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 은 아무래도 서비스직이 아닐까.. 백화점 판매원이나 AS센터 직원이요. 백화점이라는 공간적 특성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왜 백화점 주차장에서 진상 떠는 사람들 기사도 종종 나오잖아요. 내 차(외제 차) 내 맘대로 세우고 싶은 데 왜 막어! 자리 내놔.. 같은 무식하기 짝이 없는 졸부 근성을 상대적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드러내잖아요. 주차 질서도 모르면서 무릎을 꿇으네 마네.. 어디서 자존감 부족한 사람들이 그런데서 꼴통짓을 하죠. 안하무인으로요. AS 관련해서도 요즘 음식물 처리기 때문에 좀 자주 부르다가 결국 철거했는데 기사님 계실 때 전화오는 거 보면 '왜 안 되냐..'고 전화로 물어보고 '일단 봐야 안다'고 하면 침묵.. 출장비가 나오니까요.. 근데 사실 뻔한거잖아요. 음식물을 처리 못하는 걸 넣었으니 제대로 처리 못하는 거겠죠. 어쨋든 뚫어야할 텐데.. 못 기다리다가 오바이트 하면 그제서야 집이 난장판 된 후에 부른다고..ㅎㅎㅎ 그게 기사님 탓도 아닌데 음식물처리기 회사랑 싸잡아서 욕 들어먹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뭔가 안 되는 거에 대해 객관적인 팩트로 받아들이지 않고 누군가 '잘못한 사람'을 잡아내야 자신의 잘못은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감정쓰레기통이 되는 거죠.
제가 개인적으로 이 소설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콜센터에 취업하는 여성들의 상황이 너무 잘 묘사가 되어 있고 그 안에서의 모습들도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그래도 내가 윤하의 마음을 느끼고 그 미안한 마음을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윤하 본인이 힘들 시기를 겪을 때 같이 힘이 되어 주지 못했지만 그런 상황들을 이해하고 나중에서야 사과를 하는 언니의 마음을 잘 받아들여주는 윤하의 모습이 참 감명 깊었고요. 내가 그렇게 고생고생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와서 결국에는 윤하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 저도 눈물이 핑 돌았어요. 너무 미안하고 너무너무너무 고마운 마음 알 것 같아서요. 제 사촌동생이 오랜 시간동안 콜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콜센터 관련 이야기들을 접할 때마다 참 더 마음이 아픕니다. 진상 고객때문에 힘든 이야기들을 들으면 세상에 미친 싸이코들이 왜 이리 많은가 싶고요. 세상 사람들이 제발 좀 친절해지면 좋겠어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요. 이렇게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다보니 @고래고래 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정진영 작가님의 사회파 이야기 보다 따뜻한 이야기를 더 좋아하신다는 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팍팍한 현실에서 예상치 못한 따뜻한 결말이 주는 감동이란!!! 이렇게 제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 남자작가님은 처음이라 ㅎㅎ 정말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새로운 작가님을 알게 되는 기쁨은 얼마나 크고 설레는지... ㅎㅎ 정말 너무 기쁩니다. 정진영 작가님 알게 해주신 장강명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ㅎㅎ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읽으려고 다운 받아놨는데... 앞서 인터뷰만 읽고도 너무 가슴이 울렁울렁 거려서 너무 울까봐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주말에 마라톤 달리고 와서 본격적으로 읽으려고요. 앞으로 정진영 작가님 작품 많이 많이 기대하며 읽겠습니다~
오호 취향 동지... 반갑습니다. 재미는 사회파, 감동은 따뜻한 얘기에서 많이 느껴집니다. 정 작가님은 실제 만나면 더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분입니다. ㅎ
저도 「안부」 까지 읽었는데 제목도 내용도 이 책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어요. 마지막에 함께 운 동지가 있어 기쁩니다~^^
경중 여부는 있겠지만 모든 직장인 혹은 자영업자라면 감정을 다치는 일들이 많지 않을까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그 갑을관계라는게 유난스러운것 같아서요. 저는 교사인 제 직업도 감정노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춘기를 지나는 중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저는 요즘 갱년기를 지나는 것도 힘든데 아이들의 감정스레기통이 된것 같아서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어요. 두 달만 버티면(?) 긴 여름방학이 있으니 하루 하루를 견뎌내는 느낌이에요…
선생님이야말로 감정노동이 극심한 직업 아닌가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리고 한국이든 미국이든 선생님을 둘러싼 환경이 나날이 더 악화되는 거 같아서 정말 걱정입니다.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이게 어떤 필연일까요? 선진국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이 과거보다 훨씬 더 소중해지면서 발생하는?) 듣기로는 특히 중학교 선생님이 극한 직업이라고 하던데... ㅠ.ㅠ (남자 중학교 선생님인 지인 왈, 남자 중학생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몸과 마음 잘 추스르시길 빌겠습니다, @새벽서가 님.
요즘 종종 저 아이는 나를 괴롭히려고 세상에 존재하는 아이일까? 라는 의문이 문득문득 들어요. 그래도 저 아이도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이일텐데 부정적으로 보지 말자 하다가도 일으키는 말썽이나 행동을 보면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들쑥날쑥하는걸 가라앉히는게 쉽지는 않더라구요
스님이라면 전생의 인연을 이야기하겠지만... 부디 잘 피해내시기를요. ㅠ.ㅠ
ㅠㅠ
교사시군요. 너무 고생 많으십니다...
카페에서 일했던 친구가 감정노동이 심하다면서 관두었어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클레임 거는 사람들도 있고 진상고객에게도 웃으며 대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했어요. 라테에 커피와 우유 비율까지 본인 기호에 맞게 요구하고 반말이 기본인 사람들까지. 커피 한잔 시키면서 왜들 그럴까요? 무례한 사람에게까지 친절해야한다고 강요당하는 것이 서비스직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꾸 키오스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키오스크 좋아하지 않지만 겪을 필요 없는 모멸감이 충분히 이해가 되어요.
그러게요. 그 커피 한 잔에 얼마나 많은 기대치가 담긴 걸까요. 로미님 말씀처럼 서비스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감정노동까지 동반하시니 더더 힘드실 것 같아요. 저도 대학생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는데, 늦은 밤에는 술 취한 손님들이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결국 경찰을 불렀습니다), (주문서가 버젓이 있는데도) 본인은 그렇게 주문하지 않았다고 생떼를 부리기도 하고(다시 만들어드리는 수밖에), 몸도 힘든데 마음까지 같이 다치게 되더라고요. 다시 하라고 하면 이제는 못할 것 같아요. 그때는 어려서 뭣도 모르고 막 그냥 닥치는 대로 욕도 먹어가면서 했는데,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돈을 던지거나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시는 분들에게까지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는 정말 어렵더라고요.
콜센터 외에도 불특정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 시달릴 것 같아요. 또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어느 한순간 극도로 심(각)한 감정노동을 경험하게 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고요. 이렇든 저렇든 감정노동과 열악한 근무 환경, 조건은 항상 함께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네요. 돈이면 뭐든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돈을 지불했으니 이래도 된다, 이정도는 괜찮다는 의식도 감정노동을 야기하는 것 같고, 관계 형성의 양태가 달라지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변해가는 것 역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와 관계 없다', '볼 사람 아니다'는 생각에 무례하고 염치없는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개인의 문제라고만도 할 수 없는..아주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이네요.
말씀하신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돈이면 뭐든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것 같아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온데간데없고, 맑은주님 말씀처럼 '나와 관계 없다', '볼 사람 아니다'라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가는 것 같아요.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22. 한국사회에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게 됩니다. 식당에서, 카페에서, 회사에서, 병원에서... 발을 내딛어 얼굴을 대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문득 최근에 읽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존엄과 보편적인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파생되는 나비효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서 아마도 우리는 이 슬픈 현실을 조금 더 오래 지켜봐야 하나 봅니다.
@도리 @꿀돼지 두 분의 대화를 가만히 읽으면서 저 또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어떤 문장은 한 번에 이해가 안 가서 몇 번을 다시 읽었어요. 도리님이 말씀해 주신 부분도, 정작가님의 답변도 다 너무 좋았어요. 서로 다른 의견도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여러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공동체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니까요(읽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면>이라는 작품이 쏘아올린 작은 공 덕분에 이토록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그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믐이 존재한다는 것도 새삼 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저는 장애인재단에서 1년 정도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이론적으로 알던 것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에서 많은 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논리는 여전히 빈약하고,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만을 기반으로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심지어 이랬다 저랬다 상황에 따라 생각도 시시각각 변하고요.
장애인을 만날 때면 저 또한 도리님의 의견처럼 생각하다가도, 막상 제가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어떤 때에는 저를 배려한다고 취하는 상대의 큰 행동이 되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더라고요. 이건 괜찮아? 저건 괜찮아? 라는 질문들이 과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럴 때면 차라리 무던하고 보편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숨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었죠.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놓여진 환경에 따라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받아들이는 제가 모순적이라서요. 그리고, 두 분의 대화를 읽다가 작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어요. 류승연 작가님의 <배려의 말들>이라는 책인데요. 궁금한 것, 애매한 것, 느린 것, 답답한 것, 아무것도 참지 못하는 성격 급한 기자였던 그녀가 결혼을 하고 쌍둥이 아이를 낳았어요. 그중 한 명이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였죠. 누구보다 빠르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녀가 발달이 느린 아들과 함께 살아가며 기다리고, 이해하고, 참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써 내려간 에세이에요. "어떻게 해야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그냥 풍경이 되면 된다고 한다. 지하철 안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릴 때 "우이 우이"하는 발달장애 어린이가 당연한 듯 그려지면 되고, 식당이나 극장에 휠체어 탄 지체장애인이 있는 게 당연한 풍경이 되면 된다. 직장에선 정신장애인 병원에 가기 위해 반차를 내는 게 당연한 풍경이 되고, 치매 걸린 노인이 마을안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풍경이 당연한 일상이 되면 된다."
배려의 말들 - 마음을 꼭 알맞게 쓰는 법"진정한 배려는 선한 마음이 아니라 나와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과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를 쓴 류승연 작가가 배려에 대한 문장을 모으고 단상을 붙여 '친절과 다른 배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해님과 비슷한 경험일 듯한데, 저는 기자로 일하면서 노동단체와 시민단체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젊었을 때는 막연하게 그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고, 기자 초년병 시절에도 그들에게 호의적인 편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작은 어땠을지 몰라도, 인간은 결국 권력과 이익 앞에서 속수무책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농사꾼이 원님이 되면 곤장이 칼이 된다'는 속담에 틀린 말이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아사리판을 경험하다 보니,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얼마나 초인적이고 위대한 인간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올라도 누구 하나 막지 않았을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권력을 내려놓고 초야로 돌아간 것인지. 그것도 왕의 지배가 당연했던 시절에 말입니다.
아사리판...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 저도 미약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작가님. 장애인재단에서 근무할 때도 그랬고, 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도 비영리재단인데요.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상은 많이 다르거든요. 제 첫 직장은 영리였는데, 이직을 준비하면서 비영리로 업계를 확 틀어버렸어요. 그때 막연하게 그리던 모습이 있었죠. '좋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일까요.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나쁜 사람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위선적인 모습(말이나 못하면)에 환멸을 느낄 때도 많았죠. 그 과정에서 어차피 사람 사는 곳 다 똑같고,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환상을 버린 상태예요. 올해 초에 팀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이곳에 계속 다니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하시더라고요(아 쓰고 보니 혹시 그만두라는 말을 돌려서 하신 걸까요). 그래서 저는 그냥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너무 좋지도, 너무 싫지도 않아서 계속 다녀요." 거창한 사명감이라거나 선한 영향력을 펼치겠다는 숭고함 같은 건 전 직장을 다니면서 충분히 버렸습니다. 이 가치들이 지니는 모순적인 부분들이 분명 있더라고요. 너무 감성적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죠. 저도 얼마 전에 이 모임에서 나눴던 말처럼, 세상에 완전한 동등관계가 있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힘을 가진 쪽은 자신이 가진 힘의 폭력성과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기를 쥐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면 무기를 휘두르지 않으려는 마음. 그 마음을 모두가 갖는다면 좋은 세상이지 않을까... 하는 다소 꿈 같은 제 생각도 나눴더랬죠. '우리가 혼미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는 장작가님의 말씀처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지라 저 또한 적당히 괜찮은 사람인 척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향점은 늘 좋은 사람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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