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운동은 이렇게> 재작년 즈음(?)에 동료 몇 명과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눴는데 70년대에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문제와 고민이 많아서 이야기할 거리가 풍성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이번 책을 읽으면서 마이클 왈저라는 이름을 보고 읭? 그 분이 그분인가 해서 찾아봤느데 그 분이 그분이었습니다 ㅎ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쓰임다

YG
오! 읽으셨군요. 같이 언급한 원서도 나중에 한번 읽어보세요. 정말 한국 사회에 유용한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랍니다.
쓰임다
@YG 이렇게 강력하게 추천해주시면...저는 전자책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읽기 도전...

YG
“ 사회과학의 분절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는 허시먼의 노력에 기어츠가 큰 도움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기어츠 역시 문학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며, '공통된 인간성'이라든지 '기본적인 본성' 등에 대해 과도하게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법론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표면 아래의 기저에서 사람들이 '정말로 어떠한 존재인지'를 보는 것보다 표면 위에서 사람들이 '정말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949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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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몽테뉴, 허시먼, 기어츠의 공통점이 여기서 나와요. "그는 표면 아래의 기저에서 사람들이 '정말로 어떠한 존재인지'를 보는 것보다 표면 위에서 사람들이 '정말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사실 이런 방법론의 또 다른 계승자가 요즘 사회과학계에서 핫한 브뤼노 라투르(1947~2022)입니다. 라투르의 철학에 입문하기 가장 좋은 책은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사월의책)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모순과 미스터리로 가득 찬 과학의 속살을 들여다보다.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합적 사유의 새로운 패러다임. ‘논란 속의 과학’을 단순한 찬성이나 반대에서 벗어나 정치-사회적 관계까지 포괄하는 인문학의 지평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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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참, 964쪽에도 나오고 앞에도 몇 번 언급된 적이 있었던 허시먼과 오랜 우정을 나눈 에마 로스차일드. 귀에 익지 않으세요? 네, 아마르티아 센의 세 번째 부입니다(1991년).
허시먼의 조카 에바와 1985년에 사별한 센이 1991년에 세 번째로 결혼한 상대가 바로 이 에마 로스차일드입니다. (에마 로스차일드의 외할머니 캐서린은 『사람을 위한 경제학』의 히로인 비어트리스 포터의 조카.)
참, 우리가 올해(2024년) 아마르티아 센의 자서전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옵니다. (지금 한참 번역 중이라고.)

소피아
엇, 저 1월달에 센 자서전 킨들책으로 구매했어요 ㅜㅜ 아직 앞에 몇 장밖에 못 읽었;;

모시모시
센 자서전에 허시먼 이야기 등 여기서 읽은 이야기 나올런지 기대되네요. :)

소피아
저 방금 이 포스트보고 킨들책에서 단어검색 해봤어요. 없어요, 없어. Hirschman으로도 Albert로도 검색했는데 없어요. 대충격!
어이, 조카사위. 왜 그러셨는가!

모시모시
흑..... 왠지모를 배신감 허허. ㅜㅠ

모시모시
벽돌책의 후유증...ㅋㅋ
한 인물에 대해 천페이지 읽고나면 그럴수 있... ㅋㅋ

YG
아, 충격적이네요. 하하하!

YG
968쪽에 나오는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책 『어족』이 제가 몇 번 언급했던 『가족어 사전』(돌베개)입니다.

가족어 사전이탈리아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소설. 1963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스트레가 상 수상작으로,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현대의 고전'이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자전적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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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 가능주의자 허시먼은 '민주 사회의 미시적 토대'를 탐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이야기한 '권위주의적 성격의 인간형'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성격의 인간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87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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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방금 완독했습니다. 장렬히 전사..는 아니고, 몇 가지 생각을 추가 정리하자면 (이제 잡생각들을 그냥 버리지 못한다..)
(1) <이탈, 발언, 충성심> - 20장 읽으면서 “오오, 제러미 애덜먼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어“ 라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허시먼 이론 중에서 저 이론이 가장 확장/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거든요. 분야를 넘나드는 학제간 논의와 연구가 중요한 건 분명하지만, 제대로된 성과를 내려면 뼈대가 되는 이론 개념이 굳건히 떠받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허시먼이 왜 저렇게 여러 가능성이 있는 이론을 두고 주류 경제학자와 협업하지 않은 부분이 의아했습니다. (무려 가능주의를 외치던 사람이!) — 심지어 경제학 1도 모르는 나같은 무지렁이 독자 눈에도 보이는 것을 허시먼이 몰랐을 리도 없고..어쩌면 본인도 협업 가능할 만한 주류 학자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보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겠죠. 제자 중에서도 누가 적당할까 고심해보았을 겁니다. 제자나 학파를 만드는 데 큰 관심이 없었던 만큼 찾지 못했을 거라 생각 들고요. 경제학자로서의 허시먼은 무척 고독했을거란 생각마저 드네요. 그가 기어츠와 그토록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것도 이해가 되는 맥락이기도 하구요.
(2) 노벨 경제학상을 타지 못한 이유 -이 질문에 대한 애덜먼의 분석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사실 (저의 짐작) 허시먼도 자신이 노벨상을 받지 못할 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부질없는 희망에도 매달리게 되는 존재이니까 허시먼이 노벨상을 타지 못한 것에 아쉬워 했을까란 질문은 또 다른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애덜먼의 분석에 저의 ‘작은 생각’을 하나 보태자면, 노벨상 평가 항목에는 ‘시대성/시대정신’ 항목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0년대에 노벨상 수상에는 21세기 극초반의 시대성을 드러내는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거죠. 허시먼이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1980-90년대를 돌이켜볼때, 허시먼의 사상이나 이론은 시대를 대표한다기엔 조금 어긋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이라면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졌을 수도..
20세기 최고의 소설가라고 불리는 제임스 조이스도 노벨상을 타지 못했고 필립 로스도 살만 루슈디도 못탔으니, 이들에게는 포르투나가 웃어주지 않았던 걸로..
(3) 마르크 샤갈 - 제가 20대때 샤갈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고향 마을 비텝스크를 떠나 이국을 떠돌던 화가의 진한 향수 어린 그림들도, 서커스같이 즐거운 분위기도, 어딘지 모르기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도 모두 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슬픔이 느껴져서 더 애틋했습니다. 그래서 허시먼이 긴급구조위원회를 통해 구출한 유대인 이름 중에 샤갈이 들어가 있길래 아, 이때 구출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샤갈의 <키스>가 나올때는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허시먼과 샤갈은 영혼의 단짝, 데칼코마니같은 존재라는 것을. 외부의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유대인, 평생 이국을 떠돌아야 했던 영원한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이방인, 마음 한 구석에 깊은 슬픔을 평생 간직하면서도 밝은 색채의 긍정주의로 세상에 맞선던 직업인, 그리고,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화가와 극단을 거부했던 경제학자. 두 분 모두 오래 사셨는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는 오래 살면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고통스럽고 생생하게 마주해야 하는 구나 싶어서 마음 아팠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샤갈의 그림들을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 마르크 샤갈

YG
아, 완독하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샤갈로 마무리한 부분 정말 절묘하지 않았나요? 저는 '아!' 하고 탄성을.

소피아
샤갈 마무리 완전 좋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으로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런데 말입니다, <앨버트 허시먼>을 완독한 자는 축구로 치면 연장전후반에 승부차기까지 뛴 선수, 야구로 치면 더블헤더 경기를 소화한 선수인데, 이렇게 기진맥진한 상태로 맞이한 다음 벽돌책이 과학 분야라니.. 시작도 하기 전에 어지럽네요?

모시모시
“ 다양한 사회단체의 지도자들이 그에게 지혜를 구했다. 하지만 허시먼은 조언을 남발하는 명사 노릇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확실성을 설교하는 것을 전보다 더 싫어했고 자신의 확신을 퍼뜨리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밀턴 프리드먼이었다. 시카고대학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은 실로 감탄스러울 만큼 확신에 가득차서 신보수주의를 설파하는 명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0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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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 1995년 4월 7일, 고등연구소 소장 필립 그리피스는 허시먼의 친구와 동료들을 초청해 그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인공인 저명한 학자의 명성에 걸맞게 생일파티에서는 세미나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아마르티아 센이 개발과 빈곤에 대한 세미나를 주관했고, 후치 카르도주, 마이클 맥퍼슨, 폴 로머, 토머스 로빈슨, 에마 로스차일드, 주제 세하, 제임스 울펀슨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논평을 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맺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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