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맞아요. ㅎㅎ "가족어 사전" 저도 찜해놨어요. 왠지 세트같은 느낌이라... "토리노 멜랑꼴리"도 FiveJ님 설명이 너무 매력적이라 도전해보고싶네요. :)
이제 드디어 11장까지 읽으며 쫓아왔습니다..만 내일부터 다시 뒤처질거 같은 느낌이네요..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다른 분들의 의견과 소감을 듣는건 색다른 경험이네요. 지금까지 읽으며 육아, 이데올로기, 난민, 매커시즘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완독하면 마르케스의 소설도 시간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많아지네요ㅎ
@FiveJ @모시모시 님, 『토리노 멜랑콜리』 『가족어 사전』 『작은 미덕들』 관심 가져주셔서 기뻐요. 저는 제가 좋게 읽은 책 권하고, 또 그런 책을 여러분이 읽고서 좋다고 할 때 작은 기쁨을 느낀답니다. :) (정말 무용한 기쁨!)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야기 님 11장까지 쫓아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오늘 월요일(3월 18일)은 12장 '라틴 아메리카의 개혁가들과 더불어(1958~62)'를 읽습니다. 12장에서는 아직 전후 세계 자본주의의 호황기의 냉전 시기에 제3세계의 개발, 특히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능성이 꽃 피우던 시기에 현지의 지식인과 상호 작용하면서 자신만의 사고의 틀을 만들어가는 허시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시 무직자가 될 뻔한 허시먼에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또 그가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거셴크론은 진보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가는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경로로 발전하거나 아니면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로만 가는 것이 아니었다. 거셴크론에 따르면 마르크스주의가 말하는 '발전의 단계'도, (마르크스주의와 대적되는) 근대화론이 말하는 '발전의 단계'도, 틀린 이론이었다. 이런 이런들은 뒤의 단계가 앞의 단계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즉 후진성이란 어느 사회가 진보를 이루려면 선결조건으로 먼저 제거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었다. 후진성이 숨겨진 장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성장의 속도를 앞당기고자 하는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변화의 이데올로기를 양성할 수도 있으며,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제도(예를 들어 강력한 권한을 갖는 국가기구)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또한 후발 주자들은 선진사회가 기존의 공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치중하는 동안 그 단계를 아예 건너뛰고 나중 단계로 도약할 수도 있었다. 즉 후진성은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었다. 당시에 이는 전적으로 새로운 주장이었고 허시먼의 눈을 번쩍 띄워 주었다.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해서 그것이 꼭 절망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해서 현재 가진 것들을 완전히 뒤엎을 야심찬 계획을 도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535-536 ch.10 '숙고하는 활동가'를 매혹한 콜롬비아 현장(1952~56),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오! 다들 이 부분에 꽂히셨군요. 저도 메모했고 @소피아 님을 포함한 여러분이 중요 체크하셨어요. :)
^^
'후진성은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은 정말 유연한 사고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명제의 한 부분인것 같습니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뒤집어 생각하기 거꾸로 생각하기라고 할 수 있을까합니다만... 어쨌든 이 부분 저도 하일라이트를 해두었습니다. ^^
저도 “후진성”이라는 우리말이 주는 어감때문에 잠시 멈칫했는데요. 애덜먼의 설명을 따라가면서, “성장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 변화의 이데올로기, 강력한 국가 기구” 처럼 후발 주자 국가들이 선진국에 비해 잘 동원할 수 있는 동력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이해했어요. 단적인 예로, 얼마 전에 인도 청년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잠깐 봤는데, 미래를 묻는 질문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눈부시다”라던가? “아름다운 미래”라고 했나? 암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거든요. 요즘 선진국 젊은이들이 저런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게 바로 후발주자 인도의 (거셴크론의 언어로 하면) “성장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가 아닐까 싶어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6.25이후 전쟁 폐허에서 극복하고자 하는 강렬한 국민적인 열망이 대한민국이라는 후발 주자 국가의 최대 성장 동력이었다고 생각들고요. 이런 게 “후진성에 숨겨진 장점”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 점을 정확히 포착해서 개념화한 거셴크론에게 놀랐구요.
허시먼이 제시한 연구방법론은 '영웅적인 현장연구자'라는 허시먼의 취향에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런 인물상은 일이 전개되는 과정을 (닫힌 실험실 상태에서가 아니라) 열린 상태로 현장에서 관찰하는 '인류학자'들을 통해 활짝 꽃피게 된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1당,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읽으면서 허시먼의 연구방법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허시먼은 자신의 생각이 포괄적인 설명 모델로 등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무언가를 뒤집어 보고 숙고해 보고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재료여야 했다.” 경제학 분야를 몰라서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인 느낌상) 현재는 물론이고 저 시대에는 허시먼의 연구방법을 상당히 낯설어하거나 주변부 기법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YG 님도 앞에서 클리퍼드 기어츠를 언급하셨는데, 왜 인류학 쪽에서 꽃피게 되었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그러면 허시먼은 경제학 테두리 안에서 왜 그러한 방법론은 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자신의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그 강점을 활용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후 그것을 무기삼아 끈질기게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운명의 수레바퀴가 방향을 맞춰주는 시기가 도래하면, 화악 -대성하게 되는 거구요. 허시먼 역시 자신의 잘 하는 바를 끈질기게 파고 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도 쉽지 않은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잘 모르기도 하고, 발견했다고 해도 사회, 문화, 조직 등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버리고 더 환영받는 곳/것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허시먼은 자신이 주류 경제학자들의 길로 들어선다면 그 길에서 성공하거나 장기적으로 전진하지 못할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기. 이 부분이 참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신은 수학적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생각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는 것. 2024년 저에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몽테뉴는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은 가장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얻게 된 기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일어난다는 몽테뉴의 말은 진리였다.” 사라 베이크웰의 <어떻게 살 것인가> 읽을 때 제가 엄청 좋아했던 문장이 여기서 변형되어 다시 등장하네요! 12월의 문장과 3월의 문장이 랑데뷰하는 순간!!!
오. 몽테뉴 어게인! 지금 각 장 시작마다 붙어있는 카프카의 인용문도 너무나 착 달라붙는 멋진 제사인데, 몽테뉴로도 충분히 각 장의 제사를 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ㅋ
정말 몽테뉴만 파보아도 여러 문장 나오겠네요. 그러려면 <에세>를 읽어야..
『어떻게 살 것인가』의 가장 끝에 나온 감동적인 인용문이었죠! 이렇게 벽돌 책과 벽돌 책이 얽히니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저도 이 부분 밑줄 했는데...
사회적ㆍ경제적 사안들에 대해 책을 펴내는 프로젝트는 대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책을 쓰는 일에 착수하기 전에 저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이 유의미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답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것에 대해 책을 쓰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책을 써야만 해소될 수 있을 정도로 그 문제를 밀도 있게 연구해 보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처음에 생각한 답에 집중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답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아주 많은 문제에 대해 답이 된다는 확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질문에서 시작하는 후자의 경우에는 답을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하나의 답이 아니라 다양한 답들을 발견하게 된다.” 《진보를 향한 여정》을 마무리하던 무렵 허시먼이 적어 놓은 이런 메모를 보면, 그가 둘 중 어느 쪽이었는지는 분명하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저마다 자신이 ‘근본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설명에 따라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허시먼은 ‘해결책’의 범위가 원래의 문제[인플레이션]를 훌쩍 뛰어넘어 너무 멀리까지 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러한 문제해결 방식은 일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꼬이게 만들 위험이 커 보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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