그 나이에... 비범하네요.

가리봉탁구부
작가님 질문에 대한 마 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다른 분들의 답안을 컨닝 중이었는데요. @거북별85 님 말씀에 크게 공감하게 되네요. 맞습니다, 물질적인 도움이나 행동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눈빛이나 경청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거북별85
직속 상사분의 응원과 지지! 비싼 소갈비 회식보다 한줄기 빛이 되었을거 같아요^^
가끔 숨어 계시다 짠! 나타나서 따뜻한 눈빛과 응원 보내주시는 분들이 세상의 수호천사들 같습니다~
나르니아
이곳이야말로 꺼져가는 독서시장에 불씨를 살리는 징검다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부터도 이곳에 끼고싶어 오랜만에 공책에 정리하며 꼼꼼하게 읽었네요 ㅎㅎ 너무 많이 들으셨겠지만(저는 처음이니) 이런공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맥주
제가 감사합니다. 독서생태계를 살리는 대단한 일까지는 이루지 못해도 징검다리 역할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할 거예요.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독서 모임에 합류하신 것도 환영합니다. ^^

느려터진달팽이
코로나 이후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어떤 여유가 실종된 현대사회에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겠지만, 서로를 품는 어떤 사회적 자본을 길러주는 온라인 독서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독보적인^^

장맥주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회적 대자본이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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