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아 맞아요~~저는 한나 아렌트 책 잘 읽었는데, 이 저자는 왤케 은근 무시하는거 같지? 생각했어요.
계속 무시합니다. :) 심지어, 미국에서 한나 아렌트가 칭송받는 걸 보고서도 '왜?' 이런 식으로요.
@모시모시 @YG @롱기누스 가능주의! 배너라도 만들어야 하나요? ㅎㅎ 그런데 말입니다, “가능주의”가 어딘지 모르게 몽테뉴의 “에포케”처럼 여기저기 죄다 갖다 붙여도 될 것 같은, 뭔가 만능양념소스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앨버트 허시먼이 이 가능주의를 어떻게 현실세계에서 과학적 방법을 통해 실현해 나가는 지 지켜 보는 것이 이 책의 관전 포인트(?)인가요?
2장에서 앨버트 허시먼이 먼훗날 가족과 함께 바이제로제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선생님과 견학 온 아이들과 대화 나누는 일화가 너무 좋았아요. “나치 중에 아는 사람 있으세요?” -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아요. “반세기 후의 독일 아이들은 나치가 승리하기 이전의 어느 시절과 어느 장소에서는 지금은 사회적 말종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와 운동 시합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 해하지 못했다.” p.s. 빈야민 애펠바움 양반! (지난달 쌓인 울화가 아직 안 풀려 다시 소환) 일화는 이런 식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거요. 생뚱맞게 이름에서 철자 네 개 빼서 로스코가 된 예술가를 경제학 책에 다짜고짜 밀어 넣는 건 아니라고!!
^^;
드뎌! 책도착...그 두께에 깜놀...그래도 용기내 도전합니다^^
환영합니다. 두께!
3장의 키워드 “프티 이데”가 좀 이상합니다. 프랑스어로 작은 생각, 아이디어란 단어인데, 프랑스어 단어는 성별이 있고 idée단어는 여성형이라 여성형 형용사를 가져와야 해서 ‘프티트 (프티는 남성형 형용사) 이데 petite idée가 맞는 거 같아요. 제가 잘못 알았나 싶어서 - 초초초초초보 프랑스어 학습자) 사전도 확인해봤는데 ‘여성형 명사’가 맞아요. 단수형은 petite idée (쁘띠뜨 이데) 복수형은 petites idées. * 원서 있으신 분 확인 부탁드려요.
@소피아 이런 확인은 제몫이죠! "petites idée" "petites idées"예요. 소피아 님 말씀대로 '프티트 이데'라고 옮기는 게 맞습니다! 역자 김승진 선생님은 정말 탁월한 안목과 번역 실력을 가지신 분으로 유명한데요. 이 책에서는 아주 사소한 오류가 있더라고요. 특히 영어가 아닌 외국어에서요. 예를 들어,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메데인, Medellín)'도 '메델린'으로 옮기셨더라고요. (사실, 이 책의 편집자(변정수 선생님)도 업계에서는 전설로 불리시는 분이라서. 엄청난 벽돌 책이라서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번역자 선생님이 희대의 명작 <나르코스>시리즈를 안보셨나보네요 ^^ 마약나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보다 유명한 메데인인데 ㅎㅎ (나르코스 시리즈로 남미 역사를 배운 1인)
작은 아이디어들은 잎사귀처럼 세상에 퍼져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모으는" 법과 그것들로부터 "위대한 사상"을 끌어내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이것은 추상적인 분석 체계를 먼저 수립한 뒤 그것을 적용해서 일상의 경험들이 갖는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바나나 흠, 제프 일리의 『The Left 1848-2000』 (뿌리와이파리) 같은 책이 있기는 합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지하철에서 이 1,000쪽 넘는 벽돌 책을 탐독하는 분이 있어서 반갑게 아는 척을 할 뻔했습니다;
The Left 1848-2000 - 미완의 기획, 유럽 좌파의 역사1848년부터 2000년까지 유럽의 구석구석에 눈길을 주면서 150년에 걸친 좌파의 역사를 치밀하게 추적한 책. 온건한 사회민주당에서부터 볼셰비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비밀 무장투쟁 옹호론자들에서부터 1968년 이후의 신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좌파 세력의 형성과 전개, 그리고 몰락(혹은 갱신)을 살피고 있다.
안녕하세요. 책을 급하게 주문했는데 오늘도착했네요 저도 오늘 부터 시작합니다. 서문을 읽으며 "사회과학을 문학으로" 풀어내고자...한 허시먼의 언어 재능을 보고서 고 이어령 선생님이 생각 나기도 하네요. 부지런히 진도 따라가겟습니다.
네, 아직 진도 많이 빼지 않았으니 즐겁게 함께 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3월 6일)은 4장 '유럽의 국경을 넘나든 지적 실천적 여정(1935~38)'을 읽습니다. 3장의 끄트머리에 나오듯이 영국 런던 LSE에 합격하고 나서 1년짜리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이죠. 오토는 독일, 프랑스 찍고, 이제 영국으로 갑니다. 그리고, 다시 스페인 찍고 이탈리아, 프랑스로 갑니다. 4장에서는 LSE의 유학 생활뿐만 아니라, 1936년 7월 17일 발발한 스페인 내전 초창기에 오토가 의용군으로 참전한 이야기,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공부와 반파시스트 운동을 병행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사실 이 4장에 펼쳐진 내용만 놓고서도 책 한 권 분량이 나올 만한 이야기죠.
1월 벽돌 책 『사람을 위한 경제학』의 비어트리스 웨브가 남편(시드니 웨브)과 함께 1895년 창립한 LSE는 오토가 유학을 가던 1930년대에는 창립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학풍이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과의 케인스주의에 반하는 좀 더 시장 메커니즘을 맹신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잡고 있었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케인스의 비판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라이어널 로빈스 등이 LSE에 자리 잡고 있었죠. (『사람을 위한 경제학』에서 그런 LSE 학풍을 조롱하던 노년의 비어트리스 웨브의 모습이 생각나죠.) 그런 분위기에서 오토는 독특하게 케인스를 맹신하는 당대 주류와도 또 그 역의 LSE 주류와도 거리를 두는 독특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게 됩니다. 4장을 읽으면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스페인 내전과 관련해서는 영국의 전쟁사 작가로 유명한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교양인)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어요. (비버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베를린 등으로 진주한 소련군의 집단 강간 등을 사료를 통해서 자신의 책에서 폭로한 당사자로도 유명합니다.) 스페인 내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책이죠. 그밖에 스페인 내전을 다룬 책이나 영화는 그 유명한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1938)와 그것에 바탕을 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시기적으로 오웰과 바통 터치한 먼저 참전한 인물이 오토(허시먼)입니다)부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까지 많습니다. 어렸을 때는 『카탈로니아 찬가』와 <랜드 앤 프리덤>을 보면서 많이 울었었는데,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20대 초반에 겪은 스페인 내전과 끔찍한 전투, 그리고 적 앞에서 권력과 이데올로기를 위해서 아군을 말살하는 모습은 오토의 삶과 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음은 틀림없습니다.
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스페인 내전 연구의 권위자인 영국의 전쟁사학자 앤터니 비버가 쓴 <스페인 내전>은 그동안 전쟁의 실상을 가려온 혁명적 낭만주의의 베일을 걷어내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전쟁의 맨 얼굴을 보여준다.
카탈로니아 찬가<카탈로니아 찬가>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가 그 혼돈의 도가니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목숨을 건진 오웰이 억울함을 항소하고자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민병대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자신들이 뒤집어 쓴 오해는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말하기 위한 책이다.
랜드 앤 프리덤1994년 영국 리버플의 한 시영공립 주택에서 한 노인이 사망한다. 그날 밤 유품 정리를 하던 손녀는 낡은 가방 하나를 발견하다. 그 안에는 오래된 편지 뭉치, 스페인 내란에 관한 신문 스크랩, 청춘의 할아버지와 동지들이 무장한 채 찍은 1936년 바르셀로나라는 문구가 씌어진 옛 사진들과 붉은 리본을 말라붙은 흙으로 싸둔 손수건, 그리고 스페인 공화파를 옹호하며 모임을 선전하는 삐라가 들어 있다. 1936년 리버플의 모임에서 한 스페인 시민군이 노동자들의 참전을 독려하는 열정적인 연설을 한다. 그는 프랑코의 스페인 공화정부에 반란상황을 설명하면서 유럽의 민주정부들의 도움을 거부하고 국제 노동자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그의 호소에 감동을 받은 데이빗은 실업수당을 받고 배고픈 시위를 하는 영국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스페인으로 가기로 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노벨 문학상을 수상한(1954)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길 잃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그의 소설 중 가장 방대한 작품으로, 1936년 발발한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웅대한 현대의 서사시라 할 수 있다.
예전에 스페인 내전을 이해해보겠다고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 사서 읽다가 완독 못하고 남겨두었는데, 너무 오래되서 앞에 읽은 부분 기억 하나도 안나네요. 다시 읽으려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그사이 시간이 흘러 종이색도 변하고 .. 스페인 내전 - 세상 복잡하던데요? 어릴 때 보고 울던 작품들은 다시 보면 안됩니다. 더는 울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죠. <토리노 멜랑콜리> —> <변화의 세기> 읽을 때였나? YG님이 추천해주셔서 보관함에 넣어 두었는데, 장바구니로 이동시켜야겠습니다. 3, 4장 읽으면서 이탈리아 현대사책을 읽은 게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탈리아하면 자나깨나 로마로마로마..
@소피아 님도 『토리노 멜랑콜리』를 기억해 주셨고, 또 @모시모시 님이 아이 키우는 이야기도 해주셔서 더 지나가기 전에 예전에 써 놓았던 이 책의 짧은 서평을 옮겨둡니다. <기획회의> 579호(2023년 3월 5일) '이 주의 큐레이션'입니다. 저는 바로 밑의 인용이 많이 인상적이었고, 공교롭게도 『앨버트 허시먼』과 이어지는 대목도 많습니다. *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한, 나는 작은 덕들이 아니라 큰 덕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다. 절약이 아니라 관대함과 돈에 대한 무관심을, 조심성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경멸과 용기를, 영악함이 아니라 정직과 진실에 대한 사랑을, 외교술이 아니라 이웃 사랑과 자기부정을, 성공에의 욕망이 아니라 존재와 앎에의 욕망을 가르쳐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가족어 사전』(돌베개)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이런 당부를 읽자마자 마음 깊이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습니다. 『가족어 사전』으로 접한 그녀의 가족사를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20세기 초반 파시스트가 지배하던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살던 그녀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죠. 나탈리아가 반파시스트 운동을 하면서 동지로 만나서 결혼한 상대가 토리노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던 레오네 긴츠부르그였습니다. 레오네는 1944년 2월 독일 친위대의 고문 끝에 살해당했죠. 1938년 결혼한 지 6년 만의 이별이었습니다. 레오네의 친구이자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노르베르토 보비오는 이렇게 그를 추도했습니다. "레오네는 유언을 남기지도 않고, 안녕을 고하지도 않고, 작업을 끝내지도 않고, 메시지를 남기지도 않고 죽었다. 그래서 우리는 체념할 수도, 용서를 구할 수도 없다." 레오네가 살해당할 때, 나탈리아와 낳은 세 아이 가운데 첫째 카를로는 다섯 살이었습니다. 나탈리아에게 '큰 덕'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란 카를로는 훗날 위대한 역사학자가 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치즈와 구더기』, 『밤의 역사』(이상 문학과지성사) 등으로 유명한 미시사의 거장 카를로 긴츠부르그가 바로 그들의 첫째아이입니다. 이탈리아 현대사와 파시즘 연구의 권위자인 역사학자 장문석의 『토리노 멜랑콜리』(문학과지성사)는 이렇게 이탈리아 북부 도시 토리노의 상징이었던 긴츠부르그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물론, 토리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식인 프리모 레비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멜랑콜리한 후일담이 아닙니다. 장문석은 바로 '자유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장문석의 가이드를 따라서 빤하지 않은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한때, '이탈리아의 페트로그라드'로 불렸던 토리노는 『옥중 수고』의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 반파시스트 운동에 앞장선 자유주의 지식인 피에로 고베티, 레오네 긴츠부르그 등의 도시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과 거의 같은 비중으로 20세기 이탈리아를 만든 기업 '피아트'를 호출합니다. 토리노는 '이탈리아의 디트로이트'이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을 상징하는 자동차 기업 피아트가 토리노에 터를 뒀기 때문이죠. "포드처럼 하자"라는 구호로 피아트를 창업하고 나아가 이탈리아를 좌지우지하는 기업으로 만든 당사자가 바로 조반니 아넬리였습니다. 아넬리는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었습니다. 단적인 일화가 있죠. 1922년 파시스트가 권력을 잡고 나서 (파시스트당에 대한) 아넬리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첩보가 로마로 흘러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그는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그들은 내가 피아트에서 일하지만, 레닌으로부터도 주문받는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야." 파시스트 집권 20년 동안 아넬리는 무솔리니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기업인이었습니다. 그는 파시스트 정권에 협력하며 기업을 키우는 실리를 챙기면서도, 경찰에 체포된 반파시스트 운동가의 가족을 돕고, 나중에는 아예 이탈리아공산당과 레지스탕스 조직에 자금을 댔습니다. 아넬리는 파시즘이 '이탈리아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저자가 피아트와 아넬리를 토리노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습니다. "토리노의 20세기는" "자유를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그 투쟁의 한 축은 토리노의 공장 굴뚝에서 뿜어낸 연기가 상징하는 "기아와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이었습니다. "자동차가 상징하는 이동의 자유" "경제 기적이 이탈리아인에게 선물한 경제적 여유"가 가능케 한 일상의 자유! 대한민국식으로 비유해보자면 이 자유는 '박정희의 자유'입니다. 또, (아넬리가 '감히 나와 그들을 비교해!' 하고서 화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자유기업원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자유는 소중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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