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허시먼 평전을 읽다 보면, 지금은 대가가 된 또 한국 사회에서도 유명한 학자의 꼬꼬마 시절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는데요. 예를 들어, 허시먼의 비판자였던 세계 체제론의 대가 이매뉴얼 월러스틴(1930~2019)이 그렇죠. (저도 어렸을 때는 많이 읽었었는데, 지금은 그때 이분 책을 왜 그렇게 열심히 읽었나 하고 후회가 되는 학자 가운데 한 명인데요.)
가까운 곳, 그러니까 컬럼비아 대학에서도 반대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새뮤얼 헌팅턴은 근대화와 개혁이 제3세계를 혼란 속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점점 더 강하게 하고 있었고, 그의 견해가 오른쪽으로 더 기울면서 이는 허시먼의 우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매뉴얼 월러스틴처럼 더 젋고 급진주의적인 학자들에게서도 비판이 제기되었다.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분야의 전문가로 떠오르고 있던 월러스틴은 급진적인 변화 없이 이루어지는 개발은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71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화요일(3월 19일)은 13장 '세계의 개발 프로젝트 현장을 누비며(1963~67)'를 읽습니다. 이 장에서 허시먼과 새러가 파트너가 되어서 2년간 엘셀바도르, 에콰도르, 페루, 우루과이, 에티오피아, 우간다, 수단, 나이지리아, 인도, 서파키스탄, 동파키스탄(방글라데시), 태국, 이탈리아 등을 누비고 나서 그곳에서 진행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쓰는 작업입니다. 이때의 경험은 나중에 19장의 감동적인 여정으로 반복되니 꼼꼼히 살펴보세요. :) 아, 허시먼과 한반도가 좀 더 연이 닿아서, 이 즈음에 허시먼이 한국에도 한 번 와서 어떤 감상을 받았는지 기록이 남겨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장이었어요.
우아...조금 댓글읽기를 게을리 했더니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없는 댓글의 향연을 잘 읽었습니다. 다들 대단하시고 감사해요~
후진성이나 후발성은 일반적인 순차적 단계대로 가지 않고 몇 단계를 건너뛰거나 뒤바뀐 순서로 갈 수도 있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1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개혁은 원조와 계획을 제공하는 외국의 전문가가 관리할 수 있는 부드럽고 직선적인 과정이 아니었다. 개혁의 과정에는 현지인들과의 불안정한 연합, 그리고 현지인들이 알고 있는 '기민하고 복잡한 전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은 ‘좌절스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작동하는’ 부분들을 찾으려 했고, 가능하다면 ‘좌절스러운 점들 때문에 작동하는’ 부분들을 찾으려고 했다. 희망을 주는 부분을 짚어내는 것은 그의 직업적인 버릇이 되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3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의 분석에 자리잡고 있는 핵심은 모든 사회의 역사가 산업을 ‘산업혁명’과 동일시하는 단 한 가지의 설명에 부합해야 하는 것은 아님을 보이는 것이었다. (...) 허시먼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에 덜 집착하는 대안적 경제사의 토대를 제시하고자 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3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저는 체게바라 빨간 책을 대학생때 읽었었는데 @모시모시 님이 말씀하신 그 문구만 기억나요ㅎ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고 좋아했었구요. 밤이 깊어서 13장을 중간에 덮어야겠네요
그는 컬럼비아보다 콜롬비아를 더 편하게 느꼈던 것 같다..제3세계의 전환이 엘리트와 기술관료들에 의해 균형있게 계획되고 질서있게 조절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자기기만이자 다른 모든 이를 속이는 일이기도 하다는 데는 둘의 의견이 일치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3월 20일)과 목요일(3월 21일) 읽을 장은 14장 '사회 계약과 시장의 연결고리(1967~71)'입니다. 이 장에서는 전 세계 곳곳에서 혁명과 강도 높은 변화에 대한 열기와 희망이 가득했던 저항의 계절이었던 1967~71년 동안(이른바 68 혁명)의 허시먼의 행적과 그 과정에서 그의 명저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Exit, Voice, and Loyalty)』(나무연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또 그 핵심 내용과 당대의 반응, 후대에 미친 영향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됩니다. 이 장은 분량도 많고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오늘 내일 이틀 동안 읽습니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이탈, 항의, 충성심' 이 세가지 개념을 통해 다양한 조직들의 퇴보 상황을 해부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개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지 그리고 이들을 겸용 내지 혼용할 때 실제 의도와 얼마나 다른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어쩌면 좁은 의미의 실패가 넓은 의미의 효과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91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어떤 개발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충돌과 긴장을 만들어내고, 어떤 프로젝트는 그렇지 않다. '엔지니어링처럼 사람들이 협상이나 타협과 같은 정치적 기술을 개발하게 해 주는 프로젝트가 있고, 단지 긴장과 갈등을 불거지게 만들고 악화시키고 자극하기만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99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어떤 프로젝트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어떤 프로젝트는 그렇지 않은가? 이 질문 역시 허시먼이 매달렸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사회 곳곳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꼭 한번 고민해봐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또 고민해보자고 권유하심. 내가? 고민을? 여기서? 왜? ^^*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서요..)
하하하! @소피아 님, 맞습니다. 반성하겠습니다.ㅠ.
마르크스가 원래 한 말은 '인류는 항상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제기한다'이지만 단어를 조금 바꾸면 의미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인류는 항상 자신이 생각하기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만 제기한다.' 이렇게 되면 마르크스의 원래 문장이 가지고 있던 결정론적 입장이 누그러지게 된다. 인류가 제기하는 문제는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703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이 대목 보고 영화 <인터스텔라> 생각하신 분? (마르크스의 인용문은 원래 유명한 문장이고요.)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허시먼은 수출 산업을 시작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출 주도 산업화'라는 개념은 아시아의 기적이 '모델'로 자리잡기 한참 전에 이미 허시먼이 제시한 통찰이었던 셈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727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아, 저는 이 부분 읽으면서 허시먼이 한국이나 타이완을 보면서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게 많이 궁금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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