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3.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D-29
@추리문학 안부 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 작가님. 전 제주에서 펜션 운영하는 틈틈이 글을 쓰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겨울방학엔 서울에 체류하기도 했었는데... 제가 시골에 사는 데 워낙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도시보다 시골에서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아요. 흑흑 이제 빼박 시골사람인가 봅니다... ㅎㅎㅎ :-) 백 작가님,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고 살롱에서 틈틈이 계속 봬요.
무경님도 반갑습니다.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따끔한 지적두요.
본능은 아마도 강요된 이성일 것이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p.24, 백휴 지음
저도 이 문장 좋았습니다. 미스와플님, 합류를 환영합니다! :-)
에구에구 말랑한 소설들을 읽다가 묵직한 철학서적을 읽으니 쫓아가기 숨차지 말입니다. 열심히 적어가면서 한 문단 한 문단 읽고 있습니다.
7. 일본추리소설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본격추리소설 사회파추리소설 신본격추리소설 8.소설의 남성성과 여성성의 여정이 흥미로웟습니다. 9. 영화 이름과 동명이라서 놀랐습니다. 10.목소리에 대한 서사가 인상깊었습니다. 11. 사유의 출발점은 기이하다. 시인 추방 각자는 자기자신에게 동일도 그렇고요
각 파트 별로 촌철살인이로군요! :-)
4-6부까지 읽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솔직히 5부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예전에 에코의 이론이나 소설을 깊이 읽지 않았고... 하지만 4부와 6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4. 악인이란 가장 사회적인 인간이다: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우선 프랑스라는 나라의 특징, 그 민족성을 생각해보면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쓴 추리문학이 우리가 보통 고전문학이라고 알고 있는 영미권 추리소설과 경향 자체, 출발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줄리아는 사유와 추리소설이 위반의 문제와 관계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 속에서 ‘위반 = 자유=문학’이 되어버린 프랑스적 가치를 체화합니다. 애초에 그녀가 추리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아주 재밌었어요. 독자를 잃어가는 현대문학의 위기에 대해 에코와 대화를 나누다가, 21세기는 추리소설의 시대이므로 각자 추리소설을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온 거죠. 정작 대중적 인기는 에코가 더 누렸지만, 사유와 추리소설의 관계를 제대로 탐구한 건 줄리아쪽이라고 백휴 작가님은 말씀하십니다. 크리스테바는 사유와 범죄 모두 위반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위반이 정당화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 사회악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때 크리스테바는 전면적으로 위반을 정당화하는 편입니다. 사회 안에서 보면 위반이 악이지만, 밖에서 보면 사회 자체가 악이라는 전도된 생각이 그것입니다. 이 전도가 불러일으키는 불안감과 위험. 우리의 정서는 그런 극한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의 유교적 상상력은 권력 중심적이고 한의 정서는 권력이 없는 백성의 정치적 한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유교적 성숙은 인사이드적이고 반면 프랑스인의 문학적 상상력은 정신 대 육체라는 변증법적인 대립 속에서 육체를 억눌러온 정신에 반발하는 육체의 궤적을 그린다는 점에서 아웃사이더적입니다. (여기서 인사이드 <-> 아웃아이드 혹은 인사이더 <-> 아웃아이더 로 대구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건 일부러 그런 것일까요>) 사상가는 멜랑콜리커요, 방랑자적인 불안정성에 노출된 인간은 나그네들이자 어둠의 인간, 외톨이, 두더지로 호명되기도 합니다. 크리스테바는 이 이동의 경로를 쌩볼릭(상징계)에서 세미오틱(기호계)로 향하는 여정으로 개념화하는데요, 이 기호계 너머엔 아마 광기가 도사리고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테바는 헤겔의 부정성을 다듬어 이 여정의 에너지이자 매혹하는 힘을 엑스펄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엑스펠션은 밖으로 향하려는 그 충동성으로 인해 반가족적, 반국가적, 반사회적 특징을 지닙니다. 이 엑스펄션은 단지 ’가족, 국가,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대립으로 그치지 않고 제한과 속박에서 벗어나는 그 어떤 과잉으로 읽어냅니다. 문학이 시니피앙(기표)야말로 이 과정을 드러내는 사건이고 시니피앙(기표)와 시니피에(기의) 관계에 개입하는, 다시 말해 합목적성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장악하려는 정치, 종교의 이데올로기성을 비판합니다. 그렇다면 가족, 국가, 사회를 버린 인간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쌩볼릭 밖으로의 이주자들은 늘 질문합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성에 대한 신뢰에 기초한 추리와 논리, 합리적 추론을 통해 의심의 여지없는 결론에 도달하려는 탐정의 노력. 로고스에 대한 깊은 믿음. 하지만 그 로고스가 탐정의 수사와 추리로 빚어낸 이야기 그 자체가 단지 심연 X를 회피하기 위한 대체물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추리소설의 낙천성이 소리만 큰 헛웃음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줄리아는 사유를 통해 추리소설을 통해 그것을 당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사회 안에서 보면 위반이 악이지만, 밖에서 보면 사회 자체가 악이라는 전도된 생각(...)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악이란 한마디로 ‘사회’다. 금기, 계약, 금지, 위선, 남용 따위가 만연한 악의 사회, 특히 사회의 중심인물은 가장 부패한 사람, 즉 가장 사회적인 사람들이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추리소설처럼 인생 자체가 읽을 만하고 견딜 만한 것이 되려면 ‘궤도이탈’이 필요하다. 같은 궤적, 같은 생각을 따라가지 말 것.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5. 탐정은 기호학자다: 움베르토 에코가 앓는 형이상학적 질병> 솔직히 5부는 좀 어려웠습니다. 일단 제가 <장미의 이름>을 영화로, 소설로 접한 게 한참 전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데다가, <전날의 섬>과 <푸코의 진자>는 십여 년 전에 읽으면서 머릿속 ‘어려운 책’ 목록에 넣었거든요. 두 권 다 끝까지 꾸역꾸역 읽기는 했지만 지금은 줄거리가 거의 떠오르지 않는... -_-;;;; 플롯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하다고 생각했던 기억만 나네요. ㅎㅎ 그나마 <장미의 이름>은 숀 코네리가 윌리엄 수사로 분한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본 덕분에 줄거리는 대충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그러다 보니 5부를 읽으면서 조금 힘겨웠네요. ㅠㅠ 다른 독자님들은 어떠셨어요? 이 5부에서 제일 중요한 명제는 “탐정은 기호학자다!”입니다. 우리 독자님들이 5부에서는 이 명제만 확실하게 기억하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호학이라는 학문의 탄생은 탐정 캐릭터의 동시대적인 등장과 그 문화적 궤를 같이합니다. 탐정(혹은 형사)가 접하는 살인현장은 기호학을 간절하게 필요로 합니다. 쓰러진 시체의 모습, 살인도구, 시반이나 시취, 파리, 다잉 메시지 등... 탐정이 현장에서 목도하는 모든 것이 기호들의 향연입니다. 고고학 발굴현장이나 살인사건 현장은 자연기호를 해독해야 하는 전형적인 기호학의 무대인 것입니다. 고로, 탐정은 기호학자라는 명제가 성립합니다. 크으! 에코는 <장미의 이름>을 쓰면서 독자의 모든 관심이 미스터리에만 쏠리기를 원하지 않았으면서 왜 굳이 추리소설의 형식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를 전율하게 할 만한 일(말하자면 형이상학적인 전율을 느끼게 할 만한 일)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무수한 플롯 중에서) 가장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구조, 즉 탐정소설의 구조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제가 놀랐던 부분은 탐정소설이 모든 플롯을 통틀어 ‘가장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추리의 추상적 모델의 성격이 바로 미궁이기 때문에 형이상학적이라는 것입니다. 미궁은 세 종류가 있다고 에코는 말하는데요. 1. 그리스적 미궁, 즉 미노타우로스의 미궁. 여길 빠져나오려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필요합니다. 2. 매너리스틱한 미궁. 나무뿌리의 구조를 가진 미궁으로 출구는 하나 뿐이며 여길 빠져나오려면 역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필요합니다. 3. 들뢰즈의 리좀 미궁. 그물로서의 미궁으로 이 미궁에는 중심도 없고 주변도 없고 출구도 없습니다. 에코는 <장미의 이름> <전날의 섬> <푸코의 진자>를 통해 형이상학적 추리소설이라는 도전을 펼쳐보입니다. 기호학자가 쓰는 추리소설...! 오래 전 읽었던 낡은 기억만으로 5장을 정복하기가 쉽지 않아서 일단 지금은 항복을 선언하며, 세 권을 다시 찾아 읽은 후에 다시 한번 5장을 읽어볼 작정입니다. 다른 독자님들의 화이팅을 기원합니다. :-)
에코는 삶의 덧없음이라는 대가를 지불하면서, 그 힘의 무게를 자신이 설계한 저울에 달아보는, 이론의 차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차원에서도 특유의 지적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학자이자 소설가의 심각한 형이상학적 질병으로 보이는 이런 지적 풍경이야말로 내가 세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얻은, 뜻밖이면서도 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혀 뜻밖이지 않은, 수확물의 모든 것이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한 걸음 양보해서 한국 추리작가의 작품이 대단치 않다고 치자.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형편없음을 생각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초자아는 숭고의 탄생지다: 서미애와 칸트> p.255, 백휴 지음
이 문장을 처음 본 순간 느낀 짜릿한 쾌감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ㅋㅋ
ㅋㅋㅋㅋ 그 쾌감 저도 느끼고 있네요. 아니 이 시간에 안 주무시고 뭐하십니까? 라고 묻고 있는 안 자고 있는 사람.
잠 자다가 깨어버리고 다시 잠이 오지 않으면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여기를 기웃거려야지요 ㅋㅋ
3번 선택지를 진행자가 매우 좋아합니다. :-)
한국 추리소설에 대해 폄하하는 말을 들은 적 저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지요. 그 의견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사람은 그 이후 한국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 취급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됩니다.
후후후 이 의견을 박제해 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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