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감사한 말씀입니다.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을 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곤 했어요.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이런 글을 쓸지, 아니면 제 글이 바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일단은 팔리는 글부터 써야 하지만...
슬프지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더 슬퍼 보이는 법입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p. 28, 정진영 지음
이 작품 내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문장이긴 한데 사실 저는 슬프지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게 아니라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항상 더 가슴아프고 슬프게 다가오더라고요. 초연한 것도 아니고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애쓰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담담해보이는... 감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 게 아니라 어떤 감정인지 잘 느끼지 못하고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잘 몰라서 그저 담담해 보이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 ?? 특히 감정을 마구 드러내도 되는 어린 아이들이 그럴수록 더 슬프고 그렇더라고요. 모든 아이들이 빨리 철들지 않으면 좋겠어요. 빨리 철들고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생각하면 저는 그냥 막 속상해요. 어른들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나는 지수의 죽음을 직접 보지 못했다. 나는 그저 지수와 나눈 추억을 서랍 속에 잠시 넣어두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와 지수는 아직 이별하지 않았다. 나는 말도 안 되 는 억지 논리를 펼치며 지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저는 이 부분을 읽다가 문득 나도 그런 것은 아닐까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너무 버거워서 회피하고 있던 것일까? 그래서 나의 밤이 괴로워진 것일까? 그렇게 복잡한 심정으로 읽으면서, 인물들 모두의 복잡한 상황과 사정과 감정들을 이해할 것만 같은 그런 단편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는 [온갖 쌍시옷이 들어간 접두어를 더해 인물들 모두다 그냥 행복해지면 좋겠다라는 말을 씹어서 뱉어냈]습니다. 하하하!
제 상황도, 제가 원망하는 사람들의 상황까지 포함해서 이 단편에서처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시도는 해보는데 잘 안 됩니다. 그나저나 제가 욕을 꽤 잘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임팩트 있게 하려면 쌍시옷은 딱 한 번 들어가는 게 좋더라고요.
나도 헌책방 주인같은 어른을 만났더라면...하는 생각을 했어요. 어릴 때 호기심 많고 궁금한 걸 못 참는 편이어서 질문이 많았어요. 애석하게도 바빠, 몰라, 쓸데없는 생각 한다 뭐 이런 대답을 주로 들었지만. 그래서인지 헌책방 주인의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때때로 누군가를 보면서 '나도 이런 어른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면 그 상대에 대한 존경, 동경심과 함께 나의 결핍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헌책방 주인을 보면서는 어린 시절과 지금 모두에 해당하는 결핍을 보았네요. 처용의 아내가 죽을병에 걸린 것일 수도 있다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처럼 넘겨 보았는데, 지수가 암에 걸려 죽었다는 점과 지수의 남편과 화자가 한바탕 뒤엉키고 또 노래 부르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교수님의 의견에 마음이 확 기울었어요. 그리고 처용의 아내가 병에 걸린 게 아니라면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까지 어떤 마음 상태였을까, 지수는 결혼을 선택하는 과정과 결혼생활 동안 어땠을까 하는 대답 없을 물음표도 그려보았네요. 작가님도 이름뿐 아니라 성도 같은 사람을 만난 적 있으신가요? 박지수들처럼 생활반경 안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쳐야 했던 사람들 중에서요. 있었다면 어땠는지,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저와 성까지 같은 동명이인을 만난 적은 없고 그런 분이 있다는 건 알아요. 이동 양봉을 하시는 분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동 양봉에 관심이 생겨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고, 그 얘기를 소설에 써먹기도 했어요. @꿀돼지 작가님은 성까지 같은 동명이인을 만나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동명이인이 주위에 많았습니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한 반에 저를 포함해 세 명의 이름이 성까지 같았던 적도 있고, 대학 시절에는 저와 동명이인인 여학우와 한 학기 내내 옆자리에 앉아 교양강의를 들으며 뻘쭘했던 적도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0년대 초반쯤에 '정진영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다음 카페에서 저를 초대한 사건입니다. 카페 회원 전원의 이름이 정진영이고 회원 수가 60명이 넘었습니다. 조금 활동하다가 우스워서 탈퇴하고 말았죠. 데뷔 때 필명을 쓰지 않은 걸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 동명이인이 많기도 하고, 제 얼굴과 소설과 이름이 잘 매치되지 않아서요.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바꾸기도 애매하고요. 한때 늦게나마 필명을 '정거북'으로 바꿀까 생각도 했었는데 참았습니다.
전 동명이인이 거의 없어서^^ 동명이인이 많은 이름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데 인터넷 사회가 되면서 저는 제 이름을 거의 안 쓰는 것 같아요. 실명을 거론하는 곳에 가면 관계가 전통적이 되고 닉네임을 쓰는 곳은 관계가 좀 평등해지는 것 같아 좋고. 기존에 저에 대한 생각이 따라오지 않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떤 작가가 쓰는 글에 따라 필명을 바꿨다고 하는데 그렇게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ㅎㅎㅎ
출판사가 절대 원하지 않을 겁니다. 그랬다가는 책이 더 안 팔릴 거라면서 ㅎ
정거북이라면 저도 별로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좀 남녀성별 구분이 어려운 그런 이름이라면 찬성하실지도?
'정거북'으로 바꾸면 소송 걸 겁니다. - - +
ㅋㅋㅋ 정진영의 모임, 좋은데요~ 저도 아주아주 흔한 이름이라 당시엔 성만 다른 친구들이 중학교 땐 한 반에 4명이나.. 저 포함해서요. 좋은 건 원래 그렇다고는 하지만...ㅋㅋ
막상 카페에 들어가서 활동하다 보니 좀 기괴하더라고요. 정진영만 수십 명이 모여서 뭐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ㅎ 저도 장강명 작가님처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바로 한 사람만 뜨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이번 생에 이 이름으로는 틀렸습니다. 저보다 훨씬 유명한 동명이인이 많으셔서 말입니다.
아니, 무슨 붉은머리클럽도 아니고... 제가 들어본 카페 중에.제일 희한한 카페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그리고 들어본 카페 중 가장 기괴한 카페입니다. 올라오는 글들이 다 이상했어요. 무슨 밀교도 아니고 ㅎ
ㅋㅋㅋㅋ 타임라인의 글을 보면서 특징 잡으며 그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재미도 있지 않았을까요...
다음 카페에 다들 닉네임으로 활동했으니까 다 구별은 됐어요. 그런데 모인 이유가 서로 이름이 같다는 것 뿐이어서. 나중에 오프라인 모임도 추진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탈퇴했습니다. 이미 20년도 넘은 과거 이야기입니다.
저는 MBTI 카페를 보면서 좀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MBTI가 같은 사람들끼리 왜 모여야 하는 건가, 모여서 뭘 어쩌자는 건가 싶었습니다. 제가 I이고 T여서 그런 생각을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MBTI 카페도 있나요? 같은 MBTI끼리 모여서 뭘 도모하자고 ㅎ 그냥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야 싸우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실은 저도 I이고 T입니다. 남들 다 하는 거 굳이 하고 싶지 않아서 외면했는데, 아내가 자꾸 해보라고 해서 몇 차례 해봤습니다. 저는 INTJ만 계속 반복해 나오더라고요. 그러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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