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마디도 그 자신이 한 말은 아니었지만 법정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한 사람은 바로 허시먼이었다. 여기 성인이 된 이래 인생 전체를 이 냉혈한 같은 독일인 장교가 상징한 것과 맞서 싸운 청년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파시즘을 상징하는 인물 옆에 앉아 그 인물의 권리를 언어로 지켜 주고 있었다. ”
7장 마지막 부분에서 허시먼이 도슈틀러의 통역을 맡게 된 상황이 너무 아이러니하고도 운명의 장난같아서 멍하게 되었네요. (제러미 애덜먼 씨, 저 세 문장 너무 훌륭합니다!). 사진도 한참을 쳐다봤어요. 도슈틀러가 사형을 선고받을 때 허시먼이 하얗게 질린 모습은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했고요. 인간이란 어떤 동물인가.. 한숨—
모시모시
저도 이 본문과 사진 너무 인상깊었어요.
소피아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일화로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아요. 재러미 애덜먼은 에피소드 장인인가.. 게다가 저 세 문장은 왜 저리 잘 쓰셨는지.. 마음 저리게..
이 일화를 읽으면서 같이 떠오른 기억이 있었는데요. 오래 전에 택시 운전사 분이 “인간이 얼마나 이해불가하냐면 말이야..”하시면서, 영화 <콰이 강의 다리> 이야기를 들려 주셨거든요? 그때도, 지금도 <콰이강의 다리>를 보지 못했는데, 그 분이 들려주신 영화 줄거리와 거기에 나오는 기막힌 사연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이 (이 부분이 허시먼 일화와 비슷) 무척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2차 세계대전 중 태국 콰이강 에 일본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한 다리를 건설하는 데 전쟁포로들이 동원되었는데, 그 포로들이 너무 열심히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나중에 (일본군 작전을 방해하기 위해) 다리를 폭파시켜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자신이 직접 만든 다리를 폭파하는 걸 원하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폭파를 방해한다던가? 했던거 같아요). 전쟁 포로가 적군의 다리를 폭파하는 걸 주저하게 되더랍니다. 다리가 내 것 같이 여겨졌던 것인지.. 도슈틀러 재판이야기 읽으니 오래 전 들었던 이 이야기가 자동 재생 되더라구요.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복잡해서..
소피아
키르케고르에서 '가능한 것들에 대한 열정'이라는 표현을 발견했고 이 표현은 허시먼의 상상력을 곧바로 사로잡았다.
14장에 보면 '정치경제학과 가능주의'라는 에세이 이야기가 나와요. 저자는 "허시먼의 가장 유려한 에세이"이고 "가능주의자로서의 앨버트 허시먼을 드러내고 있는" "사회과학계의 다른 입장에 맞서 가능주의를 명료하게 선포한 선언문"이라고 평가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허시먼이 염두에 둔 두 사람이 키르케고르와 플로베르였다고 합니다.
YG
@소피아@모시모시 OSS 요원이라서 괜히 해본 생각인데.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박상원 씨 캐릭터와 허시먼이 겹치지 않아요?
모시모시
앗. <여명의 눈동자> 많이 들어는 봤는데 아슬아슬하게 그 세대는 아니라서 찾아봤어요. 박상원이 미국의 OSS 요원으로 활동하는군요! 한국도 OSS 입장에서 흥미로운 & 치열한 작전장이었을 것 같아요.
전 OSS 나와서 전에 추천해주셔서 재밌게 읽은 <원자 스파이> 가 생각났어요. 거기서는 OSS가 좀 좌충우돌 웃겼죠. ㅎㅎ
소피아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는 알고 있는데 (갑자기 언급하셔서 잠시 <모래시계>와 헷갈림), 등장인물도 알고 대략 줄거리도 아는데 보지는 못했어요. (제가 K-드라마를 본게 별로 없어요 ㅜㅜ) 근데 우리나라 사람이 OSS 요원으로 활동한다니 급관심 생기네요?
허시먼은 정식 OSS요원이라고 하기엔 (주어진 임무가 별로 없어서) 성과가 너무 미미하지 않습니까? 긴박함이 없어..
@모시모시 님, 1월달에 <원자스파이> 재미있다고 하셔서 제가 또 구입해두지 않았겠습니까? 쌓이기만 하는 책들 ㅠㅠ 이제 좀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ㅠㅠㅠㅠ
롱기누스
ㅎㅎㅎ 허시먼은 사실 OSS 요원이라고 하기에는 좀 머쓱해질 정도의 역할에 그치는 것 같아요.
모시모시
대의를 향한 신념과 현실적인 필요성에서 그는 세 번째 전쟁에 자원했다. 에스파냐, 프랑스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국기 아래서, 그러나 동일한 대의를 위해서.
“ 가능한 것들에 대한 열정 (중략) 가능한 것들의 범위를 인식하는 것, 그 인식의 범위를 넓히는 것, 때로는 '있을 법한probable'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가능한possible' 것들을 추구하는 것. 이것은 이후 수십년간 계속해서 되살리게 되는 '프티 이데'의 기초가 된다 ”
“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는 공허하다고 깊이 믿는 것이, 정직이나 정의와 같은 기본적인 원칙들을, 그리니까 논쟁에서는 기초이지만 현실에서 실현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원칙들을 전투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을 강화시켜 줄 수 있을까? 그렇게 믿지 않는 경우보다 더 거리를 둘 수 있게 함으로써 말이야.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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