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3.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D-29
서미애와 칸트 사상을 연결해본 것은 서미애의 작품에 나타난 욕망의 관념들이 칸트의 도덕관념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빼앗을 가치가 있기 때문에 빼앗는다’가 아니라 ‘빼앗아야 하기 때문에 빼앗을 가치가 있다’는 가치의 전도된 형식성이 서미애의 작품 세계에도 성립하는 것이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9. 서미애와 칸트> , 백휴 지음
체스터튼은 ‘살인자와 똑같이 느끼는 탐정’으로부터 우리가 위에서 다룬 주제 - 법이야말로 범죄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법은 보편적 범죄다, 라는 -를 가장 먼저 의식화에 드러내고 있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9. 서미애와 칸트> , 백휴 지음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 문명이야말로 가장 선정적인 일탈이며 가장 로맨틱한 모반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 그것은 도덕이야말로 가장 음흉하고 무모한 음모라는 사실에 입각해 있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G. K. 체스터튼 , 백휴 지음
한국에서 추리문학은 김내성 이후 마이너의 영역을 벗어나본 적이 없다.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든, 그것이 언제나 악순환이 되어 추리문학을 소비하는 방식 또한 너절하게 되고 만다. 한 걸음 양보해서 한국 추리작가의 작품이 대단치 않다고 치자.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형편없음을 생각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글은 그 괴리를 메워보려는 작은 시도인 셈이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9. 서미애와 칸트> , 백휴 지음
라캉의 글 ‘사드와 함께 칸트를’을 모방해 지젝은 ‘데이비드 린치와 함께 칸트를’을 썼다. 나는 ‘서미애와 함께 칸트를’로 재차 모방했다. 사드의 바로 그 위치에 서미애를 대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9. 서미애와 칸트> , 백휴 지음
서미애는 ‘칸트의 진리로서의 사드’의 추리문학적 판본이다. 이것이야말로 서미애를 읽으면서 우리가 결코 놓칠 수 없는 그녀만의 고유한 색깔이자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던 참 면목이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9. 서미애와 칸트> , 백휴 지음
박소해님~~ 철학자의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을 같은 것으로 보는 예--라캉의 예시와는 다르지만--는 많습니다. 명분을 중시하는 유가철학과 겸양/절용을 강조한 묵가의 철학은 직관적으론 다른 성격을 갖지만, 반국가주의 철학자라 할 수 있는 장자의 입장에서 보면 두 사상은 주장하는 내용 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 다 국가주의 철학이라는 점에선 같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박정희(우리는 민족중흥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와 박정희정권으로 부터 억압받고 고문을 당한 함석헌(문학은 개인의 슬픔과 고통을 표현해선 안된다)의 차이는 민주주의자와 민주적 욕구를 억압한 사람 의 차이죠. 정치적으로 너무나 대립적이어서 두 사 람의 공통점이 없을 것 같지만, 개인주의자의 관점에서 보면 두사 람 모두 민족을 앞세운 집단주의자로서 개인의 감정과 정서를 억압한 동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내용과 형식을 분리해 형식논리를 발전 시켜 온 서양에선 적대적 공범이란 용어로 역사를 기술하기도 합니다(예전 한양대 임지현 교수). 구조주의란 구조만 보겠다는 사상이니까 내용의 상반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지요. 비인간적인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상이지요. 라캉의 예시와 정확히 맞지는 않지만 일단 이렇게 설명드려 봅니다^^
와아~~ 이런 친절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이미 그런 시도가 많이 있었군요? 방금 ‘적대적 공범’이란 말에서 뭔가 영감을 얻은 기분입니다. 이 개념으로 뭔가 소설을 써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히 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휴 작가님. :-)
저는 추리소설을 공모전에 투고햇지만 입상에 실패한 적 있죠. 다문화시대에 맞게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무당이라는 다양한 종교적 기반을 둔 아이들이 명탐정코난 처럼 테러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었죠. 요즘은 추리소설도 이런 다문화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좀 더 현실적이고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목스박이라는 영화랑 비슷하지만 좀 다릅니다.
공감합니다. 이제 이민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할 때가 됐고... 앞으로 더 다양한 추리소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합니다. :-) 김정환 님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철학적 타자를 탐구하는 정치 공간: 류성희와 한나 아렌트>에서는 뜻밖에 한국 추리소설의 시조 김내성의 이름이 등장하더군요. 이 책에서는 김내성의 탐구를 이어받은 계승자?로 류성희 작가님을 살펴본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서 본 내용의 탐구 못잖게 흥미로웠던 게 '사회 담론'과 '정치 담론'이었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주장을 빌어 추리소설을 탐구하는 시도가 무척 색달랐거든요. 이 둘 사이의 관계성으로 계속 주장을 전개해나가는 점이 흥미로워서,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사실, 이 파트를 읽으며 해당 작품의 이야기는 눈으로 보면서도 머릿속은 제가 알던 추리소설 관련 개념과 주장들을 헤집고 있었습니다. 중언부언 횡설수설하며 이 글을 쓰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저는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란 책 자체가... 철학적 관점으로 ‘추리소설’이란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또 하나의 탐정소설로 읽혔습니다. 각 파트마다 다루는 작가 한 명 한 명이 ‘시체’가 되고요, 우리는 백휴 작가님이 소개하는 철학자의 관점을 가지고 탐정이 되어 각 작가를 사건 케이스로 들여다보게 되는 거지요. :-)
<초자아는 숭고의 탄생지다: 서미애와 칸트> 를 읽으면서 작품들의 구조를 정리한 대목에서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위에서 박소해 작가님이 자세히 말씀해 주신 것 때문에 중언부언하기는 그렇고, 개인적으로 "서미애 작가님의 소설은 홈스 계열이 아니라 체스터튼의 뒤에서 읽혀야 한다"는 언급이 눈에 띄었습니다. 추리소설에서 범죄와 범인을 다루는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할 것이고, 그중 작가가 범죄와 범인을 어떤 대상으로 보느냐를 두고 이 두 계열이 갈리는 듯합니다. 체스터튼의 방법론이 탐정이 종교인(가톨릭 신부)이라는 점에 큰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고 봅니다만, 추리소설을 더욱 풍요롭고 깊게 만들 방향성 또한 이쪽 계열의 탐구에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었습니다.(제가 존경하는 추리소설 작가가 체스터튼입니다... 편향성이 있는 발언임에 유의해 주십시오.) 백휴 평론가님의 분석을 따라가면서 체스터튼의 이름을 만나고 무척 반가웠음을 밝힙니다.
저도 그 점이 흥미로우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점이었습니다. 류성희 작가님과 서미애 작가님 작품들이 가진 특성을 백휴 작가님이 소개하시는 철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보니 한결 이해하기 쉬웠고 아하! 하고 와닿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
<변증법을 이해하는 자의 유머감각: 황세연과 슬라보예 지젝> 파트는, 바로 이전 장르살롱 모임에서 황세연 작가님의 책을 다루었기에 좀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고백하자면, 황세연 작가님의 스타일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써보고 싶지만 흉내 내지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더욱 그러합니다. 지난 장르살롱에서 황세연 작가님의 저력을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번 장르살롱에서는 그분의 가벼운 듯 뜻밖에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그 손놀림의 비결(손맛?)을 슬쩍 엿본 듯합니다. 이 파트의 초반부가 실화인지 소설인지 모르는 특이한 서술인 점 역시 황세연 작가님에 대한 백휴 평론가님의 오마주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쭉 읽었습니다. 한국의 작가들을 통틀어 아이러니를 이렇게 잘 휘두르시는 분이 또 있을까? 를 생각했습니다. 황세연 작가님이 여전히 읽혀질 이유를 분석한 좋은 글이었습니다.
저는 황세연 작가님 작품들 속에 도드라지는 유머 코드를 워낙 좋아해서 예전부터 황 작가님의 팬이었습니다. 황세연 작가님은 이야기의 톤과 어조는 한국식(이 점이 중요합니다! 매우 한국적이라는 것...! 여기에서 많은 독자님들이 친근감을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지만 트릭의 전개나 설계를 들여다보면 ‘까도남’ 같은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백휴 작가님이 10장에서 잘 설명해주신 듯합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에서 백휴 작가님이 강의를 하셨는데 주로 추리소설보단 철학에 익숙하신 분들이 참여하셔서 또다른 의미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가지 못하고 <계간 미스터리> 한이 편집장님이 참여하셨는데 20대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추리소설과 철학의 상관관계' 강의에 대해 흥미롭게 들으셨다고 하네요. Q&A시간에 '철학적 타자'에 대해 더 깊은 설명을 요청한다든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고 하니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진행할 백휴 작가님과의 라이브 채팅도 기대됩니다ㅎㅎ
이번 주 금요일의 라이브채팅이 더욱 기다려지게 만들어 주시네요^^ 미리미리 철학적 지식의 옷과 적절한 질문 보따리를 준비해둬야 할텐데 걱정이긴 합니다. 허나, 우리의 마스터, 아니 진행자님께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진행력으로 흥미진진한 라이브 채팅으로 리딩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
헨리님의 질문은 늘 묻따 믿습니다. 금요일까지 전체 진도를 빼지 않아도 괜찮으니, 읽으신 부분에서만이라도 사전 질문을 준비해주시면 좋습니다. 꼭 라이브 채팅 때 만나요? :-)
제가 제주에 살아서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네요. 틀림없이 좋은 시간이었을 거라 믿으며, 이번주에 진행할 라이브 채팅도 좋은 시간이 되도록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일단 밀린 진도부터 (10부~ 에필로그) 달려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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