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니다>>라는 장편의 재출간 소식을 보고 이 책도 대상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가져와봤습니다. (재출간 도서도 대상이 된다면요!) 이미 읽어보신 선생님들도 많겠지만... 잉글랜드 작가인 지넷 윈터슨의 데뷔작이라는 점, 반(半)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 더불어 “성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아름답고 당돌한 이야기”라는 점 모두가 지금 우리에게 여러모로 흥미로운 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처음 읽는 소설이고, 소개를 위해 앞 부분만 좀 읽어보았는데요. ‘창세기’라는 제목의 1부는 다음의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오랫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레슬링을 즐겨 보았고, 어머니는 레슬링하기를 좋아했다. 무엇과 레슬링을 벌이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홍코너 선수였고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 어머니에게는 오로지 친구 아니면 적이 있을 뿐이었다. 적들은 (다양한 모습의) 사탄, 옆집 (여러가지 형태의) 섹스, 민달팽이 친구들은 하느님, 우리 집 강아지, 마지 이모, 샬럿 브론테의 소설들, 민달팽이 퇴치용 알약”
장편소설은 대개 그 특성 상, 적어도 한 명의 인물에 대해서라면 그가 속한 가계도를 보여주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저는 때때로 작가가 주요 인물의 부모 이야기를 어떻게 펼치는가에 따라 그 장편을 계속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같기도 한데요(저만 그런가요...) 우선 시작부터가 서술자의 부모를 매우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설처럼 다가옵니다. 사탄을 적으로, 샬럿 브론테의 소설을 친구로 삼는 레슬러 어머니라... 게다가 그 어머니 곁에서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나가는 십대 소녀의 이야기라니 매우 궁금해집니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성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아름답고 당돌한 이야기. 예민한 십대 소녀가 보수적인 관습에 맞서 싸우는 반(半)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지넷 윈터슨의 데뷔작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가 민음사에서 새로운 장정으로 재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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