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D-29
와 다 안 가본 1인은 그믐 수학여행 가고 싶네요
저의 중2 소풍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소풍 바로 그날이 대구 지하철1호선 상인동 가스폭발 사건 당일이었거든요. 소풍날이라 평소 학교 갈 때보다 집합 시각이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출근하셨고 동생은 학교에 갔고 저는 아침 8시 근처 집에서 이제 나가려고 복장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뭐가 터지는 듯한 큰 소리와 베란다 창이 흔들리며 집이 흔들리는데 전 그때만해도 그게 지진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텔레비젼을 틀어봤는데 그땐 소식이 빨리 전해질 때가 아니었잖아요. 딱히 긴급속보가 난 것도 없고 집에 있어도 학교에서 무슨 긴급연락전화가 오는 것도 아니고 해서 좀 있다가 출발했죠. 근데 버스가 엄청 막히더니 사고가 나서 못간다고 중간에 내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길도 잘 모르는데 친구들이랑 길을 찾아 소풍 장소를 찾아 가는데...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유리가 다 깨져있고 길이 난장판이고 길 칮기도 헷가리고 큰 길로 나가서 쭉가야 집합 장소로 갈 수 있는데 하면서 가는데... 그 두껍고 무거웠던 공사장을 덮고 있던 철상판이 다 뒤집혀가지고 널브러져 있고 소풍장소로 가는 길이 무서웠어요. '왜 여기가 이렇게 됐지? 전쟁이 났나아 아, 아까 집에서 들었던 소리가 이 사고 소리였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조심조심 길을 찾아 갔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과 어쩌다 소풍 방향이 같았던 다른 학교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조심조심 길을 찾아가며 "얘들아 그 쪽으로 가면 무너질 수 있대." "또 폭발하면 어떻게 하지??" "이제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저기가 우리 학교 애들이 많다. 저쪽으로 가자" 이러면서 결국 한 곳에 모이기는 모였던 기억이 나네요. 길을 걸으면서도 건물에서 뭐가 떨어져서 머리에 맞아 죽으면 어떡하나 싶고, 친구가 다치면 내가 얘를 데리고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별별 생각을 다 했드랬습니다. 기억이 어렴풋한데 원래 가려던 곳까지는 못가고 걸어서 그나마 앉을 수 있는 곳으로 산 어딘가로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너무 잊을 수 없는건 그렇게 사고 현장을 가까이서 보기는 했지만 어떤 수습이 이루어지기 전이었고 저희는 일단 사고 장소에서 떨어져서 조심하며 빨리 소풍 집합 장소로 가야 했기에 무슨 사고가 얼만큼 크게 났는지는 알 수 없었거든요. 원럐 예정되어 있던 시간들이 뭐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어쨌든 다 모여서 장기자랑 간단히 하고 도시락만 먹고 일찍 헤어졌던 거 같아요. 그때 룰라의 '천사잃은 날개'가 엄청 유행이었거든요. 어떤 애들이 장기자랑으로 그걸 했는데 신나게 같이 웃고 노래부르며 싸바~싸바~ 하며 힙을 치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고 집에 갈때도 또 한참을 걸었다가 겨우 버스가 운행되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집까지 갔던 기억이 나네요. 소풍을 다녀 오고서야 얼마나 큰 사고가 난 건지를 알 수 있었고 그 일대의 학교들은 침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소풍이 아니었다면 그 시간에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던 친구들이 꽤 많았을 거거든요. 참....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소풍날이었죠.
와...정말 잊을 수 없는 소풍날이네요. 그러고 보면 인터넷이 없던 옛날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즉시 바로 모르기도 했어요. 약간 시차를 두고 뉴스에 나오면 아, 그게 이거였구나. 싶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알 수가 없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무슨 사고인지 정확히는 몰랐어도 그 사고현장을 멀리서나마 지나갔는데 어떻게 또 그렇게 장기자랑을 하고 같이 노래를 불렀을까 생각하면 그때의 우리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도로가 뒤집어지고 유리창이 다 깨진 거리와 <날개 잃은 천사>의 싸바싸바 엉덩이춤을 추는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게 참 아이러니하달까요. 저때 처음으로 이런게 지진인가? 싶었던 때인데요. 지진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긴가민가했던거죠. 근데 경주지진이랑 포항지진때문에 대구에도 지진이 느껴졌을 때요. 진짜 지진이 나니까 집이 좌우로 흔들리는게 느껴지는게 그땐 긴가민가가 아니라 바로 어! 이건 지진이다!! 싶더라고요. 애기랑 둘이서 저녁 먹다가 얼른 계단으로 내려와 지상으로 뛰쳐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제가 근래에 들은 여러 경험담 중에 제일 기이한 이야기였어요. 뭐가 되게 이상하긴 한데 뭐가 이상한지 잘 꼬집어 말하지 못하겠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웃어야 하는 걸까, 슬퍼해야 하는 걸까 싶게요. 아무튼 큰 비극 와중에도 게으른독서쟁이님과 친구 분들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학교는 절대로 결석하면 안 되는 거라고 다들 여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젊은 학부모들은 안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저두 그랬습니다. 지금 저희 애가 중학생이라 가끔 저의 중학시절을 생각하면 그때 그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때 어떻게 그렇게 놀 수 있었지??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합니다. 엉망진창인 현장을 지나면서 무서웠지만 다친사람들은 못봤기때문에 뭔가 심각성을 덜 느꼈던게 아닐까 그리고 그나마 두려웠던 마음이 학교친구들이 우르르 모이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랑 같은 동네 살다가 상인동으로 이사간 제 친구는 무사해서 다행이다 싶었지만 바로 저희 학교 옆 남학교에는 희생된 친구들이 있었고 바로 사고 근처에 자리한 영남중고학생들의 희생은 더 컸기에 사고 당일보다 그 이후에 뉴스를 보고 운구차를 보며 더 침울했던 느낌이 기억나네요. 저때의 일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대학생때 대구 시내에서 지하철화재사건이 났을 때는 인터넷이 발달했을 때니까요. 뉴스소식만으로도 너무 무섭더라고요. 어떨 땐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학교를 갈 때도 있고 어떨 땐 버스만 타고 학교 갈 때도 있었는데 너무 자주 다니는 곳에서 그런 사고가 나서 국화 한송이 올리러 다녀간 이후 한동안은 아예 지하철을 못타가도 했습니다. 사실 지금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만 화재사건 추모기념관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편지 못해요. 그냥 지날 때마다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날 수 밖에요.
그런 사고를 더군다나 소풍때 접하시니 충격이 크셨겠어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저도 충격이 컸습니다. 그 때 그 날 1년 후에 남친부모님한테 인사드리러 갔었거든요. 그런데 1년이 지났는데도 탄내와 그을음이 남아 있었어요.
저는 대구지하철 사고 취재 기자 중 한 사람이었어요. 그때 국과수 관계자 분들을 취재하다가 전소한 차량 내부 사진을 얻었는데, 너무 끔찍해서 결국 신문에 싣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신문사에 그 정도 재량이 있었어요. 희생자들이 가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거 같습니다.
저는 참사 후 얼마안되어 열린 시민애도의 날에 가서 국화꽃을 올리고 기도하고 왔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중앙로역 근처였던거 같은데 그때 매캐한 냄새를 맡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그리고 쌔~카맣게 그을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니 너무 무서웠습니다. 저는 지금도 지하철 플랫폼에 내려가면 항상 마스크랑 수건 물이 보관되어 있는 보관함이 어딨나 찾아봅니다. 열쇠로 잠겼는데 어떻게 열어야되나 싶어 비상시 안내문 읽어보고 지하철 타서도 비상정지시 문 여는 법 망치사용법 같은 걸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돌려봅니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또 어떤 사고가 어떻게 생길지 모르니 항상 대비하는 마음으로. 자주 봐야 익혀지니까요. 에휴,,, 4월이되면 마음이 좀... 울렁거려요. 4.3 사건도 있고 4.16 세월호 참사도 있고. 해서 옛날 사건들이 더 떠오르는 것 같네요. 그동안 꾸준히 애도의 시간들을 가졌는데도 슬픔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애기였던 내 아이가 클수록 점점 더 슬픔이 커지는 것 같아요. 즐거운 소풍 얘기를 했어야했는데 괜한 얘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다운시킨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반짝반짝 샛별야학》다시 읽으며 힐링을 해야겠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모임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ㅎ 진심으로 이 모임의 모든 분들의 안녕을 바랍니다!!!
으아아 즈엉말 힘드셨겠습니다 무어라 드릴 말씀이... 말잇못ㅠㅠ
고등학교 현장학습&수련회를 가장 기대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다 취소됐었어요. 아쉬운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ㅜㅜ
코로나 는 바보야... 바다에 가서 외치고 왔었죠...
잠은 행자 할머니를 데려가지 못했다. 다시 한번 몸을 반대쪽으로 틀었다. 가슴이 조용히 뛰고 있었다. '소리가 들리네......' 행자 할머니는 이 기묘한 감정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꼈는지를 가만히 떠올렸다. 첫 집 장만 첫 출산 등이 스쳐 갔지만, 절대 똑같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풍이라는 두 글자에 생각이 가 닿았다. 마지막 반 소풍날. 학교 근처 뒷산에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과 싸 온 김밥을 우유와 함께 먹으며 희희낙락하던 때. 보물찾기 상품에 눈이 멀어 산 반대편까지 갔다가 선생님에게 혼이 났던 때. 흙이 묻은 돗자리를 그대로 집에 가져갔다가 어머니에게 잔소리도 들었었지. 그래도 좋았다. 행자 할머니의 입가로 다시금 미소가 번졌다. 이날 밤은 양을 천 마리나 넘게 셀 때까지 잠들지 못했다. 새벽이 찾아올 즈음이 되어서야 까무룩 잠이 들었다.
반짝반짝 샛별야학 _ 첫날_ 8%_, 최하나 지음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 깜짝 놀란 승지가 다가가 물었다. "어르신 괜찮으세요? 어디 안 좋으신 거예요?" "아니...... 나 진짜 소풍 다시 가보고 싶었거든." 승지는 그 말을 하며 소매로 눈물을 쓱 훔치는 행자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깜짝 놀랐다. 갑자기 어린 소녀로 보이는 어르신의 얼굴이 낯설어서였다. 승지는 행자 할머니의 팔을 쓰다듬고는 눈빛으로 마음을 전했다. '저도요. 우리 같이 잘 다녀와요, 어르신.'
반짝반짝 샛별야학 _현장학습1_ 29%_, 최하나 지음
내가 또 자칭 타칭 그거잖아요. 술 소물래? 우리 아들이 뭐라고 했는데. 암튼 내가 안 먹어본 막걸리가 없는데 최고로 치는 게 이거 두 개지. 이거 한 잔 쭉 들이켜줘야 또 소풍이 완성되는 거지.
반짝반짝 샛별야학 87쪽, 최하나 지음
그렇죠. 소풍의 완성은 음주죠. 그나저나 공주 밤막걸리와 포천 이동 막걸리가 맛있나 보군요. 저는 장수생막걸리입니다. 그런데 맥주가 더 좋습니다.
밤막걸리는 조금 과장을 보태 요새 핫한? 밤양갱이나 바밤바 녹인 맛이예요ㅎㅎㅎ근데 저도 위스키를 더 좋아합니다ㅋㅋ
@J레터 @스프링 밤막걸리 가끔 마셨고 맛있었는데 그게 공주산인지까지는 확인 못했어요. ^^;;; 그냥 주는 대로 마셔서... 그리고 밤막걸리만 마시면 너무 달더라고요. 저는 사실 누가 막걸리나 소주 권하면 “맥주 섞어 마시겠습니다”하고 맥막이랑 소맥으로 바로 전환한 뒤 잠시 뒤에 그냥 맥주를 마셔요. 이 글도 호가든 마시며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맥막은 왜 순서가 맥→막이고, 소맥은 소→맥일까요? 맥주를 가장 마지막에 써야 한다는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요?)
이 글 자체를 어제 맥주 마시면서 썼더니 두서가 없네요. ^^;;;
@장맥주 막걸리에 맥주 섞는 것도 있었군요. 한 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저도 호가든 좋아합니다. 정오 지났으니 아침부터 술 얘기는 아니니..ㅎ막맥보다는 맥막이, 맥소보다는 소맥이 어감 상 부르기 좋아서요? 아님 맥주가 베이스가 돼서 그런게 아닐까요?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 여름날의 맥주는 사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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