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그러믄요 님, 즐겁게 읽고 계신 것 같아서 반갑습니다. 5장까지는 정말 영화나 드라마 같죠? 책 중간 부분에 보면 50대 초반의 허시먼에게 1960년대 후반에 10대, 20대, 30대인 교수, 학생 등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실천의 방법을 놓고서 이러쿵저러쿵하는 모습이 나와요. 허시먼은 침묵. "그들은 허시먼이 과거에 그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대단한 경험을 한 것을 알지 못했다." 이런 비슷한 문장을 보고서 살짝 웃었어요.
이 책을 읽기 전에 YG님이 말씀하신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가 궁금해서 읽어보았는데요, 제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라 제대로 읽어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의 <들어가는 글>을 읽는데 적지 않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늘 좋은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드려요.
@푸름 아, 그러셨군요. 이 평전을 읽고 나서 허시먼의 책을 다시 읽으면 훨씬 이해하기 수월하실 거예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이 책을 읽고서 이 평전을 읽으면 허시먼의 삶이나 사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실 테고요. 저도 '아!' 하면서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이탈, 항의, 충성심' 이 세가지 개념을 통해 다양한 조직들의 퇴보 상황을 해부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개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지 그리고 이들을 겸용 내지 혼용할 때 실제 의도와 얼마나 다른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세계적인 석학이자 전방위적인 학자 앨버트 O. 허시먼이 분석한 보수의 수사학.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성공과 인권선언, 19세기 보통 선거권의 도입, 20세기 복지국가의 수립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유명한 논쟁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여 변화에 ‘반동(react)’하고자 하는 세 가지 논리를 추출해낸다.
책 전반부부터 멋집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빗대어 허시먼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네요. of the world, about the world, to the world. 세상을 이해하려고 그리고 세상을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고 행동한 학자라고 소개합니다. 원문의 책 제목(worldly philosopher)과도 맞닿아있어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일의 나치를 피해 유럽으로, 유럽의 파시즘을 피해 미국으로, 다시 미국의 매카시즘을 피해 남미로... 그의 인생은 떠남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떠남은 상황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일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선택 있기도 했다는 측면에서 상황이 부여한 우연과 자신의 적극적인 선택에 의해 허시먼의 철학을 형성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많은 떠남과 머뭄속에서 그는 자신의 기원을 부인하고 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기원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 항상 열린 사고 방식을 견지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pp.26~26.에서도 나오지만 Virtu와 Fortuna 선택과 우연으로 인생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혁명하려던 그의 노력이 너무 기대됩니다. 왠지 이번 벽돌책이 저의 다른 인생책으로 등극하지나 않을까 떨리는 설레임으로 입문합니다.
선택을 통해 우연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의 핵심은 '가능성'들에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이는 가능성들을 창출하는 것이기도 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27.,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은 사건이 변칙적이거나 일탈적이거나 뒤집힌 순서로 전개될 가능성들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잠재적 경로로서 그려 볼 수 있도록 연구자의 상상력을 재설정해 줄 사회과학을 만들고 싶었다. - 아... 허시먼이 저의 지도교수였다면... 하는 생각에 잠시 빠져봅니다. 그랬다가 이내 저의 지도교수로 모시기로 마음먹고 허시먼 저서 3권을 주문했습니다. 이 책의 목적에 제대로 낚인 것이지요.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 28.,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롱기누스 하지만, 정작 허시먼은 좋은 스승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일단 강의 스킬이 형편 없었고(정말 신은 공평하죠? 강단에서 마치 모든 걸 다 안다고 폼을 잡는 일이 특히 힘들었다고. 나중에 여러 차례 나옵니다.) 제자를 키우려는 노력도, 자기만의 학파를 만드는 노력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고 해요. 특히 그가 갈수록 수식에 의존하게 되는 경제학과 안에 있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고요. ('괜히 나 따르다 경제학자로서 앞날이 막힌다') 그런데도, '나는 허시먼의 제자' 혹은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스승'이라고 따르는 후배, 제자가 상당히 많았다니 그것도 복입니다.
의도와 실제 모습이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 군요. 티칭은 학부때는 문제가 될 수 있어도 대학원에서 지도교수의 티칭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제자를 키우려는 노력도 자기만의 학파를 만들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저에게 지도교수로서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책을 구입하긴 했으니 한번은 읽어보는 걸로.. ^^
삶에서 봉착하는 난관이 삶 전체를 비극으로 끌고가 버리지 않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유머와 해학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28.,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나이가 들수록 상황에 맞는 유머를 구사하는 분들이 부럽더군요^^
허시먼은 경직적이고 비타협적인 형태의 주장들이 선택지와 대안의 범위를 좁혀버림으로써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정치와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포착한 주장이었다. - 언어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에 허시먼의 주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허시먼이 '모 쥐스트'에 그렇게 집착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31.,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은 기존의 사회과학의 접근방식이)정통과 확실성만 추구하다보면 의심과 회의가 가져다줄 수 있는 창조적인 가능성들과 예기치 못했던 경로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들을 배제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 세렌디피(serendipity)!!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45.,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는 다는 말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가정을 버림으로써 세상 속에서의 경험과 시도를 통해 새로이 알아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믿는 것을 의미했다. - 절대공감. 이런 교리라면 따르는 무리들도 엄청 많았들 듯.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 46.,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이 문장 저도 포스트잇으로 강조해 뒀어요! :)
불확실성은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회의는 무언가를 내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 것이다. 전자는 자신감을 약화시키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3장 쁘띠이데,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알베르토의 태생적 본능은 아마도 혁명이나 혁신보다는 개혁쪽에 더 많은 호감과 정치적 비중을 둘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1장과 2장이네요. 하지만 저는 서문의 저자가 생각하는 허시먼의 특성은 오히려 더 공감이 갈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중도보수적 포지션에 대한 계급적관점도 파악할수 있었습니다.
어떤때는 역경에서 빠져나오려면 조심스럽고 겸손한 태도가 필요했다. 한계를 인정하고서 당장에 취할수 있는 전략들로부터 추구해나가는 것이다. 이는 클수록 좋고 거대할수록 위대하다는 생각에 유혹되지않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어떤때는 야망과 과장이 필요했다.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는다는 말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가정을 버림으로써 세상속에서의 경험과 시도를 통해 새로이 알아갈수 있는 가능성을 믿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다보면 전혀 있을법하지 않아 보였거나 대단히 엉뚱해 보였던 것들도 선택지에 들어올수 있었다. 가장 많은 저항이 있는 지점이 가장 세게 눌러봐야하는 지점이었다. 이런 관점때문에 허시먼의 사회과학은 예측력을 추구하기보다 복잡성을 이해하려는 쪽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허시먼이 딱 떨어지는 수학공식보다 인상적인 이미지를 더 좋아한것도 사실이다. (p.46)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YG @모시모시 막 읽기 시작했는데, 몽테뉴 경 말씀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한때 친했다가 지금은 연락이 뜸해진 지인을 낯선 장소에서 불현듯 만난 느낌입니다. “아이고, 몽테뉴 경. 오랜만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힘차게 악수 교환! YG님이 올려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제가 아무런 기대도 바람도 없이 독서를 하는 편이긴 한데, YG님 글을 읽고보니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하고 싶어졌습니다. “선택을 통해 우연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의 핵심은 '가능성들'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이는 가능성들을 창출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믐의 벽돌책 모임은 독자적인 궤도를 만드는 가능성을 창출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천페이지 넘는 책은 요즘 시대에 고약한 취미로 취급당할만 ^^;;;;)
3월 하고도 3인째인데 이제 처음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곧 귀국히는데로 따라 잡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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