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3.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D-29
김정환님 물음에 대한 답변)) 네, 저도 어렵습니다. <김성종 읽기>는 1년 반 가량 걸려 썻습니다. 언젠가부터(이건 순수한 독자로서는 좋은 생각이 아닌데) 전작을 읽지 않을 거면 아예 손을 대지 못하는 주저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신 전작을 꼼꼼히 읽으면 작가의 생각과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작가가 대체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어떤사람인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묘한 점은 건성으로 쓰는 작가에겐 그것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독서토론을 거의 25년 이상 해봤는데 반대로 이것저것 읽는 독자의 약점은 인상비평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작가가 평생의 목표인 경 우라면 전작을 다 읽고 그 작가에 대한 자기만의 평가를 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기모습을 객관화시킬 수 있거든요. 글쎄요. 시간 돈 쉽지는 않더군요. 다들 바쁜데다 돈벌이도 소홀히 할 수는 없으니까요^^
@추리문학 백휴 작가님 북토크에 찾아뵙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미리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건성으로 쓰는 작가에게서는 생각가 하고자 하는 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씀이 울림을 줍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작가 작품을 모두 섭렵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이번 모임과 독서를 1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루는 책을 읽어가면서 다시 살펴본다면 2독, 3독 하면서 큰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겨우 1독을 했는데 이번주 금요일이 시어머니 칠순잔치. 네? 네. 맏며느리 맏습니다. 한국에서 아직 유교적 윤리와 관습이 존재하는데 가족 모두 여행가서 맛있는거 먹으면서 꽃 케이크 먹는 일은 뭐 즐거운 가족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 시매부는 저의 글쓰기를 응원하십니다. 책을 선물해주시기까지 하셨으니까요. 제가 금요일 채팅에 한쪽 눈을 감고 참ㅇ여하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그리고 저 이 그믐방을 이용해서 저 스스로 독서방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아무도 안오면 혼자 책 을 깊이 읽을 수 있는 창으로 만들면 되지요. 그런 면에서 이 그믐방은 저한테도 큰 의미입니다. 박소해 작가님의 시즌2와 신작도 응원합니다.
와플님, 애 보랴, 글 쓰랴 바쁘시죠? 제가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요약 정리를 전부 올릴 거에요. 제 요약이 독서에 도움이 되기를. 조금은 어려운 책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달리시기를... ^^ 맏며느리 화이팅, 와플 님 화이팅!
멋진 시댁식구들이네요. 칠순 축하드립니다!
아 이 책 처음에 시작해서 읽는데 생각보다 방대해서 놀랐네요. 그냥 적당히 팔로우하고 맨션할수도 있지만 저도 블로그 독자들과의 양심에 기초한 약속이 있어서 거기 나오는 작품 다 가지쳐서 읽느라고 아주 혼났습니다. ㅎㅎ 무릇 평을 할려면 원전을 내가 직접보고 저자의 평과 비교해보는게 습관이다보니 시간이 아마 좀더 걸렸을거에요. 모임장님이 조금 답답해하셨을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제야 글을 좀 올립니다.
FATMAN님 블로그도 쓰시는군요. 저도 원전을 다 보고 싶은데 제가 기존 독서목록이 빈약하다보니.. 나중에 여기 나온 책들을 읽으면서 이 책도 재독할 계획입니다. 특히 추리소설들도 그렇지만 제가 워낙 현대철학 쪽은 기존 상식이 부족해서..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이제야 궁금하더군요. 아마도 짐작에 이 책을 충분히 파악할려면 적어도 제 기준에 약 6개월치의 독서리스트는 누적된 상태에서 시작을 해야 그나마 저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논할 수 있겠가 싶더군요. 모임장님은 이쪽 쟝르에 이미 선경험이 많으시니 괜찮으시겠지만 저같은 시작하는 사람들은 팔로우업하기가 쉽지 않네요.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마주앉아 이야기나눌 것이 훨씬 많아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처음에 제 짐작이 맞더군요. 아주 좋은 택스트로서 저에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부담이 되더라도 이 모임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 아마 제 생각엔 몇개월에 걸쳐서 분석해도 좋을 책입니다. 저도 장기 프로젝트로 여러 책들을 선정하고 읽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될거 같습니다. 감사해요.
아직 제가 300페이지 남짓까지만 읽어서 책을 다 완독 못하고 질문하기 죄송한데.. 일단 채팅 전 사전질문들 나갑니다. 저는 작가님이 평소에, 그리고 책을 쓰시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철학가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지젝에 대한 언급이 많던데 혹시 지젝의 책 중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책처방 요청;;이지만 지젝 책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드네요. 라캉은 아예 책이 Ecrits 빼고 잘 못 찾겠고) 저는 창작과정에 전혀 몰라서 그런데.. 추리소설 작가들은 창작을 하면서 어떤 작가의식이나 주제를 염두에 두고 창작을 하시는 걸까요? 또한 서문에서 서구 사상가들의 용어나 개념들을 차용하는 점이 아쉽다고 하셨는데 현대철학에 문외한인 저는 솔직히 이런 용어나 개념들이 너무 생소해서 이 부분들이 읽으면서 제일 힘들었는데요. 이런 용어나 개념들을 이용하지 않으면 더 작품을 해석하는 데 힘들까요? 그리고 차용하는 것에 아쉬운 것은 단지 originality에 대한 아쉬움일까요 아니면 그 사상가들의 개념만으로는 해석이나 표현에 부족함을 느끼는 어떤 부분이 있었을까요?
사전질문>> 이 책을 집필하시는데 걸린 시간, 이 책을 한문장으로 표현하면?, 이 책이 어려운 사람에게 추천해주실 수 있는 책이 있으신지?( 단계를 밟지 않고 욕심부린 느낌이라 차근차근 쉬운책부터 읽고 다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
사전질문>> 이 질문은 독자가 아닌 신인 작가로서, 백휴 작가님이 아닌 백휴 평론가님에게 드리는 질문이 될 텐데요. 백 평론가님이 한국 추리소설가에게 바라는 바는 무엇이실까요?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지나갔는데요. 김성종 작가님이 예전에 인터뷰에서 “나 이후에 아무도 (내세울 만한 작가가) 없다”라고 후배 추리소설가들에게 일갈하신 적이 있습니다. 김성종 작가님 이후 세대인 저희들은 어떤 목표로 글을 쓰는 것이 좋을까요? 앞으로 백휴 평론가님이 만나기를 기대하는 한국 추리문학은 어떤 문학일까요?
생각 외로 추리소설은 쓰기 힘들다고 봐요. 제가 언급하는 추리소설은 특정 쟝르적 외피에 갇힌 작품이 아니라, 김성종 작가님처럼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추리의 기법을 채택할 수 있는 작품은 사실 인상적인 작품이 많지 않은거 같아요.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 쪽 서사가 더 핍진성있으면서도 그 목적을 다하는 작품이 눈에 띄니까요. 작가님들의 창작의 고통과 생업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좀더 분발하셔서 좋은 작품이 나오길 바랄뿐입니다.
borumis 님 물음에 대한 답변)) 1)영향을 받은 철학자: 제가 철학 책을 읽는 이유는 허무의식 또는 불안감(쿤데라: 단 한번 뿐인 생애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며 해결책을 찾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헤매는 중이고 이럴 땐 외려 나와 감정과 생각이 비슷한 작가(대부분 어둡고 음울한)에게서 위로를 얻습니다. 페소아, 김진영 철학자, 에밀 시오랑, 시인 최승자를 좋아합니다. 지난 1년 내내 주말이면 <불안의 책>과 김진영의 <조용한 날들의 기록>을 읽었어요. 2)지젝: 지젝은 추리소설과 대중문화에 박학다식해요. 헤겔-라캉 틀로 추리소설을 해석하는 데 완전 매료되었어요. 지젝에 자극받아 더실 해밋을 다 읽었지만, 역부족으로 에세이는 쓰지 못했어요. 데뷰작이자 출세작인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은 상대적으로 어려우니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나 <까다로운 주체>가 전 괜찮았어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당신의 징후 를 즐겨라>가 좋구요. 3)제 경우는 늘 반전(구성적 재미)과 주제(작가의식) 시이에서 헤매다 밥도 죽도 아닌 것이~역시나 추리소설은 구성/플롯 짜다 머리에 쥐가 나요. 4)당연히 오리지낼리티에 대한 아쉬움이죠. 대부분의 우리 사유가는 인용하는 글을 쓰면서 "권위적 미성년자"가 돼요.역사가 단절되면서(19세기는 동학-전봉준, 최한기로 기억되지만 사실은 철저한 몰락의 역사예요. 추사 김정희(성인)-->하원 정수동(동심, 아이:공자가 야비하다 말한들 어떠랴!)-->가야금 산조(자궁속 태아)로 이어져 단절에 이르죠. 끊어졌으니 비빌 언덕이 없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외국 아저씨 형님 누나 얘기를 전가의 보도인 양 끌어와야 하는데 그 순간 자신의 미숙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몇몇 사상가를 제외하곤 둘 중하나죠.외국 권위를 빌리거나 미성년으로 남거나. ※제가 보루미스님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고민하는 철학적 주제가 있나요? 우리 철학자 대부분은 대학교수라는 직업에 만족해 하며 강단철학(남의 지식을 전달하는 자)에 머물러요. 자기 고민 주제가 없기 때문에요. 주식투자하기 위해 주식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는데 평생 책만 읽다가 끝나는 꼴이죠.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자기-주제가 있어야 해요.
오 감사합니다. 지금 김진영의 '조용한 날들의 기록' 지젝의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와 '당신의 징후를 즐겨라'를 담아갑니다. 안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예전부터 갖고 있던 동양과 서양의 언어적 차이, 동양사상이나 정서에 대한 의문점이 약간 풀렸는데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외국 생활을 많이 해서 서구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를 배웠는데 단순히 description을 위한 말, 일상적 회화 등은 한국어로 가능하지만 책이나 여러 이슈, 사상에 대해 토론할 때는 영어로 후퇴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제 부족한 한국어실력을 탓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그래서 그런지 한국어로 얘기할 때(또는 쓸 때)와 영어로 소통할 때 다소 그 언어가 담는 내용물도 그리고 그 내용물이 반영하는 생각도 차이가 나는 점을 느껴왔거든요. (심지어 좀 복잡한 글은 이해마저도 영어가 더 쉽습니다;;) 하지만 또한 요즘 영어로 번역된 한국소설 등을 읽거나 한의 정서나 서양인들이 쓴 동양철학 관련 책을 읽을 때 뭔가 번역에서 빠져버린 듯한 또는 왜곡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거든요. 그리고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읽을 때 느꼈는데 우리 언어나 문화는 좀더 구술문화의 '소리'와 관련된 문화가 서구보다 더 두드러지고 이에 따른 사유의 차이도 보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한국에서만 살았던 친구들과 사물이나 개념을 분류하는 방식도 논지를 전개하는 방식도 저와 다른 점을 느꼈어요. 대신 동음이의 뿐만 아니라 한국어 (그리고 어쩌면 일본어도)가 유럽의 언어에 비해 의성어 뿐만 아니라 의태어 형용사 등 조금 더 소리에 많은 영향을 받은 언어가 아닐까 싶을 때가 있었어요. 영어나 프랑스어 등은 라틴어 등 어원으로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지만 한국어는 그 소리의 '느낌'으로 단어의 의미를 유추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한문은 잘 모르지만 한글은 매우 phonetic한 언어인데 조금더 시간과 기억과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시각보다 그 순간 그 장소의 청각에 의존해서 그런지 아니면 사회 전체의 구조 때문인지 좀 덜 추상적이지만 더 실용적이고 즉각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우리 말은 누가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호칭 뿐 아니라 존댓말 등 말의 내용이 많이 달라지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 뿐 아니라 말과 말, 말과 상황 사이의 문맥적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언어같아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의 역사나 전통이 단절되거나 몰락된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의 언어에도 어쩌면 그런 시간의 축적에 대항하는 어떤 현존적 요소가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래서 서구 사상과 언어만으로는 다소 부족한 게 있지 않을까해서 나중에 최인훈 부분을 읽으며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제게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한데요. 문제는 저는 고민하는 철학적 주제가 꽤 많아요. 그래도 그 중 제 삶과 가장 밀접한 주제를 고르자고 하면.. 일단 저는 선천적 뇌혈관 질환이 있어서 한 때 뇌출혈로 paresthesia를 경험했는데요. 아버지도 정신과 질환 (아버지의 부재 주제가 와닿았던 이유일지도요), 아들도 신경다양성에 관심을 갖게 했고 제 직업이 유전자의 다양성을 직접 다루는 직업이다보니 nature vs nurture 뿐만 아니라 필연과 우연, 자유의지와 결정론, 그리고 다른 성별이든 다른 장애나 체질이나 상태든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계가 공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많아요. 내가 가진 선천적 체질이 이러지 않았다면... 환자들이 가진 유전적 성향이 이러지 않았다면.. what if?라는 생각에 이어 아버지나 아들이 보는 세상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세상과 다를 텐데 (실은 저도 좀 독특한 성장배경 때문에 그런지 특이한 관점을 가졌다는 말을 많이 듣고요;;) 이런 다양한 관점 (umwelt?) 과 우연과 필연이 공존하게 된 의의에 대해 고민해봅니다. 모순일지 모르지만 Democritus의 우주의 모든 것은 우연과 필연의 열매라는 말, 그리고 quantum physics의 randomness가 오히려 더 결정론적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관심있게 읽고 있고 그래서 제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으면서 그가 말한 제3의 눈이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걸어봤구요. 그래서 관련된 철학책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및 인문학 저서들도 많이 읽어보고 명상도 해보는데 아직은 질문과 고민만 많습니다. 또 약간 연관된 것인데 파르메니데스의 부분과 전체에 대한 생각도 세포와 세포가 모인 게 전체인 개체와 다른 것, 개인과 개인의 집합인 사회가 각 개인의 합과 다른 또 다른 층위를 형성하는 것, 아원자적 입자들의 규칙이 그 입자들이 이루는 물질과 다를 수 있다는 것, 각각 개미들의 의식이 전체 개미 콜로니의 움직임과 차원이 다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gamja님 물음에 대한 답변)) 1)20년요: 포에 관해서는 2002년, 2009년에 쓴 글이에요. 왜 이리 오래? 열정 노페이로 거의 다 돈 안받고 쓴 글(최근 에는 그래도~~~2022년에 4편의 에세이 쓰느라 1년을 보냈는데 벌이가 120만원 정도였어요)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다른 일로 생할비를 벌어야 했고 시간이 빠르게 흘렀네요. 책을 낼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한이 작가의 자극 덕에 내게 됐어요. 위기도 있었죠. <추리소설은 무엇인가?>의 원제목은 <추리소설은 무엇이었나?>였어요. 과거형으로 (회고--->추리소설은 무엇인가(추리소설가의 관점에서)--->독백) 쓰고 나서 추리문학계를 떠나려 했었죠. 그래서 마지막 글에, 부끄럽게도 감정이 실리고 말았어요. 당시 아무도 내 얘기에 관심이 없다고 좌절했거든요. --메아리 소리는 들려왔는가? 청사포 바닷가, 언덕, 김성종. 고독이 하나의 이념일 수 있다는 생각. 2) #서구 추리소설은 시간(역사)의 약화(퇴조) 현상에 대한 망설임(주저)의 정신적 표현이다. #한국추리소설가는 모욕(주변부 문학; 자기를 스스로 규정하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과 무시 및 조롱(오락에 불과) 사이에 호모 사케르로 존재힌다. 모욕감과 능멸감을 그 바닥까지 느끼지 않고서는,한국 추리소설가는 자아-정체성에 도달할 수 없다. (세상이 변해 추리작가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건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3)번역된 책이 워낙 적은 데다 추리문학을 포괄적으로 해설한 책도 거의 없습니다. 영문 책을 말씀들려 죄송한데, 제 경우는 주요논문을 모아늫은 "The Poetic Murder "가 큰 도움이 됐어요.
박소해님의 물음에 대한 답변)) 1)조선시대에 사내라면 무릇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하지만 법서는 절대 읽지 않는다고 했어요. 덕치 사회라 법치에 대한 고민이 덜 했던 거죠. 율관은 체아직이라 해서 번듯한 양반가문의 머리 나쁜 아들이 초라한 경력이나마 쌓기 위해 서너달 머무렀던 곳이죠. 그렇게 법관은 푸대접을 받았었죠. 현대는 법치사회로 구축되면서 검찰,판사, 변호사가 권력중심이 되면서 큰 대접을 받게 되었는데, 일반문학이 그 권력을 일부 나눠가지면서 문화적 헤게모니를 장악하여 추리소설을, 앞서 말했듯이, 주변부 문학(박경리)과 오락(백낙청) 사이로 규정하고 말았어요. 박소해 작가가 더 많은 작품을 쓰고 지금보다 더 훌륭한 추리작가가 되어 서울의 내노라하는 대학강단에 서는 것을 보고 싶군요.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추리소설을 쓰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해요. 추리소설을 규정한 인식틀을 깨뜨려야 하죠. 백낙청의 의견은 비교적 쉽게 비판할 수 있지만, 박경리의 의견(추리소설도 소설이므로 개인 과 그 개인이 처한 사회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은 권력에 의해 구조화된 벽(권력의 배분, 배치)으로 기능하기에 넘어서기 어려워요. 그래서 제가 취한 방법은 우회로를 퉁해, 유교 자체를 이론적으로 공격하려고 최인훈, 훈민정음의 원리까지 끌어들인 거예요. 일은 커져버렸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어요. 서양에선 a=a가 형식적 동어반복이지만 유교에서는 정도라 해서 이미 도덕이 개입돼 있어요. 그래서 그 지점을 공략해 보는 글을 써본 거예요. 솔직히 말해 추리소설가가 한국 사회에서무얼하는 사람인지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 세대엔 애매모호한 것이지만, 후배 작가들은 타인에 의한 규정(정신적 노예가 되고 마는)이 아닌 스스로 자기정체성을 밝히고 드러내는 주체적 작업을 했으면, 하고 바래요. 2) 김성종 선생님얘기는 한 귀로 흘려들어도 좋다고 생각학요. 김성종 작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문연재 소설가이자 탁월한 대중소설가이지만, 훌륭한 추리소설가인지에 대해선 퀘스천 마크가 붙죠. 예전에 시드니 셀던이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였는데 미국에서 추리소설가로서는 별로 대접을 못받았거든요. 살인사건과 범죄를 늘 다루면서도 말이죠. 김성종 선생님은 워낙 글을 잘 쓰시고 그 글발 탓에 책장이 훨훨 넘어가고 하지만 '추리부분'이 늘 미흡했어요. 제가 뒷부분의 미흡한 구성을 문제삼아 <최후의 증인>이 왜 대표 추리소설일 수 없는지, 쓴 글도 있어요. 그럼에도 인기 판매량 인지도 추리문학관 설립 등등 대표적 추리소설가임을 부인할 수 없죠. 누가 그 명성을 넘어설 수 있겄냐마는~~전 개인적으로 추리소설도 인식의 확장에 복무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개서미 드러나는 작가를 좋아해요. 오롯한 개성은 비교대상일 수 없죠. 작가란 모름지기 흔적을 남기는 존재라는 특권은 그 대목에서 드러나죠. 보르헤스는 서구형이상학을 판티지 소설이라 생각한 사람이죠. 비록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서구 형이상학을 미로라는 개념으로 대체하려고 했죠. 보르헤스도 소설은 인식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전 작가의 개성이야 말로 전 인식 확장의 옵션을 제공한다고 봐요. 명성과 인지도는 작가에겐 차후 문제죠. 저도 성공한 작가가 부러워요. 하지만 개성 사이에는 비교불가라는 생각이 여전히 절 지배하고 있어요. 3))반복해 말하자면~~~ 저는 결국 작가는 인식의 확장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자신의 개성을드러내기 위해 기성가치와 불화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어요. 추리소설이 예외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한국 추리소설이 뭐 그렇게까지~~ 아니그 반대죠. 한국 추리소설이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야만이 자기가 생각한 주체적 자기상 확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다른 의견을 듣고 싶군요.
인식의 확장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서의 작가. 알듯 말듯 하지만, 정답은 없겠지만 정답을 찾아내려는 작가님의 태도와 의지가 느껴져서 읽는 동안 몇번이고 찌릿찌릿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리문학 뒤늦게 답변을 답니다. 질문 던지기를 잘했군요. :-)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들, 그리고 다른 추리 작가들도 모두 궁금해할 질문 같아서 제가 총대를 메는 기분으로 드린 질문이었는데요. 라이브 채팅을 앞두고 백휴 작가님의 진정 어린 답변을 읽으니 저도 무경 작가님처럼 눈가가 촉촉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실은 저 요즘 정말 힘들게 글을 쓰고 있었거든요. 추리소설이라는 이 분야에서 내가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한국 추리마니아들은 한국 추리소설보다 일본 추리소설이나 영미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장편 처음 써보는데 무사히 책을 낼 수 있을까? 등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백휴 작가님이 진심을 담아 써주신 긴 답을 읽고 나니 그 고민들이 저절로 해소되는 기분입니다. 열심히 써서 나만의 개성을 획득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새로운 추리소설을 쓰자. 기성가치와 불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가자. 추리소설이 주변부 문학이나 오락이라는 편견을 뛰어넘어 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스터리를 한번 써보겠습니다. “한국 추리소설 너무 재미있네! 읽을 만 하네! ”란 소리를 듣는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격려와 응원이 곁든 답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더 분발하겠습니다. :-)
내일 허둥지둥하다가 인사 말 잊을 거 같아 미리 올립니다. 여러분이 책을 사준 덕에 진짜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제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의견을 교환하고 안해도 될 뒷얘기까지 하니 속도 후련하구요. 쓸 데없이 책 내용이 어려워진 점은 저의 식견부족일 테죠. 제가 연식이 오래되어 그런지 대면 독서모임이---특히 젊은 작가가 포함된---좀더 활발했으면 하는 낡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네요. 아무쪼록 만사형통하시길 바라며, 고생하신 박소해 작가님 이하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꾸벅^^
중간 소감>> 그리고 사전질문>> 지금껏 영화 관련 평론집을 제외하고, 이렇게나 집중해서 읽어낸 평론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론, 작품론 등은 가끔 접했으나, 이렇게 장르론으로 접근해서 추리소설의 역사와 철학사조를 연결지어 풀어내는 저작은 제겐 처음이라 쉽지 않으나 신선함과 반가움이 컸습니다. 물론 아직 300페이지를 목전에 둔 게으름에, 십중팔구 내일 라이브 채팅에는 완독하지 못한 채 참여할 공산이 크지만, 예의 특이했으며 남달랐던, 글을 올린 이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글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역대급의 역대급인, 이번 장르살롱의 대미를 놓쳐서는 안된다 싶어서 알람을 진작에 맞춰 뒀습니다. (1) 평론가님이 철학자이자 추리소설가이기도 하셔서 일거란 어렴풋한 개인적 예상이 있지만, 평론가님이 이번 책의 집필을 결심한 가장 큰 계기나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2) 평론가님의 추리소설가로 가장 영향을 받은 철학자(들)는 누구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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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좋은 스토리의 비밀을 밝혀냅니다
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스토리탐험단 7번째 여정 <천만 코드>스토리탐험단 여섯 번째 여정 <숲속으로>
믿고 읽는 작가, 김하율! 그믐에서 함께 한 모임들!
[📚수북플러스] 4. 나를 구독해줘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AI와 함께 온 우리의 <먼저 온 미래>
책걸상 인천 독지가 소모임[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혼자 보기 아까운 메롱이 님의 '혼자 보기'
파인 촌뜨기들썬더볼츠*고백의 역사버터플라이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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