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후진성은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은 정말 유연한 사고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명제의 한 부분인것 같습니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뒤집어 생각하기 거꾸로 생각하기라고 할 수 있을까합니다만... 어쨌든 이 부분 저도 하일라이트를 해두었습니다. ^^
저도 “후진성”이라는 우리말이 주는 어감때문에 잠시 멈칫했는데요. 애덜먼의 설명을 따라가면서, “성장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 변화의 이데올로기, 강력한 국가 기구” 처럼 후발 주자 국가들이 선진국에 비해 잘 동원할 수 있는 동력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이해했어요. 단적인 예로, 얼마 전에 인도 청년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잠깐 봤는데, 미래를 묻는 질문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눈부시다”라던가? “아름다운 미래”라고 했나? 암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거든요. 요즘 선진국 젊은이들이 저런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게 바로 후발주자 인도의 (거셴크론의 언어로 하면) “성장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가 아닐까 싶어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6.25이후 전쟁 폐허에서 극복하고자 하는 강렬한 국민적인 열망이 대한민국이라는 후발 주자 국가의 최대 성장 동력이었다고 생각들고요. 이런 게 “후진성에 숨겨진 장점”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 점을 정확히 포착해서 개념화한 거셴크론에게 놀랐구요.
허시먼이 제시한 연구방법론은 '영웅적인 현장연구자'라는 허시먼의 취향에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런 인물상은 일이 전개되는 과정을 (닫힌 실험실 상태에서가 아니라) 열린 상태로 현장에서 관찰하는 '인류학자'들을 통해 활짝 꽃피게 된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1당,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읽으면서 허시먼의 연구방법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허시먼은 자신의 생각이 포괄적인 설명 모델로 등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무언가를 뒤집어 보고 숙고해 보고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재료여야 했다.” 경제학 분야를 몰라서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인 느낌상) 현재는 물론이고 저 시대에는 허시먼의 연구방법을 상당히 낯설어하거나 주변부 기법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YG 님도 앞에서 클리퍼드 기어츠를 언급하셨는데, 왜 인류학 쪽에서 꽃피게 되었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그러면 허시먼은 경제학 테두리 안에서 왜 그러한 방법론은 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자신의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그 강점을 활용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후 그것을 무기삼아 끈질기게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운명의 수레바퀴가 방향을 맞춰주는 시기가 도래하면, 화악 -대성하게 되는 거구요. 허시먼 역시 자신의 잘 하는 바를 끈질기게 파고 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도 쉽지 않은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잘 모르기도 하고, 발견했다고 해도 사회, 문화, 조직 등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버리고 더 환영받는 곳/것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허시먼은 자신이 주류 경제학자들의 길로 들어선다면 그 길에서 성공하거나 장기적으로 전진하지 못할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기. 이 부분이 참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신은 수학적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생각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는 것. 2024년 저에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몽테뉴는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은 가장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얻게 된 기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일어난다는 몽테뉴의 말은 진리였다.” 사라 베이크웰의 <어떻게 살 것인가> 읽을 때 제가 엄청 좋아했던 문장이 여기서 변형되어 다시 등장하네요! 12월의 문장과 3월의 문장이 랑데뷰하는 순간!!!
오. 몽테뉴 어게인! 지금 각 장 시작마다 붙어있는 카프카의 인용문도 너무나 착 달라붙는 멋진 제사인데, 몽테뉴로도 충분히 각 장의 제사를 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ㅋ
정말 몽테뉴만 파보아도 여러 문장 나오겠네요. 그러려면 <에세>를 읽어야..
『어떻게 살 것인가』의 가장 끝에 나온 감동적인 인용문이었죠! 이렇게 벽돌 책과 벽돌 책이 얽히니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저도 이 부분 밑줄 했는데...
사회적ㆍ경제적 사안들에 대해 책을 펴내는 프로젝트는 대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책을 쓰는 일에 착수하기 전에 저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이 유의미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답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것에 대해 책을 쓰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책을 써야만 해소될 수 있을 정도로 그 문제를 밀도 있게 연구해 보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처음에 생각한 답에 집중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답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아주 많은 문제에 대해 답이 된다는 확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질문에서 시작하는 후자의 경우에는 답을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하나의 답이 아니라 다양한 답들을 발견하게 된다.” 《진보를 향한 여정》을 마무리하던 무렵 허시먼이 적어 놓은 이런 메모를 보면, 그가 둘 중 어느 쪽이었는지는 분명하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저마다 자신이 ‘근본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설명에 따라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허시먼은 ‘해결책’의 범위가 원래의 문제[인플레이션]를 훌쩍 뛰어넘어 너무 멀리까지 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러한 문제해결 방식은 일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꼬이게 만들 위험이 커 보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린드블룸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것의 원인을 알아야만 한다고 보는 널리 퍼진 가정"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가정은 정책 결정자들이 자신이 내리는 처방을 확신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의 정보와 지식을 확보하고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라틴아메리카의 개혁과들과 더불어(1958-62) 631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참, 11장에서 등장하는 토머스 셸링은 우리가 2월에 읽었던 벽돌 책 『경제학자의 시대』 7장 '경제학이 계산한 생명의 가치'에서 생명을 달러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을 고안한 경제학자로 등장한 것 혹시 기억나시나요? 에펠바움은 셸링의 업적의 양과 음을 비교적 균형 있게 서술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허시먼보다 여섯 살 어렸던 셸링은 그의 학문적 의의를 누구보다도 먼저 간파한 동료였고, 또 계속해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제학계의 동료 역할로 이 책에서 등장합니다. 그는 게임 이론을 통해서 갈등과 협력의 이해를 증진시킨 공으로 200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합니다(2016년 타계.) 국내에서는 그의 주저 두 권이 번역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참, 셸링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4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의 시나리오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준 경제학자로도 알려져 있어요. :)
갈등의 전략 - 노벨경제학상에 빛나는 게임이론의 바이블, 노벨경제학상 수상작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 작은 동기와 선택은 어떻게 커다란 현상이 될까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토머스 셸링의 대표작. 지난 30여 년간 경제학자와 정치학자, 정책결정권자와 논평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기념비적 저서다. 경제학의 틀을 넘어 사회학, 심리학 등으로 시각을 확장해, 개인의 작은 동기와 선택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결합되어 의도치 않은 중대한 결과를 낳는지 알려준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미 공군의 잭 리퍼 장군은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인의 신성한 혈통을 오염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핵폭격기를 출격시킨다. 미국 대통령은 절대절명의 위기를 해결 하기 위해 자문회를 소집하는데, 그 자리에서 소련 대사는 만일 소련이 핵공격을 당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파멸되는 운명의 날이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 나치주의자였던 천재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핵무기에 지구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사실이 너무 명백하므로 핵무기로 상황을 대응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과연 폭격기는 제 시간에 제거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잭 리퍼 장군이 전세계를 파멸시키는데 성공 할 것인가?
허시먼은 누나(우르줄라)에게 이렇게 전했다. "(토론을 하고 나니) 토머스 셸링이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겠어. 무서울 정도라니까? 그는 경제학에서 조금 동떨어져서 이제는 외교 정책과 평화 전략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셸링은 사회 변동의 동력을 보려면 사람들이 구사하는 전략의 차이에 주목해야 하며, 이론들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그리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594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은 개혁이란 변화를 강제하고 추동해낼 수 있는 긴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변화는 긴장에 의해 동력을 얻으며, 긴장이 없으면 변화는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될 터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03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은 여러 유형의 개혁가를 구분했다. (…) "무언가가 실제로 잘못되었기 때문에 바꾸려는 사람"이 한 유형이라면, "현재의 상황이 참을 수 없고 재앙적인 미래를 가져오리하는 인식 때문에 현 상황을 바꾸려는 사람"이 또 한 유형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03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참, 저는 이 책을 읽고서 처음 알았던 지식인데. 저도 많이 사용하고 기사에도 많이 등장하는 '연관 효과'. 이 말을 허시먼이 처음 고안해서 사용한 것 다들 알고 계셨나요?
'연관 효과'라는 개념은 허시먼이 경제학 이론에 남긴 중대한 공헌 중 하나이다. 연관 효과에는 전방 연관 효과와 후방 연관 효과가 있다. 전방 연관 효과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제품의 정교화나 마케팅 등과 관련된 경제 활동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고, 후방 연관 효과는 제품을 만들고 다루는 데 들어가는 투입 요소에서 발생하는 연관 효과를 의미한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하나의 산업이나 분야를 추동하면 그것이 긴장과 희소성을 촉발시켜서 그 분야와 연관된 다른 산업이나 분야에서도 수익성 있는 사업 기회를 창출하게 된다는것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11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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