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D-29
[원미동 사람들]을 함께 읽어 보기로 한 이유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과 같은 웃음과 감동의 이야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 맛있는 김치볶음밥이라면 [원미동 사람들]은 처음부터 푹 익은 묵은지 같은 느낌입니다. 장롱 옆구리에 난 생채기가 머지않아 세월의 또 다른 무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세상 살이에 온갖 생채기를 입고 그것을 견디고 보듬으며 살아낸 은혜네 가족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게 합니다. p.9 올망졸망한 것들이 으레 그렇지만 밝은 곳에 드러난 자신의 남루한 세간들을 보는 일은 언짢았다. 이곳저곳에서 비죽이 드러나는 가난한 생활의 소도구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 역시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p. 36 그는 이렇게 하여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遠美洞)의 한 주민이 되었다. 트럭이 멈추자 맨 처음 고개를 내민 것은 강남부동산의 주인 영감이었고 이어서 어디선가 꼬마가 서넛 튀어나와 트럭을 에워쌌다. 미장원집 여자는 퍼머를 말다 말고 흘낏 문을 열어보았다. 지물포집 사내도 도배일을 나가다 트럭이 멈춘 것을 보았다. 연립 주택의 이층 창문으로 나타난 쾡한 눈의 한 청년도 트럭이 짐을 푸는 것을 지켜보았다. ps. 포장이사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감사합니다.
김볶과 묵은지 비유, 찰떡 같아요~
그렇기에 이렇게들 모이는거겠죠 맘이 끌리는 곳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것! 넘넘 행복하네영
세월의 눈금이나 줄자의 눈금이나, 바라다볼 때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원미동 사람들 P13, 양귀자 지음
제가 그믐은 처음이라
세월의 눈금이나 줄자의 눈금이나, 바라다볼 때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p13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에 공감했어요. 그리고 이사전에 아이들 키재던 선이 그대로 남아있던 모습이 생각났구요. 이 책을 읽으며 제가 합가하던 때가 생각났어요. 두 집 살림이 합해지니 버려야 할 것들이 더 많더라구요. 신혼 살림을 거의 버리고 왔던 기억이 났어요. 친정부모님이 해주신 물건인데 가져오지 못함이 너무 마음 아프더라구요. 멀고 아름다운 동네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들더라구요. 자신의 집을 사서 이사를 하는 건데 왜이리 슬픔이 느껴지는지… 서울이란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과 추운 날씨와 만삭의 아내…이 모든 설정이 내집을 사서 이사하는 즐거움보다 더 크게 다가와서 그런지 모르겠네요.
'멀고 아름다운 동네'라는 제목도 '멀고'에 더 방점이 찍히게 되는 것 같아요. 서울 집값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한겨울에 노모에 만삭 아내, 어린 딸을 이끌고 부천으로 쫓겨 가는 가장의 마음이 짠하네요ㅠㅠ
실눈 속에 감추어진 작은 즐거움을, 실눈을 뜰 필요조차 없이 완벽한 생만으로 일관된 자들이 알 턱이 있겠는가.
원미동 사람들 p.25, 양귀자 지음
올망졸망한 것들이 으레 그렇지만 밝은 곳에 드러난 자신의 남루한 세간들을 보는 일은 언짢았다. 이곳저곳에서 비죽이 드러나는 가난한 생활의 소도구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 역시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p.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누군가에게 무엇을 판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ㅠㅠ 2. 「불씨」 p.29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켜온 그 슈퍼맨 놀이 때문에 어제는 또 남의 항아리를 깨뜨려놓았다는 아내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 어릴 땐 왜 그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게 재밌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무릎 관절이 다 아픈데요ㅎㅎ 옛날 아파트에 있었던 쓰레기가 떨어져 모이던 저곳 위에서도 그렇게 뛰어내렸던 기억이;; 추억추억하네요ㅎㅎ
즐겁게 노는 아들을 보고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고 자신의 처지를 더 비관할 뿐인 아버지의 모습에 혀를 차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두 사람의 대비 때문에 더 마음 아픈 글이었던 것 같아요. 아빠도 날 수 있다며 날갯짓을 해보라는 말에 얼마나 속이 쓰릴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떠오르겠다는 아들과 가라앉기만 하는 남편 사이의 엄마 속도 그렇고요.
열심히 뛰어내리는 연습만 해나간다면 날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고 있는 아이였다. (...) 아이는 자꾸자꾸 날아오르고, 그는 점점 침몰하여 드디어는 가라앉고야 마는 게 아닐까.
원미동 사람들 (살림 출판사 버전) 40쪽, 양귀자 지음
자신은 이제 가라앉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이도 언젠가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짠해요ㅠㅠ
실습은 끝났다. 빠뜨린 대사는 하나도 없었다. 봉투 안에 팸플릿을 집어넣고 그는 이마에 밴 땀을 닦아내었다. 사내도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일어설 채비를 하였다. "지루한 이야기를 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
원미동 사람들 불씨 / p66, 양귀자 지음
짐꾼 권씨에게 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입을 뚫어야'했던 그의 간절함을 이루어 주었으니 말이다. 나는 언제 한번 이런 적이 있었던가, 타인의 간절함을 한번도 알아봐 주지 못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간혹 걸려오는 보험권유 전화가 오면 권씨처럼 사주지는 못하더라도 찬찬히 잘 들어봐 줘야겠다. 혹시 내가 누군가의 입을 뚫어주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점점 이런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다들 살기 팍팍해서 그런지 ㅠㅠ
짐꾼 권씨의 대사도 어지간히 길었다. 사내가 그렇게 했듯이 그 또한 사내의 말을 열심히, 고개까지 끄덕여가며 들어주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추락하는 일은 날아오르는 일보다 훨씬 간단하다.
원미동 사람들 p.36, 양귀자 지음
불씨라는 소제목이 많은 의미를 준다 싶네요 작은 생명력이지만 소중한 존재 필요한 존재 작은 불꽃이지만 절정에 이르러 활활타오르고 소진되지만 그 몫은 다해야 한다는... 삶의 모습이 아닐는지...
빌딩과 빌딩 사이에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몰아쳐오는겨울의 삭풍에 얼어붙은 온몸을 내맡긴 채 멈칫멈칫사람들의 눈치나 살피던하루였다.p.38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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