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그 프로그램을 보지는 않지만 제가 부모로써 교사로써 경험한건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는 그게 가능하다는거에요. 아무래도 자라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사회규범을 따르고 남의 눈을 인식하게되는건 당연한거구요. 다만 특수한 경험이나 상황때문에 일반적인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물론 있고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제대로 된 상담이나 교육을 받지 못한채 힘든 어른이 되는듯도 하구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모자란 생각입니다.
슬픔을 삭일 마음의 힘도 없으면서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해서 머리카락을 뽑거나 자해를 하는 아이들이 가끔 나오는데 되게 마음 아프더라고요. 아이도 없고 교육 현장과도 멀다 보니 그냥 이렇게 TV 보면서 어쭙잖고 단편적인 감상만 늘어놓네요.
책에서 나온 것처럼, 춤을 추지 않으면 미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오히려 슬픔의 정서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때는 다시금 시도할 수 있을 때가 대부분인 것 같은 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을때,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일때 슬픔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것 같달까요..
이런 때 몸치는 억울합니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런 장면들을 봤는데 적으려고 하니 딱! 떠오르는게 없어가지고... 아! 그나마 하나 떠오르는 건 정용준 작가님의 <사라지는 것들>이라는 단편입니다. 할머니가 손주 두 명을 돌보는 과정에서 작은 손주를 교통사고로 잃게 되는데요. 그 후 가족들이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봐 아무도 함부로 슬픔을 드러내지 못하고 참고 참는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는 왜 막 펑펑 감정을 드러내고 슬퍼하는 모습보다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 쪽을 더 슬프게 느낄까... 하고 생각해 봤는데... 어쩌면 나의 기질과도 관련이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제가 남들 앞에서 기쁜 감정은 엄청 잘 드러내는데 슬픔 감정은 잘 안 드러내거든요. 슬픈 건 혼자 있을 때 드러내는 편이라... 근데 그게 일부러 그런다기 보다는 그런 감정이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해야하는 일도 있고 감정을 엄청 드러내는 사람도 있고 하니 분위기가 번잡스러워서 그런 감정이 다 채워지지 않다가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있을 때 아무 생각없이 있는 듯 하다가 하나씩 둘씩 감정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나를 가득 채우면 그때서야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데에도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 같네요. 홀로 슬픔을 감당하며 울 때도 왜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지... 항상 숨죽여 소리죽여 우는 것도 타고난 기질인가보다 싶네요. 짧은 단편이었지만 굉장히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여운이 있는 작품들이 좋더라고요.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로 제목을 바꾸신 것 잘 하신 것 같습니다. 전 <처용무>보다는 바뀐 제목이 훨씬 좋네요. ㅎ 표지도 여성 작가의 책같은 분위기 성공인 것 같습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는 남성 작가의 작품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요. ㅎ
제가 실망하거나 슬픈 일을 잘 감추는 사람인데, 사람들은 저한테 실망스럽거나 슬픈 일이 안 일어나는 줄 알더라고요. 쩝.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의 한 장면에서도 그가 그런 대사를 하면서 울던 장면이 생각나요. "사람들은 내게 슬픈 얘기만 해."
케이-팩스지구에서 1천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케이-팩스라는 행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정신병원에 들어온다.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이름은 '프롯'. 지구의 빛이 너무 밝아 절대로 선글라스를 벗을 수 없다는 그는 유쾌하고 밝은 성격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 곳에서 '프롯'은 케이-팩스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케이-팩스로 갈 것이라는 '프롯'의 말에 병원 환자들은 모두 그와 함께 가기를 원하며 난동을 부린다. 그러나 '프롯'과 그의 고향 케이-팩스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병원 환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을 써서 서로 앞다투어 '프롯'에게 건넨다. 늘 바쁜 정신과 전문의 '마크'는 하루 종일 환자들에게 시달려 몹시 지쳐 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는 한 남자가 상담실로 들어왔다. 그냥 정신병자로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의 문제가 과도한 망상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 마크는 그의 내면에 숨겨진 것을 밝혀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노력들은 실패로 돌아가고 마크는 '프롯'의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간다. 점점 '프롯'에 대해 애매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그는 삶에서 믿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 순간 '마크'는 가족과 주위의 모든 것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롯'은 가야할 때라고 말하며 케이-팩스로 떠나겠다고 한다.
이거 재밌게 본 영환데... 신랑덕분에 알게 된 영화인데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네요.
슬픈데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떠올리게 해요. 마음껏 슬퍼할 수 없는 데에는 대부분 마음 아픈 사연이 함께 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요. 세월호참사 당시 뉴스에서 보았던 기자, 앵커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는 양조위 얼굴을 볼 때마다 슬픈데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표정으로 보여요.
작가님 얘기를 듣다보니 <중경삼림>에서 비누를 어루만지며 야위었다고 혼내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양조위를 볼 때마다 느끼는 석연치않음... 이것이었군요!
'석연치 않음'이라고 쓰고 '치명적 매력'이라고 읽습니다.
한때 제 눈에는 양조위와 주성치가 너무 닮아 보여서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몰랐어야 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ㅎㅎ 지금은 작가님 말씀에 공감, 동의합니다.
어우... 저 신고하기 누를 뻔... 주성치도 매력적인 배우이기는 합니다만...
ㅎㅎㅎㅎ 이미 많은 지탄을 받았던 터라... 저는 다만 주성치 팬이 등장하지 않기만을 바라겠습니다.
천만 주성치 팬이 몰려와도 진실은 죽지 않습니다. ㅎㅎㅎ
와 정말 많은 대화들이 오고 갔네요. 조금(?) 늦었지만 밀린 방학 숙제를 끝내는 기분으로 짧게 적어 보았습니다 ^^; 1. 보통은 밤에 잠을 잘 자는 편이지만 가끔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룰 때, 걱정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아예 걱정을 잊기 위해 다른 놀이를 찾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두고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굳이 잠을 자려고 하기보단 책을 다시 펼쳐서 공부하거나, 가까운 사람의 건강이 나빠져 걱정이 되면 게임을 하면서 그 걱정을 떨쳐버리려고 하는 식으로요. 2. 인도 영화 RRR에서 나온 Let's Naacho! 라는 춤을 재밌게 봤어요. 두 주인공이 친구였다가, 적이었다가, 또 다시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인도 특유의 과장도 함께 ㅎ) 영화입니다. https://youtu.be/_pFWWmp24YM?si=QFuEN039TMyY0-_i 3.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를 읽으면서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처용이 춤을 춘 이유에 대해 스스로의 (아마도 작가님의) 생각을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한 부분이 참 '친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에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정말정말 어려웠거든요 ㅠㅠ 이렇게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너무 좋았습니다. 더 깊은 속내가 작품 속에 있는지까지는 찾지 못했지만요. 4. 가까운 가족분들이 돌아가셨을 때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확히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해서 가끔은 내가 소시오패스는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다만 그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여전히 너무 먹먹합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한 건 아니지만, 슬프지만 일반적인 슬픔의 표현 방식이 아닌 저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제 속에 담아두는 사람인가봅니다, 저는.
아이고, 링크해주신 영상 재미있습니다. 멜빵 춤이 인상적이네요. 그런데 저 춤을 오래 추면 한쪽 다리만 너무 혹사당하는 거 아닌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는 훈련을 10년 이상 받았어요. 쉬운 글을 쓰는 게 어려운 글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현학적인 표현이 뜻을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발화자의 무지함이나 혼란스러움을 감추느라 그렇게 된 거더라고요. 문학 글쓰기는 저널리즘 글쓰기와 다르지만 평론가들을 알게 되면서 무지함이나 혼란스러움, 할 말 없음을 감추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 모습을 자조하는 평론가도 있었고, ‘요사스럽다’고 표현하는 문학 기자도 있었어요. 저는 문학계 종사자들이 텍스트를 잘 이해하지 못할 때 ‘나도 모르겠다, 나도 혼란스럽다, 딱히 할 말이 없다’고 솔직히 말한다면 독자들이 문학을 더 사랑하고 글을 더 열심히 읽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제가 소시오패스인가 하고 걱정합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과공감, 과몰입이 점점 심해지는 거 아닌가 하는 반대 걱정도 합니다.
전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늘 우울했어요. 그런데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나마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죠. 그럼 엄마가 더 마음 아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밝게 웃고 밝게 행동했던 것 같아요. 현실은 시궁창인데 얼굴은 꽃밭이라니, 나중 친구들이 저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전부 오열했다는 ㅠㅠ 하도 밝아서 부잣집 딸인 줄 알았다고 ㅠ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어린 나는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요...그 어린 내가 너무 가여워 울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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