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작가님 덕분에 근대 형법이 처벌의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중세의 고문도구는 너무 무시무시해서 별로 보고 싶지 않네요^^;; 이 당시에는 왜 이렇게 잔인한 도구들의 인간의 머리에서 창조되었을까 의문입니다.) 적시 명예훼손의 부당함을 울부짖는 범재의 이야기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본인의 삶 전체가 망가질 정도로 고통받았지만 이를 내놓고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가해자로 처벌대상이 되지요... 다음 작품도 궁금해서 다음편 <숨바꼭질>도 읽었는데 좀 네버엔딩 스토리와 결이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법을 공부하시면서 법 앞에 무력하기만 한 소시민들을 보며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작품 속에서 쏟아내신 듯 합니다.
「숨바꼭질」은 제 경험담이 중요한 소재입니다. 뒷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갑질에 을질로 대응해 꿈틀거렸던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 나오는 '그럼 법대로 하시든가' 혹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 얘기일 것 같네요. 기대됩니다.
아 그건 아니고 나중에 여기서 다룰 「동상이몽」도 이 소설과 비슷하게 부동산을 다룬다는 점을 예고한 겁니다. 이런 거는 쓰면 마음이 피폐해져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탄생?하던 때가 박근혜님 후보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한겨레에서 영화관련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 저작권 수업해주시던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님께서 그 분의 변호를 담당하시고 저 개념을 말씀하셨는데 굉장히 신박했어요. 그게 사실이어도 명예훼손죄로 성립할 수 있구나! 천재들은 역시 기존의 사고방식을 뒤흔들며 납득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여기에서 범재의 사례를 보고, 자신이 당한 해당 죄목을 그녀석에게 적용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라 어떤 보복적 정의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을텐데 그 안타까운 사람은 어째서 자신을 붕괴시키는 방식으로 행동할까 싶었습니다. 비슷한 행동패턴을 보이던 아이와 저도 저버리지 못하고 꽤나 오래 친하게 지낸 적이 있었는데 결국 감당이 아니되어 떠나버렸다는게 주인공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치인>에 이어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내면을 이렇게 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법이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이 법을 만드는 게 우리이고, 우리가 법에 무관심하면 장난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소설은 실제 사례를 독자에게 와 닿게 스토리텔링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편을 비롯해 장편소설 『정치인』 같은 소설은 그걸 쉽게 보여주고 싶었던 욕망에서 나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양심없이 "법대로 하시든가" 라고 야비하게 먼저 시비거는 사람들은 꿀밤을 때려주고 싶습니다.
마동석 목소리로 "뭐 법대로? 어, 그래. 여기 인사해. 이게 우리 권법이야." 하면서...
학폭에 관한 발표 준비를 하는 중이라 더 와닿았어요. 학폭이 졸업 후에까지 이어져 인생이 엉망이 되고, 가족까지 힘들게 하는 결과가 안타깝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 마지막 문장이 저는 왠지 반어법 같이 느껴서서 더 슬프네요.
아마 이 소설집 전체 단편들중 읽기 가장 힘든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저는 고등학생일때 범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고 오랜 시간 상담을 통해 그 아픈 기억들을 떠나보낼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읽으면서 더 힘들었던 것은 한국의 법률을 보면서 느꼈던 분노 혹은 답답함이랄까? 글로도 말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지만 읽은 후에도 생각이 가장 많아진 작품이었어요.
오늘 아침 출근전 네버엔딩스토리를 읽고 가슴이 너무 먹먹해졌습니다.
「네버 엔딩 스토리」 라는 제목이 너무 슬프네요. 지구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는 일은 끝나지 않을 것 같거든요.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한국의 법에서 상식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어요. 단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라고 하며 억울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든다는 생각을 하는 때가 많습니다. 물론 법이란 것이 결코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음주운전이나 동물권, 성범죄 등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보면 참담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학폭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죠. 제가 어릴 때 못 봐서일지 모르겠으나 제 학창시절에는 오늘날처럼 악랄한 왕따 문화가 없었던 것 같거든요. 여학교라 그래서일수도 있고,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누군가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크다고 생각해요. 범재에게는 그 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 너무나 큰 불행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친구, 학교 선생님, 가족, 일터의 사람들, 근처에 있던 시민들, 그 중 어떤 한 사람이라도 좀 더 일찍 범재 옆에서 출구를 마련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일진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가지만 결국 ‘먹고 사는 문제’라는 것에 매몰되면 이탈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는데 좀 더 큰 걸 바라거나 먹고 살지 못할까 두려워해서 저지르지 못하지요. 저도 이상한 가족경영회사를 다닌 적이 있는데 저는 업무보다도 그 가족의 행태를 견디지 못해 나왔어요. 그 전에도 어떤 상담소에서 소장을 들이받고 나왔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냥 꾸역꾸역 다니고 제가 나서서 말해도 고개 숙이고 말도 못하더라고요. 범재는 그 안에서 나름대로 견뎠지만 자신이 쌓아 놓은 분노에 갇혀 버린 것 같습니다. 범재를 비참함에서 구해주고 위로해 줄 누군가를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제목을 계속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끝내고 싶은 상황이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잠시 생각해보게 됐고요. 집을 떠나는 화자가 마냥 가벼운 마음일 것 같지 않았어요. 읽는 동안, 읽고 나서도 계속 씁쓸함이 남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돼. 초롱이를 죽인 새끼가 가게에 악성 리뷰를 단 건 나쁜 짓이야. 그런데 내가 박대혁이 저지른 일에 대해 폭로한 건 나쁜 짓이 아니잖아. 그런데 왜 똑같은 죄로 처벌을 받는 거야? 내가 너무 궁금해서 명예가 무슨 뜻인지 찾아봤어. 이걸 봐. 명예라는 건 지켜줘야 할 가치가 있어야 하잖아. 박대혁 그 새끼가 나를 배신했다는 사실이 지켜줘야 할 가치가 있는 명예야? 형도 그렇게 생각해?"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p.102~103, 정진영 지음
박대혁 그 개새끼가 잘못된 법으로 나를 괴롭히는데, 가족인 형까지 그 법으로 초롱이를 죽은 새끼를 조진다면....... 그법이 옳고 내가 틀렸다는 말이 되는 거잖아."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p.103, 정진영 지음
아...증말...속상해 죽겠네... 아악~~~~~~~~~~~~~~~~~
마동석 배우가 인기를 얻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고 피곤한 일이니 말이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정진영 지음
전 이 단편을 읽으면서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이 떠올랐어요.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박하림이라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절대권력으로 합리적(?)인 왕따 게임을 만들어 운영하죠. 그런데 중간중간 이 아이가 왜 이럴까... 를 생각할 때 마치 예전에 자기를 왕따 시켰던 아이에게 하는 복수라는 복선을 까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웹툰 원작이라고 하는데 . .. 하여간.. 예전에 학폭 가해자가 유명세를 타자 과거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데.. 한편으론 요즘 왕따를 아주 쉽게 하는 아이들에게 경고가 되지 않을까.. 했지만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요즘 왕따시키는 아이들은 굉장히 당당하더라고요. 자기가 왕따를 한 일 때문에 학폭위가 열려 사과로 마무리 해도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피해자인 아이에게 '너 때문에 학폭위 열렸으니 사과' 하라며 사과도 받아내고.. 기가 막힌 상황이었어요. 어쩃든 전 범재가 잘 살아냈으면 했습니다.
와... 그런 아이가 있나요... 저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학폭 사례를 볼 때마다 너무 과장된 거 아닌가 의아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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