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기도 하고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합니다. 저도 오늘부터 집중해서 달려보겠습니다.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장맥주

꿀돼지
이거 부러워하지 마세요. 정말요. 저는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쓰시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진심으로요. 제가 쓰는 방식처럼 쓰면 몸이 축나요.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입니다 😢

장맥주
저는 한 페이지 쓰는 데 하루씩 수명 줄어도 좋으니 작가님처럼 되고 싶어요... 멍하니 앉아만 있고 글 한 줄 안 쓰다가 밥 먹을 시간 됐다고 먹고 잘 시간 됐다고 잘 때면 스스로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꿀돼지
아닙니다.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몸 다 망가져요... 그리고 저는 1년 중 소설에 집중하는 기간은 두 달도 안 됩니다. 그때만 바짝 쓰고 나머지는 백수처럼 살아요. 그러면 자괴감이 장난 아니게 듭니다. 그래서 자괴감을 이기려고 그 기간에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습니다. 최근 세 달 동안은 새 장편을 쓰느라고 책을 제대로 한 권도 못 읽었어요.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오면 열심히 책을 읽을 거예요. 주문해서 집에 도착한 <미세 좌절의 시대> 부터요.
푸른태양
허허.... 두 작가님의 대화를 읽으면서.....'무슨 방식이든 좋으니 두 분 모두 건강 지키시면서 꼬부랑 할아버지 되실때까지 제발 꾸준히 글을 써주셔요! 더 많은 글을!! 더더!! 현기증 난단 말예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조용히 지나가는 독자1인(?)

꿀돼지
가끔 소설을 쓰지 않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걸 안 하면 내가 뭘 하며 살겠느냐는 생각이 드니, 이도 저도 못하고 그냥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거북별85
소설을 쓰실때 감정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쭉 집중해서 쓰신다니~ 그래서 작가님 작품을 읽을때는 감정이 응어리진 느낌으로 강하게 남았나봐요~~^^ 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쓰셔야 하니 건 강관리는 필수입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인터뷰내용을 읽으니 그 작품을 읽었을 때 느꼈던 거칠고 슬픈 감정이 다시 느껴지네요ㅜㅜ
자살사별자에 대한 관심도 더 많이 기울여져야 하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힘들고 불편한 상황은 직접 마주하기보다 외면하고 싶어하는거 같아서 그 지점을 현명하게 같이 넘어 갈 방법들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꿀돼지
쉽지 않죠. 저도 한 발짝 떨어져서 저를 바라보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으니 말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말했듯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자살사별자를 좀 더 살피는 정책이 구체화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인터뷰에 응했고요.

연해
작가님, <시간을 되돌리면> 의 대화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한 가지 더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이 작품 속 범우와 소연이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혹시 작가님의 경험담도 들어있는 것일까요?
생각해 보니 AI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순정만화 같은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에피소드가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꿀돼지
소설과 완전히 일치하는 경험담은 없지만, 스무 살 때 첫사랑에게서 느꼈던 감정이 소설 속 감정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감정을 담아서 만든 곡이 제가 2014년에 앨범을 냈을 때 첫 번째 트랙에 담았던 '꼬마를 기다리며'라는 곡입니다. 링크를 공유합니다. 제가 2000년 스무 살 때 만들어서 첫사랑에게 선물해줬던 곡입니다. 노을이 내린 초등학교 운동장 벤치에서 이 곡을 들려줬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https://youtu.be/LrFCpasJX6Q?si=SZ8KpUkXGFnLlXxB
이 작품 뿐만 아니라 제가 나중에 어떤 연애소설을 쓰던 간에 황순원 선생님의 '소나기'의 그늘에서 벗어나 모티브를 떠올리긴 힘들 것 같아요. 위대한 작품입니다.

연해
세상에, 작가님! 더 찾아보니 <오래된 소품>이라는 음악앨범도 내셨군요. '육지거북'이라는 이름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지난번에 나눈 거북이 이야기 새록새록).
스무 살 때 만들어서 첫사랑에게 선물해 주셨다니, 너무 낭만적입니다. 그 감정이 소설 속 감정과 비슷했다는 점도요.
저는 표제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에서 작가님이 10년 만난 첫사랑 이야기를 나눠주셨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 좋지 않은 기억일 거라 생각했어요. 사법시험 합격과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제가 다 분개(?)했으니까요(허허허). 그래도 그때 겪은 이별이 여러 형태로 소설에 변주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번 소설도 말랑말랑한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네요.
앨범에 수록된 곡들 다 너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눈물'이라는 곡이 가장 제 취향이었어요. 이별을 암시하는 장면에 어울릴 것 같은 아련하고 애틋한 느낌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죠(여러 번 들었습니다). 꼭 한 편의 청춘 드라마 OST 같아요.

꿀돼지
'눈물(流星雨)'은 지난 2003년에 겨울에 제가 별똥별을 보고 끼적거린 '유성우(流星雨)'라는 시를 흉내 낸 글을 바탕으로 만든 곡입니다.
살이 에일만큼 추웠던 어느 겨울날, 시리고 맑은 하늘 아래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느꼈던 황홀감과 왠지 모를 슬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5월에 나오는 새 장편소설에도 그때 봤던 유성우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유성우(流星雨)
맑고 시린 겨울 하늘 아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유성우
지구의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인다는 시리우스조차도
수많은 유성의 향연에 가려져
그 빛을 잃는다.
유성은 죽은 자의 영혼이 가기 전에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기고 가는 빛이라고
성냥팔이 소녀는 내게 이야기했지
생의 단 한 순간도
치열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초라한 영혼들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함으로
검은 하늘을 빛내고 떠난다
그러나 그 찬란한 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지고
그저 빛 그림자만 남긴 채 지구를 떠난다
어느 것은 내가 눈을 깜빡이는 사이 떠났는지도 모른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한채
차가운 바람에 코 끝은 시렸고
회한에 흐르는 눈물은 얼어버렸다
그들 중 하나가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졌고
어느샌가 나는 대기권을 통과하며 불타고 있었다

연해
오, 저는 이 시를 읽고 영감을 받으셔서 '눈물'이라는 곡을 만드셨다는 말씀인 줄 알고 시인을 검색했는데, 안 나오...? (뒤늦게 이해했습니다)
-
생의 단 한 순간도
치열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초라한 영혼들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함으로
검은 하늘을 빛내고 떠난다
-
라는 문장들이 마음에 콕 들어옵니다. 살짝 아리기도 하네요.
'눈물'의 탄생 비화(?)까지 상세하게 들려주셔 서 감사해요. 작가님(이 음악을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과 이 공간에서 계속 소통을 이어가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어쩜 이렇게 하나하나 창작물에 대한 서사가 깊으신지 놀랍습니다. 진득하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정성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아요.

장맥주
저는 책이 나오면 드디어 이 이야기에서 벗어났다고 기뻐하는 쪽이에요. 이렇게 적으니까 너무 매정하게 보이네요. ㅎㅎㅎ
소설가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겠더라고요. 자기가 만든 인물을 사랑하거나 적어도 딱하게라도 여기는 작가와 연민을 거의 느끼지 않는 작가. 저는 이게 문체나 플롯의 특성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거북별85
13.<시간을 되돌리면> 첨에 읽을 때는 SF 스릴러물인 줄 알았습니다. 287번째 삭제와 로딩이라니!! 무섭더라구요..
나의 신체와 상관없이 정신이 살아있는 건 너무 무섭지 않을까요... 전 이번 작품을 읽으며 사후 뇌기증 동의나 유족이 없다는게 이렇게 무서운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나 섬뜩했습니다.(작가님은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쓰셨는데 첫 내용이 충격적이라...^^;;) 그런데 뒤로 갈수록 저릿하니 안타깝더라구요. 만나기에 당당하지 못한 생각이 들어 잠깐 머뭇거린게 이런 결과로 이끌 수가 있나? 정작가님은 비극적 요소를 참 잘 끌어들이시는 거 같아요.
현실에서가 힘들다면 기술 안에서라도 범우의 간절함이 풀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에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에서 나왔던 기술도 마인드 업로 딩일까요?? 작가님께서 이런 기술적 소재를 소설에서 자주 다루시는 매력적인 점이 있을까요?

꿀돼지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마인드 업로딩은 아니고 데이터 마이닝과 딥러닝을 활용한 기술입니다. 모두 상용화된 지 꽤 된 기술이고요. 소설 속 기술은 이미 해외에선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념 자체는 이미 나온 지 몇십 년이나 된 오래된 기술입니다. 그걸 구현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죠. 컴퓨터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빨라지고, 저장장치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저는 정보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점은행 제도를 통해 컴퓨터공학 학위를 따로 취득하기도 했고요. 다만 저는 현재 구현 가능하거나 근미래에 구현 가능한 기술에 관심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소설로 '현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거북별85
그렇군요 ^^;; 제가 너무 기계치고 과학에 문외한이라..ㅜㅜ 독자들이 소설로 '현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바란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감사하네요.. 저처럼 아날로그 감성이신 분들이 또 책은 읽기도 하거든요..^^
작가님들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다른 세상을 계속 보여주려면 많이 공부하셔야겠네요. 흠흠... 어렵군요...

새벽서가
사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반전을 느낀 작품이긴 했어요. 결말이 그렇게 따뜻할 줄 몰랐거든요. 뭐랄까…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른 느낌이었어요.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받은 느낌은 마치 불닭볶음면 먹다가 순라면으로 마무리한 느낌이랄까요? 여전히 생각거리는 남겨주시누이야기여서 다 읽고나서 만약에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며칠은 했었는데, 마침 장맥주님이 질문을 던져주셨네요. 이 글을 쓰신 작가님은 14 번 질문에 어떤 답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yeonny
처음에 범우가 눈을 뜨고 원장과 이야기하는 모습은 영화 속 한장면처럼 떠올랐어요. (287번의 연구과정까지 그려내면 sf 영화 뚝딱인데요!) 사후뇌기증에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인공지능으로 다시 태어날수도 있다는게
소름이 끼쳤네요....

borasoop
오늘 반 정도 읽었는데 인문계는 어려워요 ㅋㅋㅋㅋㅋ 공대 머리가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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