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북클럽] 편집자&마케터와 헨리 제임스 장편소설 『보스턴 사람들』 같이 읽어요!

D-29
랜섬이 자꾸 이상한 말을 해서 원문을 몇 번을 뒤지고 역자 선생님을 몇 번을 귀찮게 해드렸는지 모릅니다. 😂
아~ 랜섬, 이 남자 어찌하면 좋을까요? 초반 '남부남자' 운운하며 가부장적 사고로만 일관하던 랜섬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현실(가난)과 꿈(성공) 사이에서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며 랜섬에게도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네요. 확실히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 줄 루나 부인과, 예쁘고 어린 버리나 사이를 오가는 모습은 속물이지만 훨씬 솔직해 보였습니다. 자신에게 냉랭한 올리브에게는 접근도 못하면서 말이죠. 특히, 루나부인이 올리브가 버리나에게 제대로 배신당할 거라는 말에 "그녀가 배신당했다는 걸 아는 것 만으로도 그에게는 충분한 보복이 될 듯하니 p318"라는 부분은 랜섬의 찌질함도 엿보여 재미있었습니다.
아 이런 시각도 정말 좋네요! 전 랜섬의 대사에서 분노만을 느꼈는데 스타맨님의 관점으로 보니 랜섬에 대한 재평가가 어떻게 이뤄질지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랜섬...제발 친해지자 우리 ㅠ
랜섬이 여성에 대한 생각을 알게되니 왜 올리브가 그렇게 히스테리적으로 랜섬에게 반감을 갖는지 이해가 됩니다. "여자가 본질적으로 남자보다 못한 존재이고 남자가 그들을 위해 정해준 운명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여자는 한없이 짜증이 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권리란 더 강한 종에게 너그러움과 배려를 요구할 권리다."등등 그의 생각과 말이 아주 얄밉네요.
같은 의미의 말이 오늘날에도 들려온다는 점에서 더더욱 눈에 밟히는 대목들입니다. “여성들이 이 지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남성들이 짊어진 고통의 무게를 반은 덜어주는 셈”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한숨이 푹 나왔습니다.
랜섬에 대한 인상은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루나 부인의 집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에서, 루나 부인이 그에게 수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의 수입이 적지 않다고 거짓말하며 자존심 상해하던 모습이 영향을 미쳤어요. 남성으로의 자존심 때문에 수입이 거의 없으면서도 거짓말하며 급발진(?)하던 모습이요. 또한 어떤 행동을 하든 ‘남부 신사라면 이렇게’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그의 인상을 더 강화하는 요소였습니다. 왜인지 소설이 끝날 때까지 그에 대한 인상은 변하기 어려울 듯 해요. (특정한 사건이 없다면요!)
랜섬에 대한 비호감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강화되네요. 344쪽의 마지막 문장 "그녀(미스 버즈아이)는 이번에는 만원이어서 자신이 앉을 좌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 저기 탄 남자들은 누구나 그와 같은 무고한 노인에게는 자리를 양보해줄 것이라고, 그(랜섬)는 생각했다."가 정말 좋았습니다.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만원 버스에서 배려받지 못하는 미스 버즈아이의 모습은 여성들의 처지를 잘 보여주고, 실제로는 약자를 위해 양보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나 아닌) 누군가가 배려할 거라고 믿는 랜섬의 생각은 대다수 남성들의 순진하고 편안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그 대목을 저도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래도 약자를 보호하는 건 우리들이라는 자긍심만 취하는 랜섬의 태도가 정말 잘 드러나는 대목이에요. 그러면서 루나 부인의 아들에게는 얼마나 냉혹한 평가를 내리던지요ㅎㅎ
저도 이 장면 딱 눈에 들어왔어요.
보수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거친 남부에서 건너온 인물 치고는 격식은 갖춘 인물 같기도 합니다. 성공하려는 야망도 상당한 것 같고요. 다만 다소 나약하고 속물적인 면모도 지니고 있다고 느꼈는데요, 사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면모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친한 친구가 술한잔 하자고 해도 부담스럽고 저도 모르게 움츠려드는 제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는데요, 경제적 여건의 차이가 만드는 이런 태도나 행동의 방향을 떠올려보면, 저 역시 랜섬의 면모 또한 갖고 있다고 여깁니다. 제임스가 묘사하는 인물이 모두 완벽한 존재를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인물들의 다채로움이 더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
사실 앞부분에서는 랜섬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만 있어 어떤 인상 정도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후 그의 말이나 행동 등을 통해 그 인상이 자세히 설명되어지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첫 인상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가 버리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도 뭔가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니 작가가 그런 느낌을 전달했었다고 해야할 것 같네요) 랜섬은 지역과 모임과 사람들에 대해 조금씩 더 익숙해짐에 따라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는데요, 본래의 성정이 그런 사람이고 이제 또다른 지역에서 또다른 사람에게 그 성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랜섬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나오면서 랜섬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네요. 올리브가 이해됩니다.. 자라온 환경이나 경제적 위치가 그 사람의 생각을 만드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랜섬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남성중심적 사고관이 느껴져 씁쓸해지더라고요. 특히 남부의 기사도 정신 운운하는 부분은 정말.. 이마 여러번 짚게 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 그리고, 첫 번째 퀴즈의 정답은 3번 '회계사'였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간 책 소개글에는 이렇게 적혀있는데, 혹시 참고하신 분도 계실려나요? "미시시피 출신의 변호사로 남북전쟁 참전자이자 보수주의자 베이질 랜섬" 이 소개글만 읽어도 랜섬이 어떤 인물인지 꽤 명료하게 그려볼 수 있는데요. 헨리 제임스가 인물의 특징을 섬세하게 설정해놓았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두 번째 퀴즈도 두고 갑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 https://forms.gle/ghvpyWSxGt92Sgpx8
이렇게 깊은 찬탄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여성분들에게는 삶의 보람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화제로 삼는 미스 태런트가, 당신 말씀대로, 저를 감동시킨 것도 이런 의미에서죠. ─즉, 그렇게 마음에 드는 젊은 숙녀분을 낳은 것이 바로 당신들 여성이기에 저는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더 여성을 높이 숭상하고 싶습니다.
보스턴 사람들 pp.336-337,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앗~ 첫번째 퀴즈 질문의 답을 벌써 알려주셨네요...그것도 모르고 어제 저는 뒤늦게 퀴즈를 풀어 제출했군요. 하하하 진도 빨리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아는 건 모두 경험으로 얻는 거예요. 당신은 상상력으로 얻은 거고요. 그건 당신이 이렇게 생생하고 눈부신 분인 것과 걸맞죠.
보스턴 사람들 p.214,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이 문장이 올리브와 버리나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다소 꼰대처럼(?) 보일 수 있는 말을 스윗하게 해서 인상 깊었던 올리브의 대사입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꼰대 같은 말인데 스윗해서 몰랐네요-😂 버리나의 올리브에 대한 동경은 안쓰러운 면이 있어요. 올리브가 조바심을 덜 내는 성격이었다면...
그분이 상당히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 천만에요! 부인! 여성분들이 합리적일 필요는 없죠.
보스턴 사람들 p.336,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시 돌아온 금요일! 역시나 기분이 좋습니다. 약간의 사담을 적어 보자면, 저는 어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필리프 클로델 작가님의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필리프 클로델 작가님은 프랑스에서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번에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하는 공쿠르상 홍보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오셨거든요! 👏👏 내한 시기에 맞춰서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도 출간이 되었답니다. (책 너무 재밌어요. 추천해요!) 살면서 불어를 이렇게 생생하게 들어본 적이 없던 저는 '귀가 호강한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생각하며 열심히 현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북토크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무척! 좋아하는데요, 『보스턴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여러분들과 만나는 행사를 기획해보고 싶네요 :0 잡담이 길었죠. ㅎㅎ 오늘의 일정과 미션도 바로 안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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