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난 남편을 둔 아내인 것도 힘들었을텐데 혼자 키우느라 애쓰셨을 어머니가 젊은 아들까지 잃어야했다니 참 많이 안타깝더라구요. 아들과 저렇게라도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남은 유가족에겐 좋은 일이겠죠? 제가 같은 입장이라도 그 시간이 너무 감사하고 애틋하기는 했을것 같아요. 반대로 제가 세상을 떠난 입장이고 제 아이들에게 메세지를 남긴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사실 저는 아이들이 태어난 후로 매년 아이들에게 편지 한장씩응 남겨두고 있어요. 제가 혹시리도 불의의 사고를 당해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을 남기지 못할까봐서요.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로는 종종 영상 편지도 남겨두고 있구요. 그래서 질문에서 언급하싴 서비스가 있더라도 제 사진, 목소리, 생각을 남겨 이용해야볼 마음은 들지 않네요.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고 싶다는걸 굳이 말리고 싶른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이런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지,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법적 규정아 있어야할테고 잘못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법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던가 그에 대해서 잘 살펴야겠다는 생각운 들어요. 가까운 미래에 걱정해야할 문제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는 제가 너무 나이브한걸까요?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이 문제 또한 양날의 검이겠죠? 다치지 않으려면 잘 사용하는 수밖에 없으니 그 문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년 그런 편지를 쓰신다니 멋지세요. 저희 부부는 아이는 없지만 연말에 유서를 씁니다. 당장 몇 년 안에 고인의 초상권에 대한 법적 분쟁과 시장이 등장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그리고 관련한 논의는 소송이 시작되고 상품이 출시되고 니서야 제대로 오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논의가 제대로 펼쳐지기 전에 시장이 너무 커져버리면 여러 사람 밥그릇이 걸린 문제가 되어 단순히 옳으냐, 그르냐로 접근할 수도 없게 될 거 같고요. 제가 너무 비관적인 걸까요.
유서는 수정할 때마다 변호사와 만나다보니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큰 일이 있어서 수정해야할 때만 바꿉니다. ^^;
사실 저희 부부 유서도 얼마나 법적으로 유효한지 모르겠어요. 음성 녹음을 하면 공증인이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유서를 쓴 뒤에 함께 녹음하며 낭독해요. 녹음 마칠 때쯤에는 두 사람 다 눈물이 글썽글썽합니다.
아! 그래요? 미국에선 어떤지 검색해보고 녹음으로 남기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어요. 유서 세부사항 바꿀때마다 변호사님 만나면 천달러는 후다닥 나가더라구요. ㅠㅠ
저도 이 기술이 실제로 연구되고 있는지는 몰랐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지식도 함께 알아가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근데 'AI로 고인 되살리기' 기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에요. 회의적인 편에 가깝습니다. 도입하고 상용화되는 과정이 너무 급할 것 같거든요. 지금의 챗gpt도 그렇고, 기술이 발전해가는 속도에 비해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들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이를테면 도덕성과 윤리 같은 것? 하나의 시스템이 도입될 때, 개발자들의 의도는 분명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떤 방향으로 뻗어갈지 예측할 수 없으니 그 속도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라는 책에서도 저자가 말하길, 오늘날 디지털 기술 개발자들은 그들이 우리의 주의(력)의 빛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요. "그들은 우리의 목표나 그들이 우리 삶 속의 중요한 '빛'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로지 그들의 목표와 그들이 원하는 효과에만 주목한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거기까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악용하는 사례도 생겨날 것 같아 무섭기도 하고(저는 겁이 많아서)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하지만 올려주신 영상은 저의 눈물샘을 또 자극합니다(휴).
저는 AI에 사진과 목소리, 평소 생각들을 제공할 의향이 없어요. 그냥 평소에 사랑하는 사람들 동영상도 많이 찍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할랍니다. 모든 기술은 항상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법이 사기꾼 못 따라가듯이요.
그런데 AI에 사진, 목소리, 평소 생각을 제공하는 인플루언서들이 곧 등장할 거 같아요. 그것도 헐값에요. AI가 자기를 스타로 키워줄 거라는 욕심에 혹하지 않을까요?
아나운서분들이 이미 하고 계시더라구요. 조직의 방침이겠지만요~
역시 현실이 제 상상보다 빠르군요.
하긴 저도 아날로그를 좋아해서 신기술에는 조금 떨어진 사람인데 매일 자료 출력하다 태블릿으로 보고 필기까지 하니 편리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갤럭시24울트라폰에서 정말 실시간 통역 되는 걸 보고 또 놀랐고요. 챗GTP는 말할 것도 없죠. 저도 AI가 정말 대중화되어 익숙해지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네요. 이러다 술도 대신 마셔주고 대신 취해주는 로봇도 나오는 거 아닐까요^^ㅋ
저는 그냥 깨끗이 이승을 떠나렵니다. ㅎㅎ 어차피 AI일 뿐이고, 잠깐의 심리치료에는 도움이 되겠지요. 그런데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 바로 '망각'이 아닐까요? 망각이 있기 때문에 또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역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슬픔을 다 기억하고 저장하고 재생하고 상용화하고...어차피 내 곁에 없는데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요...오히려 죽음에 대한 슬픔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희미해지고, 언젠가는 다른 세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오히려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더 건실할 것 같아요. 그래서 종교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14. 내가 세상에 없어진다면, 날 그리워할 사람은 내 남편과 아이 뿐이다. 살아있어도 통화도 자주 하지 않는 부모님이 굳이 나를 영상으로 목소리로 만나고 싶어 할 것 같지는 않다. 내 남편과 아이도 나를 천천히 잊었으면 좋겠다. 살아가려면... 그리워하는 것 또한 인간이 가진 고유의 감정일테니. 어젯밤 내가 만들어 놓은 육아일기장을 보며 12살 아들이 펑펑 울고 있는 걸 발견했다. 다 뭉개진 발음으로 나를 끌어안으며, "엄마 사랑해" 한다. 나중에라도 사랑받았다는 것을 기억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너무 떠날 내 생각만 하는 건가? ^^;; 나는 내 흔적이 DB에 남는 게 싫다.
몇 년전부터 새해가 되면 연초에 MBC에서 가상현실로 하늘나라로 가버린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하더라고요. 질병이나 사고로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잃고 남은 유족은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세월이 흐른만큰 변한 가족을 만나며 눈물의 재회를 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이 눈물콧물이 뒤범벅되는데요.. 그걸 보면서 과연 나에게 저런 기회가 생긴다면 할까...?? 생각해보곤 했는데...잘 모르겠더라고요. 지금 나의 마음은 그냥 이런 기술이 많이 발전되는게 전 별로 좋지가 않아서요. 그냥 자연의 순리대로 죽을 때 되어 죽고 그리워 하고 생각나면 생각하고 시간흐르면 조금씩 잊혀지는 부분도 있고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해서 안 하고 싶은데... 저의 데이터는 남기도 싶지 않은데 막상 진짜로 내가 가족과 이별하여 남게 되었을 때 얼마나 보고 싶을지는 지금의 내가 알 수 없으니까요... 상상도 안되거든요. 그렇게 만나고 나면 상실감이 더 클 수 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님 오히려 그리움을 모르게 될 것 같기도 하고...... 전 그냥 아날로그가 좋긴한데... 내 맘 어떻게 변할지 참 알 수가 없네요.
저도 가상현실로 가족을 다시 만나는 프로가 생각나네요. 애초에 보지 않았습니다. 눈물콧물 범벅되는 걸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너무 슬퍼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의 상실감, 느끼고 싶지 않아요 ㅜㅜ 정말이지 살아있을 때 잘해야지 죽고나서 가상현실 붙들고 어화둥둥 잘해주는 건 좀 아닌거 같긴 해요.
14. 지이이인짜 어려운데요. 소설을 읽으면서는 '난 절대 싫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질문에서 가족들이 원하는 마음, 월 구독료 100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가입.. 이런 조건들이 붙으니 우유부단해져요. 흑흑. 일단 저는 최대한 안 하는 걸로 뻐기다가, 끝물에 주변에서 하도 뭐라하니 등 떠밀려 탑승하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심리치료용을 포함해서 AI로 되살아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실제로 느껴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시간을 되돌리면」에 관한 뒷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 유튜브에서 레고로 만든 로봇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로봇은 바퀴를 단 단순한 큐브 형태였는데, 장애물을 감지하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뒤로 움직이거나 멈추더군요. 겉보기에 특별해 보이지 않는 로봇이 특별했던 이유는 움직이는 원리 때문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장애물을 만나면 피해야 한다는 행동 패턴 알고리즘을 로봇에 집어넣지 않았습니다. 로봇에 집어넣은 데이터는 예쁜꼬마선충의 뉴런 연결 정보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로봇은 예쁜꼬마선충 그 자체였던 겁니다. 로봇은 인간의 뉴런 연결 정보를 모두 파악한다면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죠. 그 영상을 보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지 고민했습니다. 최근에는 심폐사 대신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는 장기 이식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지만, 뇌가 인간을 인간 답게 하는 기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를 재현한 데이터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 데이터를 복제한 데이터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에 동의하는 의견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연구를 목적으로 그런 데이터를 함부로 다루는 일은 옳은가요? 이 질문에는 의견이 꽤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함부로 다루기는 뭔가 꺼려지는 존재.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 관해 무겁지 않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냐고 물으면서. 저는 소설집에서 이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한 번쯤 써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와 같은 마음인 분이 아무도 없더군요. 그래서 외로웠습니다.
외롭지 않으셔도 될것 같아요. 결말에 약간 놀라기는 했는데, 이 이야기 좋았어요. 이런 소재로 장편을 쓰셨어도 좋았겠다 싶을만큼요.
언젠가는 꼭 순정만화 같은 연애소설을 써보겠습니다. 제겐 버킷리스트 같은 거라서 안 쓸 수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다 읽지 못횄지만 지금까지(사랑의 유통기한까지 읽었어요) 읽은 것으로 볼 때 꼭 순정만화 같은 연애소설을 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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