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버스와 지하철에 꽉 끼어서 시 한편 겨우 읽었습니다^^;;
62번 [서글프고 방황하는]에서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화자의 모습이 담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화자의 '현실'은 '더러운 도시'/'검은 대양'/'진창'의 이미지와 닿아있는 듯하구요, 이 현실의 속성으로 '열차'와 '쾌속 범선'이 제시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속성들은 근대/속도/이성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파리 구 시가지를 도시 정비하면서 쭉쭉 뻗은 도로와 하수시설을 정비한 시기의 공기를 담고 있는 듯 여겨졌구요.
화자가 바라보는 '이상'은 시에서 '향기로운 낙원'/'초록빛 낙원'/'순결한 낙원' 등의 표현으로 집약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낙원'은 손에 닿지 않는 머나먼 곳에 있을 뿐이구요. 이 손에 닿지 않는 '낙원'의 이미지가 '초록빛'으로 빛나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네요. 저는 여기서 <위대한 개츠비>의 바다 건너 있는 데이지 저택의 '초록색 불빛'을 떠올리기도 했고, 영화 <Shape of Water>의 포스터도 생각났습니다. 강렬한 빨간색 드레스와 빨간색 신발을 신었던 여인이 물 속에서 괴물과 포옹하고 있는 (다소 암울한) 청록색의 물빛을 떠올렸습니다. 이 '초록빛'이 화자가 앞에서 언급한 현실, '더러운 도시'와 '향기로운 낙원'사이의 간극을 가득 메우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초록색'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상 혹은 사랑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었나 떠올려보면서요. 그래서 이 '초록빛 낙원'이라는 표현이 어느 순간 생생히 다가온 느낌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