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의료』 함께 읽기.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D-29
영국에서도 보건의료와 관련된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적지 않은 한국의 의사들이 국민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의료제도를 가리켜 ‘사회주의적 의료’라고 부른다. 외국에서도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에 대해 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제도는 ‘사회화된 보험’으로 사회주의적 의료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캐나다와 유럽 국가의 의사들 대부분도 직접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민간병원에서 일한다.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영국만 실제로 정부가 병원을 운영하고 정부가 의사들을 고용하는, 사회주의적 의료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92, 박재영 지음
우리 의료제도는 애초에 불완전한 상태로 출발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일단 시작했고, 시작과 동시에 문제점을 보완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의약분업의 실시 직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한 다음 의약분업을 실시하자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선 시행, 후 보완’을 외쳤다.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으니까.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93, 박재영 지음
의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01, 박재영 지음
하지만 의사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외부의 힘이 의사들을 강제로 변화시키려 할 때는 특히 저항을 보인다. 변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수긍할 수 없을 때에는 더욱 그렇고, 그 변화가 의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생각될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불합리해 보이는 제도를 정부가 강요할 때, 의사들은 거기에 협조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저항히 않더라도 정부의 강요를 회피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존재하는 곳이 의료분야다. 그리고 잘못 디자인된 제도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의사들의 행태변화는 의료문화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08, 박재영 지음
정부나 시민들이 보건의료 분야의 특성이나 의사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정부나 시민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09, 박재영 지음
유럽 선진국들에서 병원은 그 연원자체가 일종의 사회안전망이었고, 비슷한 이유로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편으로 의료보험제도 역시 일찍부터 발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1950~60년대의 한국에서는 서민들을 위해 병원을 지어 줄 주체가 거의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가하게 병원이나 짓고 운영할 경제적 여유가 나라 전체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술을 갖고 있었던 의사들이 스스로 자본을 마련하여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규모를 키워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33, 박재영 지음
병원을 학교로 바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문제가 많은 사립학교들이 넘쳐나고, 공립학교의 비율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기관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공공병원이 아니라 사립(?) 병원입니다. 소위 빅5라고 하는 병원 중 공공병원은 단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공공병원도 독립법인입니다. 대부분도 아니고 모든 사립병원의 주된 수입원은 건강보험 재정입니다.
이런 독특한 역사적 맥락은 한국의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민간 위주의 의료공급 체계 및 그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라는 모습을 낳는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33, 박재영 지음
의사들은 왜 망하지 않았나(단락제목) 우리나라가 의료보험을 처음 도입할 때 채택했던 모델은 ‘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72, 박재영 지음
정부의 관점에서도 나쁠 것이 없었다. 비교적 단기간 내에 기본적인 의료보장 체계를 완성한 것만 해도 기쁜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큰 재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76, 박재영 지음
홍 원장은 왜 망하지 않았을까? 아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따문인데, 크게 나누면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환자가 대단히 많이 늘었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78, 박재영 지음
환자의 증가를 초래한 매우 중요한 다른 이유는 의사들이 국민의 의료 이용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킨 측면이다. (중략) 이는 앞에서 살펴본 행위별수가제라는 의료비 지불 방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79, 박재영 지음
책은 거의 다 읽어가는데 밑출친 문장은 반도 못 올렸네요. 다 제가 게으른 탓입니다. 함께 해주신 @느려터진달팽이 @도리 님 감사합니다.
둘째, 소위 ‘비급여’ 항목이 점점 늘어났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79, 박재영 지음
셋째, 의약품 유통 마진이라는 부대 수입이 존재했다
개념의료 -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 p182, 박재영 지음
이 중 셋째 이유는 2000년 의약분업 도입이후 사라졌다. 하지만 환자 수는 더더더 늘었고, 비급여 항목도 더더더 늘었다. 그래서 병원은 망하지 않았다.
제6장 의 제목은 ‘의료대란의 본질 이해하기’ 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대란은 2000년 의약분업 도입 및 약사법 개정이 촉발한 의료대란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2024년 의료대란도 2000년 의료대란 만큼이나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여러 사람들이 상처받고 겨우겨우 땜질해서 봉합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아프고 힘 없는 국민들이겠지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도 훗날 의료대란으로 불릴까요? 저는 그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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