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D-29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 작품을 만났다. 이걸 읽으며 떠오르는 영감을 마구 여기에 적을 예정이다. 이 책은 또 내게 어떤 엄청난 영감을 줄까, 나는 잔뜩 기대한다.
기묘하다 는 하루키가 곧잘 쓰는 말 중 하나이다.
한 세계가 남는다 우리가 가장 바라고, 두려워하는 건 뭔가. 남들의 인정, 쥐도 새도 모르게 개죽음당하는 거. 그 외 다른 건? 인간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쓴다. 물론 작가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작가는 세상이 허무하다는 걸 어느 정도 아는 것 같다. 염세주의자나 아나키스트가 없지 않고 세상이 덧없고 부질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책과 사색을 통해, 그걸 너무나 더 자주 생생히 접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은 글로 자기 생각을 기록하고 그게-유명해지건 아니건 간에-후대에 남는다는 것에 대해. 물론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쁨과 자기 글이 한 독자에게라도 힘을 줄 가능성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역시 자기 기록이 남는다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는 것만 같다. 아마 작가 중엔 그걸 자신이 선택한 것 중 가장 잘한 것이고 자기 뜻에 따른 것이고, 그걸 하며 환희에 차고 후대에 남아 그나마 잠시 잠깐인 한 인생을 버틴다고 생각하는 게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자식이 있다면 유전적, 물리적인 유산을 남기는 것이고, 작품을 남긴다면 정신적인 유산과 자기만의 단독자적인 세계를 온전히 남기는 것이기에 작가의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모두 자신들만의 생각에 불과하더라도 이 세계에서 한 육신은 사라져도 그 정신만은 설령 알아주지 않더라도 이 세계 그 어디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품은 채 살아 숨 쉴 것이기 때문이다. 한평생 쏟아부은 온전한 자기 정신이 이생에서 생을 마감해 이미 육체는 태워지고 흙의 일부가 되었어도 아쉬움, 미련, 후회가 남아 그의 영혼이 떠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 수 있지만, 작가는 그것 없이 엄연히 자기 넋에 해당하는 정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기 때문에 미련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육체는 사라졌지만, 정신만은 엄연히 이 세계에 존재한다. 독자, 또한 그가 남긴 책을 통해 그의 세계와 온전히 만난다. 많은 책을 읽는 것은, 타인의 세계를 자기에게 체화(體化)하는 것이고 여러 인생을 동시에 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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