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2

D-29
@borumis 다시보니 말씀해주신 우울의 감정이 다른 시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원문을 보실 수 있다면, 67번 시 ‘부엉이들’에 등장하는 ‘소린’과 ‘운동’이란 단어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갑자기 귱금해졌습니디^^ 황현산 선생님은 어떤 단어를 이렇게 옮기셨을까 궁금합니다.
소란: le tumulte (영어는 tumult 소란, 법석, 동요, 혼란, 파란...) 운동: le mouvement (영어는 movement 움직임, 운동, 동작, 변혁활동...)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색하는 부엉이들이 오히려 우울한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네요. 부엉이들처럼 현자들은 소란과 운동(사회적 격동)에서 멀어져서 상아탑 속에서 고고히 떨어져 사색하며 사회와 동떨어진 관조의 자세로 보수적인 status quo를 유지하는 자들이라고 비판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그 기성세대가 두려워해야 했던 소란과 운동, 그리고 찰나의 지나가는 그림자가 지나가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두고두고 벌을 받아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와~ 영어 까지 비교해주셔서 감상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두 단어가 모두 프랑스어(혹은 라틴어(?))에서 온 단어언가 봅니다. 저도 '부엉이들'에 대해서는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혜'의 상징 같은 이미지 보다는, '이방의 신들처럼'이란 표현에서 영원히 존재하며 권태로움을 느끼는 신 같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변화와 일탈에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기득권으로 볼 수도 있겠구요. 이들을 송승환 님이 언급해주신 18-19세기 파리의 현실과 연결지어보면, 전통적인 공동체와 결별한 개인, 혹은 도시 속의 익명성 속에 고립되어버린 시민들의 우울감과 권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딴생각도 같이 해보고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부엉이'는 권태와 무기력 속에 잠식되어, '그저 순응하는 존재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앞의 66번 시 '고양이들'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이 시에서 '어둠의 정적과 공포를 탐구'하는 고양이들은 결국 몽상가/기득권/권태를 특징으로 하는 존재들의 이미지가 맞닿아 있다고 느껴집니다. 또 '부엉이들'의 마지막 연에서 '지나가는 그림자'란 무엇을 말할까 궁금해지네요.
참 제가 참고하는 원문은 John E. Tidball의 영어번역과 함께 보들레르의 프랑스 원문이 수록되어있고 1868년 판의 모든 시들 뿐만 아니라 1857년 초판에서 출판금지받은 6편의 시들을 수록했습니다. 보들레르의 프랑스어 시도 운율이 뚜렷한데 Tidball도 같은 소네트 형식을 따라가며 rhyme을 유지해서 소리내어 읽기 참 좋습니다. 부엉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Les Hiboux Sous les ifs noirs qui les abritent, Les hiboux se tiennent rangés, Ainsi que des dieux étrangers, Dardant leur oeil rouge. Ils méditent ! Sans remuer, ils se tiendront Jusqu’à l’heure mélancolique Où poussant le soleil oblique, Les ténèbres s’établiront. Leur attitude au sage enseigne, Qu’il faut en ce monde qu’il craigne : Le tumulte et le mouvement. L’homme ivre d’une ombre qui passe Porte toujours le châtiment D’avoir voulu changer de place.
67번 시 <부엉이들>. 검은 주목, 붉은 눈, 줄지어 앉은 부엉이들. 분위기가 기묘하네요. 캄캄한 밤에는 붉은 눈들과 달빛만 보일 것 같아요. @borumis 님 덕분에 시의 의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umult, movement가 프랑스어에서 온 단어인가 보군요. 시즌1 모임에서 주고받은 글을 읽어봤는데, 보들레르는 제2제정기에 활동했다고 해요. 큰 희생을 치르며 숱한 격동의 시기를 거쳤는데 결국 군주제로 돌아간 것을 보고 변혁 운동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그런 혁명, 변혁 운동은 다 부질없다는 뜻, 빛과 그림자가 끊임없이 변하는데 지나가는 그림자와 자리를 바꾸겠다며 목숨 걸고 싸우는 건 어리석다는 뜻은 아닐지요? 그래서 지혜로운 부엉이들은 사색한다고요. 서양에서는 부엉이가 지혜를 상징한다고 해요.
그믐에 회원가입만 하고 어떤 활동도 하질 않았습니다. 시를 잘 모르지만 이 모임에 지금이라도 참여할 수 있을까요. 혼자선 읽기에 너무 어렵군요.
그럼요. 언제든지 들어오세요. 함께 읽으며 느낌과 해석을 나누니 좋습니다.
@늦깎이 반갑습니다! 전혀 늦지 않으셨습니다! 시의 리듬 물결에 그냥 맡기시면서 읽으시면 됩니다:-)
@borumis 원문까지 올려주시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orumis Les Hiboux 원문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차운과 병렬운. 그리고 소네sonnet에서 한 행. 음절 수 헤아리기가 쉽지 않은데, 한 행 10음절과 8음절의 교차까지 고려해서 읽으니, 더 음악적으로 느껴집니다.
<부엉이들> 불어 낭독으로 들어봅시다. https://youtu.be/fBRdwYAiOjU?feature=shared
우왓~ 감사합니다^^ 그런데 분명히 텍스트가 나와 있는 시를 읽는 것 같지만, 발음을 따라가다가도 어디를 읽는지 길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tumult와 mouvement이란 단어의 발음도 들어보네요~
그의 고뇌가 막심하면, 나는 연기를 뿜지요. (중략) 그의 넋을 얼싸안아 흔들어주지요. 불타는 내 입에서 피어올라 한들거리는 파란 그물 속에.
악의 꽃 137p, 68번 시 <파이프>,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68번 시 '파이프'의에 담긴 목소리가 독특합니다. 생명이 없는 사물인 '파이프'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주는 목소리라는 점에서요... 흥미롭기도 하구요. 첫 번째 행의 '어느 작가'란 보들레르 자신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그러게요.. 전 이 시를 읽고서 마그리트 그림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닙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는 문장이 생각났어요. 그 그림에 담긴 metalanguage개념처럼 이 시 쪼한 이것은 시인의 파이프에 대한 노래가 아닌 파이프가 시인을 노래한 화자와 대상을 뒤집은 느낌이 들어요.
70번째 시 <무덤>. 마음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시입니다. '정결한 별들이 무거워지는 눈을 감고, 거미가 줄을 치고, 독사가 새끼를 낳는 시간.' 이리떼와 마녀들의 울음, 희롱, 어두운 음모의 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무덤가의 음침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오래된 폐허의 잔해', '그대'의 죽음. 옛 세계뿐만 아니라 '그대'도 소멸됩니다. 거미가 줄을 치며 자신의 세계를 건설하고, 독사는 새 생명을 낳습니다. 생성과 소멸이 함께 일어납니다. 개개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자연의 흐름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무한으로 이어집니다. '정결한 별들이 무거워지는 눈을 감고'는 별의 소멸을 뜻하는 것일까요?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세상은 살아있는 생명들에 의해 여전히 떠들썩하게 굴러갑니다. 기독교에서 죽음은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어느 착한 기독교도가 자비심으로' 그대의 몸을 묻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종교가 밀려난 시대, 과학기술과 자본주의를 믿는 시대에는 영원한 안식을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칭찬받던 그대'가 죽어서는 세상 굴러가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느라 편히 쉬지 못하는 벌을 받는 것일까요?
그러게요. 기독교에서는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지만 실제로 죽음 후 맞이하는 것은 이런 소란스럽고 탐욕스러운 일상이 여전히 진행되며 비밀스러운 평안을 방해하네요. 마치 그런 시도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63번째 시 <유령>은 싸늘함, 섬뜩함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시입니다. '유령'은 권태로 가득해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린 삶, 목숨은 붙어있지만 죽은 듯이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묘혈의 둘레를 기어다니는 뱀'처럼 죽음 가까이에 있는 것. '희붐한 아침이 올 때면, 너는 내 빈자리를 볼 터인데, 저녁까지 그 자리 싸늘하리라.' 날이 밝으면 유령은 자신의 자리를 비우고 오늘을 살지 않습니다. '너의 목숨과 너의 젊음에, 나는, 나는 공포로 군림하리라.' 유령이 살아있는 '너의 목숨과 너의 젊음'을 시샘하는 걸까요? 또는 무시무시한 죽음의 기운, 권태의 기운을 퍼뜨린다는 뜻일까요? 또는 유한한 생명인 '너' 역시 죽음과 노화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일까요? 제국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시각이라는 @ICE9 님의 해석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4/8일-4/14일까지는 76번 우울(나는 천년을..)부터 100번. (당신이 시샘하던..)까지 읽으시면 됩니다. 특히, 89번. 백조 Le Cygne는, <악의 꽃>에서 단연 가장 탁월한 시이자 가장 중요한 시 1편으로 제가 생각하는데, 여러 비평들도 검색해보면. 역시 <백조>를 중요하고 탁월한 시로 선정하고 있으니. 깊이 읽으시면 시집 <악의 꽃>을 관통하는 주제와 수사법. 시적 태도를 간파하실 수 있으실 듯 합니다. @숨쉬는초록 @borumis @ICE9 @계피s @늦깎이 모두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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