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지내셨군요 어디가 살기 좋았고 어디가 지내시기 좀 불편했는지도 궁금해지네요(지역의 특성이나 지역사람들에 따라)... 저도 매끈한 신축 아파트도 좋지만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큰 나무가 무성한 아파트도 좋더라구요. 어떤 공간이든 그 공간을 함께한 사람들에 따라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거북별85

연해
저는 이번 편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는데요. 저 또한 현재 살고 있는 곳이 원룸이고 6평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무섭게도(?) 전세에 살고 있고, 처음 이곳을 계약할 때부터 의가 상했습니다. 다세대이고, 오피스텔인데 매매가의 절반 이상이 근저당으로 잡혀있더라고요(비율로 치면 전세보증보험 가입도 아슬아슬하게 어려울 만큼요). 그래서 잔금을 치르는 날 근저당을 갚는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계약을 진행했죠. 근데 막상 당일이 되자 임대인이 근저당을 갚지 않고 버티시는 거예요(자기가 나중에 은행에 알아서 갚을 테니 걱정말라고 말이죠). 원래는 잔금 치르는 날, 제가 전세금을 입금해드리면 같이 은행에 가서 근저당을 갚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렇게 계약을 파기할 뻔 했는데, 뭐 어찌저찌해서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계약 만기인데, 왠지 지금 저의 집주인도 이 책의 집주인처럼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것 같고, 그 과정이 굉장히 지저분하게 진행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오피스텔의 가치는 연식이 오래될 수록 점점 떨어지고, 제가 살고 있는 이곳도 매매가와 전세가의 가격차이가 거의 비슷해져버렸거든요).
전세살이 쉽지 않고, 특히나 여자 혼자라 그런지 공인중개사와 임대인, 중개보조인까지 합세해서 몰아붙이면 제가 참... 힘들더라고요. 처음 이 집을 알아볼 때 여기저기 혼자 발품팔던 기억도 떠오르고, 이번 편은 여러모로 제 추억(?)들이 고스란히 떠올라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임대인들은 왜 이렇게 다들 무섭고 앞뒤가 다르신 걸까요. '팍타, 순트, 세르반다'를 외치시더니 뒤로 갈수록 점점 가관이던데, 읽으면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연해
저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층간소음으로 꽤 오랜 시간 고통받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피스텔이라 구조상 더 울리는 편인데, 주기적으로 싸우는 커플(인지 부부인지)이 있어 정말 괴로웠어요. 싸우는 시간도 꼭 새벽 2시~4시? 이쯤이라 더 무섭더라고요. 서로 욕하고 소리치고 물건 던지는 소리도 나고, 한번은 여성분이 살려달라고,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소리쳤던 적이 있는데 당시 저는 저부터도 일단 혼자 살고 있어 행여나 있을 보복이 두려워 차마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여성분의 비명에 이렇다 할 행동도 못하고, 핸드폰만 손에 꼭 쥐고 덜덜 떨면서 소리죽여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제 자신이 굉장히 무력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도 그 커플은 여전히(?) 새벽에 서로 죽일듯이 싸우더니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고요. 아마 저 말고도 다른 이웃들의 민원이 있었던 건지, 언젠가부터 층간소음 경고방송이 오피스텔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퍼지기 시작했죠. 그 시기가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습니다. 모두 집안에 갇혀있다보니 여기저기 층간소음 이슈로 뉴스며 기사며 시끌시끌했죠. 저도 그분들 덕분에(?) 귀가 트였고(원래도 청각이 예민한데), 한동안은 길거리를 다닐 때도 여성분들이 꺄르르 웃는 큰 대화소리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서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자체도 집값에 맞추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고,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동네 자체가 워낙 낙후되어 있고, 유흥시설이 많아 밤길은 굉장히 위험하고, 여기저기 술취한 사람들이 많아요. 실제로 낯선 남성이 계속 따라오는 바람에 1시간 가량을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경찰서 근처만 배회하다 집에 돌아간 적도 있고요. 그나마 마음에 드는 건 큰 재래시장이 있어 장볼 때 좋다는 점?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잘 몰랐는데, 혼자 살아보니 제가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지 윤곽이 그려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집 자체도 중요하지만 동네 주변 환경이 제 삶의 질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연해
전에 읽었던 책인데, 이 동네에 살면서 이 책의 문장이 너무 와닿았어요.
"혹시 댁에 남자 어른 계시나요?
어떻게 그렇게들 쉽게 알아 버리는 걸까, 내가 겪은 일들이 왜 그런 식으로 설명되는 걸까. 궁금해하는 내게 경찰은 또 그러면 전화 달라는 말과 함께 평상시 창문을 닫고 남자 어른이 있는 듯 집을 꾸며두라고 조언하고 돌아갔다. 그게 그의 최선이었다는 걸 알아서, 나는 원인과 결과가 그런 논리인 세상이라면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여자 셋이 살면 창문도 열 수 없는 겁니까, 묻는 대신 창을 걸어 잠갔고 쭉 열지 않았다. 오 년 가까이 환기되지 않는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었고 책을 읽었고 고양이 그림자에도 잠을 설쳤다."

연중무휴의 사랑 - 나와 당신을 감싼 여러 겹의 흔적들1990년생 백말띠 여성 임지은의 산문집이다. 그가 여기에 쓴 33편의 글엔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연민이 배어있고, 그 톤은 서늘한 동시에 유쾌하다. 무엇보다도, 터무니없을 만큼 솔직하다. 이 산문집은 어느 딸의 책이며, 어느 장녀의 책이다.
책장 바로가기

거북별85
맞습니다. 가끔 집을 구할 때 그냥 새로 멋진 인테리어를 한 집을 보면 덜컥 구입하거나 이사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데, 전 집이 좀 오래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을 주로 보고 이사하고 싶은 편입니다. 저도 첨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아이를 키우며 살다보니 좀 더 그런 점에서 신경쓰게 된 거 같습니다.
@연해님의 글을 읽다보니 불안한 느낌이 너무 잘 느껴지네요. 이런 경험들이 @연해님이 앞으로 좋은 곳으로 이사할 때 많은 지침이 될거예요. ^^

연해
으아, 감사해요. @거북별85 님:)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좋은 곳으로 이사할 때 많은 지침이 될 거라는 말씀! 헛된 경험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제가 더 단단해지는 기분입니다(맷집을 더 키워보겠습니다).

느려터진달팽이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hug에 가입하신 상황이라면 크게 걱정하실 일은 없으실듯 해요. 최악인 경우에라도 떼일 일은 없으니까요. 임대차보증금은 최우선 변제금인가에 해당하기에 재수없게 경매 처분을 당하더라도 일련의 과정을 통하면 받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일단 보험이 있으니까요. - 그 일련의 절차로 일부? ㅠ 받아냈던 1인

로미
대학 때부터 원룸에 살면서 집에 들어갈 때마다 수난이었단 것 같아요. 뒤에 누가 따라오지 않나 하는 두려움이요. 아마 여성분들은 한번쯤 겪었을 두려움일듯 한데 진짜 한번이라도 경험하면 그 집에 못살고 또 이사가고 그런 수난이 너무 슬퍼요. 정말 심각하게 겪으신 분들 보면 화나고 열받고 처벌이 약한 게 안타깝기도 하고요.
저도 나중에는 좀 안전한 지역에 오피스텔로 갔는데 안전한 집에 산다는 게 행복이었어요. 3분 거리 스타벅스, 5분 거리 극장이어서 혼자 영화도 보고요.

연해
아... 저 @로미 님 글,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저는 실제로 집에 가는 길에 누가 따라오거나 늦은 밤 현관 비밀번호를 계속 누르거나, 낯선 사람이 인터폰으로 제가 살고 있는 곳을 호출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핸드폰 창에 112를 누르고 대기만 하게 되더라고요.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신고하려고 혼자 침묵 속에 떨었는데, 그 공포감은 정말이지... (그래서 집에 각종 호신용품이 많습니다. 후추 스프레이, 전기 충격기 등등)
제 지인 중에 한 분은 전 남자친구가 집에 자꾸 찾아오고 스토킹하는 바람에 이사갈 수밖에 없었다는 경험을 털어놓으신 적도 있는데, 듣는 제가 다 무섭고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안전한 곳으로 이사가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전한 집에 산다는 게 행복이었어요."라는 말씀도 깊이 공감합니다. 안전함이 삶의 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저도 독립하고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에요.

느려터진달팽이
거의 장류진 작가님의 단편이 생각나네요. 😱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류진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8편의 소설이 수록되었으며, 주로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장 바로가기

연해
앗, <새벽의 방문자들> 말씀이실까요. 저도 그 편을 읽으면서 심장이 두근두근했어요!
근데 주인공처럼 상대들의 표정을 살필 만큼 대범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나중에 연극으로도 나와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떠올라요.

장맥주
새만금 잼버리에 쓴 돈이 13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1인 여성 가구가 333만 명이라고 하고요. 저 1300억 원으로 여성 가구, 특히 아파트단지가 아닌 빌라촌, 원룸촌에 방범 경보기와 CCTV 설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느려터진달팽이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자체에서 해주고 있더라구요~ 이사오기 전 동네에도 있었어요. 여기에서도 하릴없이 이런 저런 보고서들을 보며 killing time을 하다 사실 오늘 발견했는데요. 문열림센서, cctv 등 세가지 패키지 📦 를 주던데 이걸 설치할까 하던 차였는데 말이죠^^

장맥주
아, 이미 그런 사업들을 지자체가 하고 있군요. 다행입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제가 직장다닐 때 원룸에서 자취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원룸에 들어갈 때 청소비를 지불했었어요. 청소 업체 불러서 깨끗이 입주 청소를 해준다고 하라 그래서 제가 대구에 살고 있었고 직장은 대전이라 청소를 하러 따로 가기도 그렇고 내가 하는 것보다 그게 낫겠다 싶어서 돈을 지불했거든요. 그런데 이사 들어가 보니 청소가 안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임대인 부부에게 얘기했어요. 왜 청소가 안 되어 있느냐고 A/S 해달라고 해야겠다고 청소업체 연락처를 달라고 내가 연락해봐야겠다 했더니 알겠다고 하고 연락처를 주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후 일찍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임대인 부부가 저의 집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둘이서 베란다 청소를 하고 있더라고요.....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결국 뭐하시는 거냐고... 다시는 이렇게 말없이 들어오지 마시라고 하고 청소도 뭐 그냥 그렇게 끝났죠 뭐...
맑은주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들어오면서 한 리모델링 공사에 하자가 있어서 스트레스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층간 소음 때문에 짧게 짧게 피신해 있던 일도 있었고요. 음..쓰면서 다시 떠올리니 스트레스 지수 올라가네요.ㅎㅎㅎ;;;
어릴 때 세들어 살던 집이 생각나요. 주인집과 우리집을 포함해 4가구가 세들어 살던 곳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인집 아주머니가 저를 돌봐주시곤 했어요. 아주머니를 비롯해서 주변 어른들이 저를 정말 아껴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다락방, 공동마당과 대문밖 텃밭에서 자라던 나무랑 식물들, 커서 생각해보니 이상하리만큼 순했던 주인집 셰퍼드, 언니오빠들 사이에 깍두기로 껴서 놀던 그때. 부모님은 달리 기억하시겠지만ㅎㅎ 저는 그집에서 살던 때가 많이 좋았어요.^^

연해
와... @맑은주 님 글을 읽으면서 저도 어릴 때 살던 동네가 생각났어요. 그때만 해도 이웃들과 정(?)을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곤 했는 데 말이죠. 부모님이 일 나가시면 주변 어른들이 챙겨주실 때도 있고,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소식은 도란도란 같이 나누기도 하면서 말이죠(물론 의가 상하는 일도 가끔은 있지만요).
"부모님은 달리 기억하시겠지만"이라는 말씀도 공감돼요. 어릴 때 이야기하면, 부모님의 기억 속 그때 그 시절은 먹고 살기 힘들어 하루 하루가 고단했던 시기더라고요. 어린 저와 오빠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너풀너풀 뛰어다니기 바빴지만요.
맑은주
저희 부모님도 어려웠던 시절 종종 말씀하시는데, 언제부턴가 부모님이 옛날 이야기하실 때면 부모님이 지금 내 나이와 같으셨을 때를 상상해봐요. 왠지 뭉클해질 때가 많더라고요.^^
저희집에는 그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언나들이 무려 네 명이었습니다.ㅎㅎㅎ

장맥주
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어렸을 때 월세방에 저희 가족이 산 적이 있나 봐요. 어머니 가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내고 거기에 더해 눈치 보면서 식모처럼 그 집 거실이며 복도며 걸레 청소해주느라 고생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걸 나중에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 시절에는 4인 가족이 한 방에서 사는 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
게으른독서쟁이
제가 초2 때 저희 가족이 아빠 회사때문에 대구로 이사를 왔거든요. 초2~초5 1학기까지 세들어 살던 집이 있었는데요. 전 그 집에서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요. 몇 년 전에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그 시절 얘기까지 나왔는데 그 집주인이 얼마나 너네 눈치를 줬는지 너무 속상했었다고 ㅋㅋㅋ 저랑 제 동생은 주로 밖에 나가 놀았고 집안에서는 많이 놀지도 않았었는데 뭐 걸핏하며 뭐라고 했었나 보더라고요. ㅎㅎㅎ 그 얘길 듣고 그런 걸 모르고 자라서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다 알고 자랐으면 얼마나 기죽어 자랐을까 싶더라고요. ㅋㅋ
좋은 아주머니인 줄 알았는데 엄마한테 그렇게 했다는 얘기듣고 좋은 기억은 없는 걸로.. ㅋㅋ 아줌마 다소 미워하기로 했어요.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