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02. <4321>

D-29
메타픽션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의식의 흐름 + 문화적, 사회적 사건을 엮어내는 탁월함 은 공감합니다. 일반적인 성장소설에서 주인공에 영향을 주었던 주된 사건이나 인물 등을 중심으로 스토리에 초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라면, 4321은 스토리 + 스쳐지나갈 법한 다양한 인물들에 대해 세세한 인연과 관계를 소개하고 그것이 이 책의 문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주절이 주절이-주절주절 문체라고 ㅋ 저 혼자 정의했습니다)와 어울려 독창성을 만들어내는거 같네요~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이건 조금 폴 오스터 작품을 많이 읽으신 분들이 답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작가가 이 작품에 자기 작품 세계 전반을 다양한 형식으로 녹여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작가의 삶 자체가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면서, 수십 년간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작품으로도 여기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요.
저는 실은 오스터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New York Trilogy, Invisible, The Book of Illusions, Oracle Night, Moon Palace, Mr Vertigo에서 보였던 부분들이 저도 보이는 것 같아요.
아..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등 이전 작품들에서 많이 나온 기법인데 픽션에 대한 픽션, 픽션과 현실 간의 벽을 무너뜨리는 픽션을 생각하시면 되어요. 보르헤스나 이탈로 칼비노 등의 작품에서도 잘 나오죠. 2번 퍼거슨에서는 아마추어틱한 신문과 편지 등에서만 나오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그렇지만 각 퍼거슨들이 어떤 글을 쓰고 창작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자기 자신을 되짚어보는 과정을 통해 이 책 자체가 그의 삶, 그의 삶 자체가 그의 책이 되어 가며 그가 주인공이자 작가가 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이번에 4.4에서 더욱더 그의 창작 과정이 더 깊게 나타나는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그가 이 퍼거슨들 중 가장 소설가 폴 오스터에 가장 가까운 작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서 그런건지.. 이 책이 퍼거슨 뿐만 아니라 폴 오스터의 작가로서의 성장 및 창작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이해가 아주 잘 됩니다~ 전문가의 포스가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4번퍼거슨이 제일 마음에 들고 뭔가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진 이유가 그거 같네요~
아.. 전 그냥 독서를 좋아하는 일개 독자로.. 전문가는 쥐뿔도 아닙니다;;; 그저 고등학교 영어시간 때 배웠던 짬밥으로;;
1,3,4번 아치에게 다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부여해줬네요. 1,2,3,4번 아치에 각각 나눠서 자전적인 요소를 뿌려놓았다고 하더니 쓰는일 역시 빼놓을수가 없겠죠. 4.3의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파리로 가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저는 뒤에 미리 읽어서 말이지만...3번 아치가 가장 자유로운 아치인것 같아요.
자유로운 만큼 뭔가 불안정하달까? 안그래도 3.3에서는 그래도 동성애나 그런 것에 좀더 자유로워지고 있던 시대를 반영하나..했는데 4.3에서는 두 남매에 대한 사랑이 동시에 나오는 등 그냥 혼란스러워하고 누구에게라도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 보여서 안쓰러웠어요. 마치 요즘 젊은 팝스타 중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남자 저 남자랑 다 사귀고 백인인데도 흑인인 척하다가 이번엔 또 아시안인 스타일을 따라하는 등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이 아닌 관심이나 인기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수시로 바꾸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바나나 @borumis 3번 라인의 퍼거슨을 보면서 저는 살짝 불만도 있어요. 저자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버지가 없는 3번 퍼거슨이 제일 불안정하잖아요. 그래서 자칫 편부 혹은 편모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에 대한 편견을 의도하지 않게 독자한테 전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사실, 아버지 부재의 퍼거슨은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다른 주변 어른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았잖아요. 저는 좀 더 밝은 성장 과정을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저도 정확히 그 부분 아버지의 죽음이 일탈, 방황으로 이어진 것처럼 되버린 것 같아서 불편하고 아쉬웠습니다.
이게 그냥 편부모 가정이란 점 외에도 그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신/운명과 내기를 거는 듯한 태도 등 실존에 대한 불안감이 특히 돋보이던 게 3번 퍼거슨엔 것 같은데요. 다른 퍼거슨들은 가난해져도 가정이 깨져도 결국 그것을 일으킨 인간들(삼촌, 아버지, 등)의 그동안 성격이나 행적 등에 기인할 수 있어서 납득(?)이 갈만했지만 아버지가 어떻게 화재 속에서 돌아가셨는지 정황을 잘 모르던 3번 퍼거슨으로서는 더 신의 무작위적인 변덕에 버림받은 무력감이나 실존의 불안정성이 뿌리 내렸을지도 모를 것 같아요. 그래서 한때 학교에 잘 안 다니고 외부의 전통적, 하향적 규율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남아있어 보였고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3번 퍼거슨을 포함한 이 책 전반의 자유로운 성문화를 묘사한 부분. 제가 예전에 읽은 소설에서 이런 표현에 공감을 했었어요. 1960년 경구 피임약이 FDA 승인되고 1980년대 초반의 HIV 공포가 아직 없었던(사실은 이미 전파 중이었지만) 1960~70년대가 미국, 유럽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성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게 가능했던 때라는 이야기. 이 언급은 1980년대 중반에서 1960년대로 회귀하는 이야기를 그린 『다시 한번 리플레이』에서 주인공의 생각으로 나오죠. 안타깝게도 실제로 1960~70년대에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겼던 사람들 가운데 특히 게이 남성이 1980년대에 HIV의 희생양이 되었죠. 그 후일담은 게이 남성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앤드루 숀 그리어의 『레스』(은행나무)에 잘 묘사되어 있죠. 『다시 한번 리플레이』는 1986년에 나온 요즘 요행하는 회귀 설정의 원조 같은 멋진 소설이니, 한 번씩 보시길 추천해요. 『레스』도 가끔 생각나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다시 한 번 리플레이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제치고 세계판타지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이자 세계최고의 SF판타지 작품 목록 상위권에 랭킹되어 있는 소설. '만약, 인생을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하는 가정으로 출발하는 이 작품은 미래의 기억을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무엇을 성취하느냐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보여준다.
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막스 티볼리의 고백>으로 시간과 정체성의 문제를, <어느 결혼 이야기>로 타인에 대한 사랑과 진실의 관계를 탐구한 작가 앤드루 숀 그리어의 2018년 퓰리처상 수상작. 50세 생일을 앞둔 게이 무명작가가 충동적으로 세계 문학 기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소동을 다룬다.
맞아요 60s sexual revolution, 60s love movement라고 이때 유명했죠. 근데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퍼거슨은 정말 누군가에게 절대적으로 완전히 사랑받지 못하면 불안해보이는 약간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에서 보이는 증상들도 보이는 것 같아 위태로워 보였어요
오늘 아침 문득 든 생각... 퍼거슨이 1947년 3월 3일이 생일인데.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1947년 5월 출생이세요~ 베트남전 참전하셨고, 관련해서 대학 중 군대가셨다가 베트남전 참전하신 이야기를 얼핏 들은적이 있는데, 미국에서도 이 시기에 징집과정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자세히 알게되었어요.
사실 저도 아버지, 어머니가 1949년생. 2020년 6월에 돌아가신 존경하는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은 1947년생. 가끔 아버지나 김종철 선생님께 들은 성장기는 퍼거슨만큼이나 드라마틱한데 말이죠.
아.. 그러고보니 우리에게도 아버님 세대의 이야기군요. 저도 어머님 아버님들 통해 한국전쟁이나 월남전 이야기 들어왔는데..격변의 시대였던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월요일(3월 18일)부터는 5부를 시작합니다. 5.1장을 읽는 일정입니다. 5부부터는 퍼거슨이 본격적으로 이른바 미국 '68 세대'의 경험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경험을 시작합니다. 미국 현대사의 가장 뜨겁던 시절과 퍼거슨이 삶이 겹치는 부분인데요. 사회를 바꾸는 열정과 청춘의 열정이 겹쳤을 때 어떤 화합과 불화를 낳는지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 보세요. @borumis 님 말처럼 앞서가지만 말고 한 장, 한 장 생각도 메모했다가 의견도 나누고 그러면 더 좋겠어요. :)
에구 헷갈렸네요. 오늘이 5.1 이군요. 참, 5.1에서 학생을 3가지 부류로 나누는데 (jocks, grinds, pukes) 한국어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요?
남자 대학생 분류 말씀하시는거죠? 남학생 친목회 회원이나 운동선수가 1/3, 공붓벌레 1/3, 재수없는놈 1/3 이라고...
하하하 pukes를 재수없는 놈이라고 했군요.. 이런 slang은 어떻게 번역할지 궁금했어요. 그나저나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학생들을 분류하는 게 많을까요? 미국 특유의 문화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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