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롱기누스 허시먼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세상을 보는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그건 천천히 또 얘기를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모시모시 아, 몇 살인가요? 만 열한 살 동거인과 사는 저도 1장 읽으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었답니다. :)
만6세 여아입니다. ;) ㅎㅎㅎ
@모시모시 아, 이때도 다 지나간다는 위로밖에 드릴 말씀이 없군요. 하하하!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월의 벽돌 책 시작은 잘 하셨나요? '들어가는 글'에서 이미 허시먼의 매력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이 꽤 될 텐데요. 오늘(3월 4일)은 2장 '나치 집권을 막으려 분투한 청년 사회주의자(1930~33)'를 읽습니다. 나치 집권을 앞둔 시점에서 독일의 여러 정치 세력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입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탄식이 나오는 장면이 많은데요. 그 과정에서 이제 열다섯 살에서 열일곱 살이 되는 오토의 고민과 선택을 간접 경험해 보세요.
앨버트 허시먼은 마르크스와 헤겔의 영향을 받았으되 이들 모두와 대비되는 독자적인 사상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 사상을 우리는 '실천적 관념론' 혹은 '실용적 이상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9-20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에게 '분리'란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능주의(possibilism)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단어는 '쾌락은 실망을 주지만 가능성은 절대로 실망을 주지 않는다'는 쇠렌 키르케고르의 유명한 경구를 차용해 자신의 기질을 드러낸 것이었다. (…) 사실 그 세대 지식인 대부분이(일례로 허시먼보다 몇 살 많은 한나 아렌트만 보더라도) 희망보다는 우려, 기회보다는 재앙의 이유를 먼저 발견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7-28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전기는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존재하는 것과 부재하는 것을 혼합하는 것이며, 한 사람의 인생에 있을 수 있었던 '가지 않은 길', 우연히 생긴 일, 어쩌면 생길 수도 있었을 일,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가능성들 중에서 극히 일부분만 재구성할 수 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하마이오니 리) 42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인간을 '완벽해질 수 있는 존재'로 보지 않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면 어땠을까? 허시먼은 우리의 상상력이 전자에만 치중한 나머지 후자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기껏해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정도로 치부하는 것을 애석해했다. (…) 허시먼은 유토피아주의자와 숙명주의자 모두 양자택일식 주장을 펴면서 사회가 달성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기대와 그것의 실패가 초래하는 극심한 절망 사이를 미친 듯이 오가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48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개인적으로 정말 공감을 많이 한 대목입니다. 인간을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로 보는 태도.
사람은 바뀔 수 있는가란 질문에 상당히 회의적인 편인데요 - 사람이 변하는 게 쉽냐, 뭐 이런 생각을 자주하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타고난 기질은 바뀌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도 많구요. 세상에 넘쳐나는 ‘나를 바꾸는 방법 몇가지’에 대한 말들도 죄다 시큰둥하고.. 그런데, 루이즈 페니 소설 속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어요 (이런 순간 흔치 않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지만, 성장할 수는 있다.”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완벽해질 순 없어도 조금 더 나아질 순 있는 존재”란 말은 결국, 우리 모두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존재란 말 같아요. 하루아침에 새로 태어난 듯 변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건 가능할 것 같은 느낌.
한번에 변할 순 없지만 성장할 수는 있다는 메시지... 멋진 말이네요. 가능주의!
가능주의!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성장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면 이 명제 역시 다시 생각하게 만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 좋은 문장입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발전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완벽함에 대한 경계 그리고 회의. 책을 읽으면서 허시먼에게 점점 빠져드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관찰하는가'는 우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회와 제약의 세계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내러티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85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모시모시 @YG 양육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제가 1, 2장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 중 하나가 앨버트 허시먼이 다닌 학교였거든요? - 프랑스 김나지움. 독일계 유대인이라는 공통점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에서 읽은 오펜하이머랑 비교가 되더라구요. 자유롭게 탐구하는 에티컬 컬처 스쿨에서의 경험이 오펜하이머의 세계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처럼, 프랑스 김나지움이 앨버트 허시먼에게 코즈모폴리턴 정신이 불어 넣어준 부분이요. 이게 유명한 인물 평전의 단골 클리셰같은 건지, 진짜로 평생 중대한 영향을 미친 대목인지 궁금했어요. “포츠담 칙령(1685년)으로 설립된 프랑스 김나지움은 [종교 박해를 피해] 프랑스에서 도망친 위그노교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프로이센의 관용과 포용의 상징으로서, 프랑스 김나지움은 학생들에게 코즈모폴리턴적인 정신을 불어넣어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19세 기 후반에는 유대인 학생도 점점 많아져서 1834년에서 1933년 사이의 졸업생 1000명 중 3분의 1 이상이 유대인 이었다.”
그는 가능주의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단어는 "쾌락은 실망을 주지만 가능성은 절대로 실망을 주지 않는다"는 쇠렌 키르케고르의 유명한 경구를 차용해 자신의 기질을 드러낸 것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 27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사실 그 세대 지식인 대부분이(일례로 허시먼보다 몇 살 많은 한나 아렌트만 보더라도) 희망보다는 우려, 기회보다는 재앙의 이유를 먼저 발견했다. (……) 대체로 사회과학은 주어진 조건들을 변수로 놓고 거기에서 확률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아보는 데 치중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의 연구는 대부분의 국가가 빈곤, 저개발, 독재 등의 당면 문제를 그 국가 스스로의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이런 접근방법은 '상상력'에 많은 여지를 남겨 주지 않았고, 학자가 된다는 것이 학문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허시먼은 사건이 변칙적이거나 일탈적이거나 뒤집힌 순서로 전개될 가능성들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잠재적 경로로서 그려 볼 수 있도록 연구자의 상상력을 재설정해 줄 사회과학을 만들고 싶었다. 미래의 역사가 나아갈 수 있는 대안적 경로에 여지를 열어 줄 다양한 조합들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28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그는 현대사회에서 공공 사안에 대한 주장들이 '어떤 형태로' 개진되고 있는지를 연구해 마지막 주요 저서인 《반동의 화법》[한국어판: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을 펴냈다. 이 책에서 허시먼은 경직적이고 비타협적인 형태의 주장들이 선택지와 대안의 범위를 좁혀버림으로써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정치와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포착한 주장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 31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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