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3.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D-29
그런 라떼의 맛을 찾아가는 것 또한 어쩌면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ozy mystery, cozy fantasy 장르 들이 팬데믹 시대에 다시 유행했던 것 또한 사회적으로 힘겹고 '갇혀'있던 세계에서 '예전'에 대한 향수가 가장 진했던 때여서 그런 게 아닐까요? 각색이 어려워도 또 그런 시대물을 좋아하며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도 '경성'이나 기타 레트로 시대적 배경을 담은 소설이나 드라마 등이 인기를 받듯이..
옳소오오... 복고풍 유행은 계속 찾아옵니다. ㅎㅎㅎ
만약에 현대에 와서 코지 미스터리를 쓴다면, 좀 다르게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리스티 여사 원작의 <쥐덫> 같은 연극은 기네스 기록을 갱신하면서 장기 공연 중이죠. 아직도 런던에서 공연 중일 걸요...
한계와 그 한계가 주는 매력. 그것이 크리스티 아닐까 합니다. :-)
<생존감각을 확보하는 법: 레이먼드 챈들러와 사르트르>에서는 초기 하드보일드의 거장 챈들러를 다루면서, 그의 작품 속 특이한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법(?)을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드보일드가 좀 웃음벨(...?)에 가깝습니다. 하드보일드의 양식을 차용해 놀린 작품들을 너무 봐서, 오리지널을 접하는데 진지한 장면에서도 계속 키득거리게 되더라고요. 이 글에서 필립 말로의 캐릭터성을 분석하는 글을 따라가면서, 개인적으로는 하드보일드의 인물이 가진 불가해한 모습이 더욱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웃사이더 같은 특성이 결국 고독한 늑대를 연상케 하는 영웅으로 비춰지게 하는 요소인 것도 같았어요. 하지만 이는 거꾸로, 코미디적으로 놀리기 쉬운 부분이 되기도 하죠. 이 글을 다 읽으며 필립 말로(혹은 챈들러)의 성격?이 어떻게 하드보일드 장르의 정형성을 확립했는지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이 형식성은 점점 폭력적이고 퇴폐적, 통속적인 소위 '싸구려 삼류'로 달려나갈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지요.(결국 사회파 미스터리가 퇴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고요.) 하지만 세상 사물이 언제나 그렇듯, 긴 강의 원류는 그 시작이 명쾌하지 않고 모호한, 깨끗한 물입니다.
ㅎㅎㅎ 하드보일드가 그 안에 퐁당 빠져 있을 때는 따라서 한없이 진지해지지만 그 밖으로 나오면... 객기스럽고 오바 같은 면모가 없지 않아 있지요. 세상 허무했던 20대와 30대 초반 시절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악인이란 가장 사회적 인간이다: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파트는 사실 이 책에서 가장 긴장하며 읽은 부분입니다. 이름만 지나가듯 들었을 뿐인, 사실상 전혀 모르는 분이니까요! 심지어 철학자라고? 그래도 절반은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보다 더 무섭게 다가올 수밖에요! 그러다가 어떤 분이 제게,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스파이였잖아요."라고 하더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검색해 보니 냉전 시기에 공산권에서 서방에 보낸 스파이였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고 하더라고요.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알 필요도 없겠지만, 그 때문에 갑자기 까닭 모르게 거리감이 좀 좁혀졌습니다. 이언 플레밍이나 존 르 카레를 연상해서일까요? 이런 주절거림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백휴 평론가님의 글은 잘 읽었지만 정작 이분의 소설들을 못 읽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입니다... 그가 자신의 사유를 탐구하는 수단으로 추리소설을 썼을 거라는 짐작은 들었습니다만... 가장 짧은 글이지만 가장 긴장한 부분이었음을 다시 말하며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호오 그런 의혹을 받았군요. 하긴 저도 줄리아 크리스테바 이름만 들어보고 책은 추리소설도 문학평론 책들도 못 읽어봐서 가장 생소했는데 다행히 비잔틴 살인사건 및 다른 논픽션들이 많이 번역되어있더라구요. 그런데 정확히 여기서 나온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이론의 토대가 나온 논픽션들 어떤 책들을 참고한 건지 참고문헌 각주가 없어서 좀 아쉽네요.
문헌 각주가 없는 건 저도 좀 아쉽긴 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 문헌들 다 찾아다니는 새로운 수렁(?)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ㅋㅋ
저도 다 찾아다니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 작가분이 추천한 비잔틴 살인사건과 symbolique/semiotique에 대한 에세이들이 담긴 Desire in Language만 읽어보려구요. 그 외 다른 참고문헌과 작품들도 지금 당장은 못 읽어도 언젠가 읽어볼 수 있겠죠^^;;
나중에 백휴 평론가님이 여기 라이브채팅 오실 때 참고문헌 여쭤보시는 건 어떨까요? ㅋㅋ (근데 그게 라이브채팅에서 소화 가능한 분량일까는 걱정이 됩니다만...)
미리 사전 질문을 던져드리면, 라이브 채팅 때 스윽 꺼내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제가 라이브 채팅 며칠 전에 여러분에게 사전 질문을 요청드리려 합니다.
공부하면 읽느라 속도가 잘 안나가네요. 진찌 오랜만에 하나하나 찾아보고 공부하며 읽는데 요런 재미 오랜만에 느껴서 좋아요!!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 더 많아졌어요. 아직은 인용된 책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나중에 다 읽어보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거 같아요
@gamja 님 합류를 환영합니다. 계속 함께해주세요. 저도 열공모드로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발견하는 새로운 추리소설을 독서목록에 올리며 읽고 있는 중입니다. :-) 활발한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요즘 다른 평론집을 한권 읽었는데 보르헤스에 대해 언급이 몇번 있다보니 1장은 자연스럽게 두 작가님이 다가왔어요. 검은 고양이를 TV에서 본지 50여년전이라 충격받았다는 말은 전에도 드렸는데 그때부터 어린 마음에 공포라는 개념을 심어주었던것 같아요. 이후에 전설의 고향 쯤은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봤으니까요. 이후에 책으로 읽고 여러 추리소설을 접했는데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였어요. 철학과 결부시킨 이유가 작가 자체가 소설가이면서 사상가라는 점이고 추리소설에서 철학할수있는 통찰력과 인생전반에 걸친 삶과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을 통해 유추할수 있다고 보여지네요.
장르 평론 자체가 드문 한국에서 철학과 추리소설을 결부시킨다는 건, 색다르고 파격적이며 가치 있는 시도입니다. :-)
<탐정은 기호학자다: 움베르토 에코가 앓는 형이상학적 질병>에서는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무척 재미있었을 거 같습니다. 그의 소설 말고도 기호학을 다룬 여러 글들이 불쑥불쑥 모습을 보이니까요. 저는 <장미의 이름>이 많이 언급될거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전날의 섬>과 <푸코의 진자>의 비중이 커서 좀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면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양립하기 어려운 입장이 부딪치는 갈등 양상을 주로 다루고 있었지요. '세상은 이렇다' 혹은 '세상은 이러해야 한다'라는 관념이 도전받는 여러 상황들... 이 글을 읽으며 새삼 그 점을 되짚어보았습니다. 세상을 자기 관점대로 해석하려는 인물이 마주하는 충격을 계속해서 탐구하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분석한 이 글을 읽다가 저는 문득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의 정체는 잘 모르겠군요. 어쩌면 저 역시도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부서지는 공포를 느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미의 이름>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푸코의 진자>나 <전날의 섬>은 어렵게 읽은 사람으로서 이 장은 저에게 쉽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오히려 줄리아 크리스테바 파트가 쉬웠어요. ㅎ
<미로 속에서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형이상학과 추리소설, 폴 오스터의 <뉴욕 삼부작>>은 제목을 본 순간 반가웠습니다. 폴 오스터의 작품 중 유일하게 제대로 읽은 게 이 책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또렷하게 기억나는 첫 이야기만 떠올려봐도, 시작 부분은 추리 장르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지만 그 내용 전개가 서서히 장르의 것과는 달라져 가고, 결말 또한 이게 뭐지? 싶은 느낌이었으니까요. 뭐랄까, 갑자기 뚝 끊겨버린 음악 같은? 그런데 그게 끊긴 게 아니라 음악가가 정말로 거기서 음악을 마무리한 걸 안 황당함? 이 글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다룬 '유리 도시'에서는 '폴 오스터'라는 이름으로 탐정 활동을 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오지요. 작가와 작중 탐정 사이의 관계를 두고 고찰(혹은 장난)하는 이 작품에서 탐정을 하기로 한 작가의 이름이 퀸임을 떠올리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엘러리 퀸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이니까요. '작가=작중 탐정'의 구도로 가장 유명한 이름! 하지만 엘러리 퀸의 작품과는 달리 폴 오스터 탐정(작가)은 혼돈을 질서로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혼돈을 더욱 큰 수렁으로 확장시킬 뿐이었지요. 이 글에서는 미로라고 표현한... 하지만 어질러진 무언가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 역시 결국은 새로운 무질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 글에서 그런 생각을 슬쩍 본 듯합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최근 준비중인 작품의 가제를 <부산 3부작>이라고 정한 것 역시 폴 오스터의 이 책 제목을 빌려온 것이었습니다. 본질은 취하지 않고 껍데기만 취하는 듯합니다만... 물론 정식으로 나오면 제목은 바뀔 겁니다.)
아 무경님도 작가이신가보네요! 부산 3부작! 흥미롭습니다. 전 실은 뉴욕3부작을 폴 오스터 작품 중 가장 좋아해서.. 보르헤스나 울리포 집단 등 이런 메타 픽션적 요소가 있는 책을 일부러 한 때 많이 찾아 읽었어요. 레이몬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 패러디 요소가 많이 담겨있듯 고전적 추리소설도 그런 전지적 역사적 구조가 반추리소설에 의해 뒤집혀질 가능성을 많이 담고 있어서 이를 통해 더 넓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반면 더 해체와 무기력의 방향으로 나아갈 발판이 된 문학적 흐름이 흥미롭네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비채/책증정] 신년맞이 벽돌책 격파! 요 네스뵈 《킹덤》 + 《킹덤 Ⅱ: 오스의 왕》<서리북 클럽> 세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겨울호(20호)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도서증정-고전읽기] 조지 엘리엇의 『고장 난 영혼』[📚수북탐독] 10. 블랙 먼데이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죽음에 관해 깊이 생각해 봅니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책 나눔] 송강원 에세이 <수월한 농담> 혼자 펼치기 어렵다면 함께 읽어요! 죽음을 사색하는 책 읽기 1[삶의 길. 그 종착역에 대한 질문] ㅡ'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그믐 앤솔러지 클럽에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한국 장편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수림문학상 수상작들 🏆
[📚수북탐독]9. 버드캐칭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8. 쇼는 없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첫 시즌 마지막 모임!)[📕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책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와 함께~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꿈꾸는 도서관> <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요리는 배를 채우고, 책은 영혼을 채운다
[밀리의서재]2026년 요리책 보고 집밥 해먹기[책걸상 함께 읽기] #23.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