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맑은주 님 글을 읽으면서 저도 어릴 때 살던 동네가 생각났어요. 그때만 해도 이웃들과 정(?)을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곤 했는데 말이죠. 부모님이 일 나가시면 주변 어른들이 챙겨주실 때도 있고,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소식은 도란도란 같이 나누기도 하면서 말이죠(물론 의가 상하는 일도 가끔은 있지만요).
"부모님은 달리 기억하시겠지만"이라는 말씀도 공감돼요. 어릴 때 이야기하면, 부모님의 기억 속 그때 그 시절은 먹고 살기 힘들어 하루 하루가 고단했던 시기더라고요. 어린 저와 오빠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너풀너풀 뛰어다니기 바빴지만요.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연해
맑은주
저희 부모님도 어려웠던 시절 종종 말씀하시는데, 언제부턴가 부모님이 옛날 이야기하실 때면 부모님이 지금 내 나이와 같으셨을 때를 상상해봐요. 왠지 뭉클해질 때가 많더라고요.^^
저희집에는 그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언나들이 무려 네 명이었습니다.ㅎㅎㅎ

장맥주
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어렸을 때 월세방에 저희 가족이 산 적이 있나 봐요. 어머니가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내고 거기에 더해 눈치 보면서 식모처럼 그 집 거실이며 복도며 걸레 청소해주느라 고생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걸 나중에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 시절에는 4인 가족이 한 방에서 사는 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
게으른독서쟁이
제가 초2 때 저희 가족이 아빠 회사때문에 대구로 이사를 왔거든요. 초2~초5 1학기까지 세들어 살던 집이 있었는데요. 전 그 집에서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요. 몇 년 전에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그 시절 얘기까지 나왔는데 그 집주인이 얼마나 너네 눈치를 줬는지 너무 속상했었다고 ㅋㅋㅋ 저랑 제 동생은 주로 밖에 나가 놀았고 집안에서는 많이 놀지도 않았었는데 뭐 걸핏하며 뭐라고 했었나 보더라고요. ㅎㅎㅎ 그 얘길 듣고 그런 걸 모르고 자라서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다 알고 자랐으면 얼마나 기죽어 자랐을까 싶더라고요. ㅋㅋ
좋은 아주머니인 줄 알았는데 엄마한테 그렇게 했다는 얘기듣고 좋은 기억은 없는 걸로.. ㅋㅋ 아줌마 다소 미워하기로 했어요.

연해
우선 이 공간을 너무 도배하고 있는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ㅋ).
어제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를 너무 욕(?)만 한 것 같아서 오늘은 좋은 점 하나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제가 이곳에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이 동네의 모습입니다. 무서움도,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지는 여명의 시간인데요. 출근길에 중앙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다 복도의 코너를 돌면 제가 살고 있는 곳과 정반대 집의 복도 창문 앞 노을에 시선이 닿아요. 이 동네에서의 하루 중 유일하게 감수성이 한껏 차오르는 시간과 장소랍니다.
날이 점점 풀리면서(근데 오늘 새벽은 겨울 같기도) 해가 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요. 보통은 어둑어둑할 때 나가는데, 오늘은 나가는 길에 예쁜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았네요.
다들 월요병을 씩씩하게 이겨내고 상쾌한 한 주 맞이하시길 바랄게요:)

연해


장맥주
연해님의 도배는 사랑입니다... ♡
그런데 설명해주신 노을 보는 순간이 제가 좋아하는 한 소설의 장면과 굉장히 겹칩니다. 노을이야 누구나 매일 보는 것이지만 그 전후의 사정이요. 혹시 제니퍼 이건의 『깡패단의 방문』 읽으셨나요? 안 읽어보셨으면 추천 드려요. ^^

깡패단의 방문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 2011년 <킵>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제니퍼 이건의 최고작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LA 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매체 25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소설가로는 드물게 제니퍼 이건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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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으앗,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진지함이 과해져 너무 주절주절 혼자 도배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많았거든요.
제 노을 사진에 책 추천이라니, 정말 감사해요!
처음 보는 작가님의 처음 보는 책인데(제목에서 약간의 진입장벽이 생길뻔했...), 클릭해서 보니 김새섬 대표님의 인생책이라고도 나오네요. 역시 두 분은 천생연...(꺄), 덕분에 대표님의 댓글도 추가로 읽으면서 더욱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의 책목록에 담아놓고 꼭 읽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