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D-29
즐겁게 노는 아들을 보고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고 자신의 처지를 더 비관할 뿐인 아버지의 모습에 혀를 차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두 사람의 대비 때문에 더 마음 아픈 글이었던 것 같아요. 아빠도 날 수 있다며 날갯짓을 해보라는 말에 얼마나 속이 쓰릴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떠오르겠다는 아들과 가라앉기만 하는 남편 사이의 엄마 속도 그렇고요.
열심히 뛰어내리는 연습만 해나간다면 날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고 있는 아이였다. (...) 아이는 자꾸자꾸 날아오르고, 그는 점점 침몰하여 드디어는 가라앉고야 마는 게 아닐까.
원미동 사람들 (살림 출판사 버전) 40쪽, 양귀자 지음
자신은 이제 가라앉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이도 언젠가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짠해요ㅠㅠ
실습은 끝났다. 빠뜨린 대사는 하나도 없었다. 봉투 안에 팸플릿을 집어넣고 그는 이마에 밴 땀을 닦아내었다. 사내도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일어설 채비를 하였다. "지루한 이야기를 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
원미동 사람들 불씨 / p66, 양귀자 지음
짐꾼 권씨에게 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입을 뚫어야'했던 그의 간절함을 이루어 주었으니 말이다. 나는 언제 한번 이런 적이 있었던가, 타인의 간절함을 한번도 알아봐 주지 못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간혹 걸려오는 보험권유 전화가 오면 권씨처럼 사주지는 못하더라도 찬찬히 잘 들어봐 줘야겠다. 혹시 내가 누군가의 입을 뚫어주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점점 이런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다들 살기 팍팍해서 그런지 ㅠㅠ
짐꾼 권씨의 대사도 어지간히 길었다. 사내가 그렇게 했듯이 그 또한 사내의 말을 열심히, 고개까지 끄덕여가며 들어주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추락하는 일은 날아오르는 일보다 훨씬 간단하다.
원미동 사람들 p.36, 양귀자 지음
불씨라는 소제목이 많은 의미를 준다 싶네요 작은 생명력이지만 소중한 존재 필요한 존재 작은 불꽃이지만 절정에 이르러 활활타오르고 소진되지만 그 몫은 다해야 한다는... 삶의 모습이 아닐는지...
빌딩과 빌딩 사이에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몰아쳐오는겨울의 삭풍에 얼어붙은 온몸을 내맡긴 채 멈칫멈칫사람들의 눈치나 살피던하루였다.p.38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삶을 지탱하기위한 몸부림은 누구나 하는것 아닐는지 그 몸부림이 아득하게 바스락거리며 다가오는 이도 있고 안락하게 포근하게 스미는 이도 있을테지요 책에선 아득함이 처절하게 느껴져서 더 슬프네염
직장을 잃고 나서부터는 좀체 차 안에서 조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도대체 한시라도 마음 편히 잠 속에 빠져들 수가 없는 것이다. 잠들어 있는 저 사내 또한 어느 날 갑자기 달콤한 잠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추락하는 일은 날아오르는 일보다 훨씬 간단하다. -p40 정상에 오르는 일은 힘들지만 그것이 허물어 지는 건 정말 한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은 연예인들을 보면 제일 쉽게 알 수 있다. 탑스타가 되기는 힘들어도 순간의 잘못이나 구설수 등으로 한 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보곤 하니깐요. 입을 열기 위한 안간힘은 오늘 하루도 계속되었다. -p57 영업사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진만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결국은 첫 입을 떼는 순간을 맞이하고 촛대를 팔아낸다. 불씨라는 제목은 이 첫입을 떼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불꽃을 피우기 위한 불씨…
누군가의 불씨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짐꾼 아저씨처럼요!
그러한 말들이 단순한 인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해도 사실 다른 도리는 없었다. 여태껏 볼펜 글씨나 적어대고 도장 찍는 일쯤에나 익숙해 있는 희고 길다란 손가락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력서 용지를 앞에 놓고 자신의 지나온 삶을 적는 일뿐이었다.
원미동 사람들 불씨 / p47, 양귀자 지음
무력감. 그는 6년을 일했던 경력도 대학에서 공부한 학력도 어디 하나 쓸대 없다 느꼈을 것이다. '이력서에 남아 있는 넓은 자리의 여백'은 생계를 위해 바쁘게 살아온 자신의 지난 날도 한 없이 초라하게 보였을 것이다. 내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의사, 변호사는 아니더라도 자격증을 하나 따 놓을 것을... 후회가 밀려오지만, 지금도 나는 책이나 읽으며 감상을 적는 일이 하루의 주된 일과가 된 삶을 살고 있다. ㅜ.ㅜ
저희도 모이면 그런 얘기 많이 해요ㅠㅠ 사무직은 늙어서 밥벌이가 안 된다ㅠㅠ 기술이 있어야 한다 ㅠㅜ 내꺼를 해야 한다.. 하고 ㅠㅜ
급공감 ㅎㅎ 건강에 결핍이 와서 30년 직장을 급하게 떠나게 되니 더 그런듯.. 삼실에 미련은 진정 없지만... 삶을 꾸리는것에 나만의 철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생의 시간을 좀 보내고나니 진정 중요한게 무언가 자꾸 생각이 들어요
책읽기 일정대로면 오늘까가 3.마지막땅 인듯 하네요 땅에대한 애착이 강한 강만성 노인 강노인의 땅에 대한 집착은 인간삶의 기본에 진심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만 잘 살려는 욕망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함이 고집세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늙은이처럼 그려지는것에 안타깡웠어요 우리네 부모님세대들의 강한 욕망 내 땅 한평 소유해서 농사지어보고 픈 그 욕망 그것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원동력이된게 아닐까요 마지막 문장 "암만해도 물한통쯤은 져 날라 우선 이것들 목이나 축여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생명사랑에 진심이 느껴져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보았네요
마지막 남은 땅에 대한 애착은 어쩌면 내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해마다 씨뿌리고 수확하여 거두는 것 뿐이어서 이지 않을까? 자식들은 컸다고 내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집에 있는 돈이나 탐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남은 땅에 농사지으며 수확하는 일이니 더 고집을 피우며 팔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닐까? “자식 농사는 포기한 지 오래지만 해마다 씨를 뿌리고 수확을 거두는 재미만큼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그였다.” - p98 이 문장에서 노인이 조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집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남은 자신의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그랬던 것 같다.
이른 봄의 아욱국 맛이 좋아서 한 고랑에다 비닐 씌워 아욱을 키워봤더니 봄가뭄 속에서도 푸르게 잎이 올라 강노인은 비닐에 구멍을 내주면서 그 여리디여린 이파리에 손을 대보았다. 내다 팔 것은 못 되고 아들네 집으로 해서 두루 나누어 먹으면 그뿐, 뽑아낸 뒤에 이 고랑에는 다시 상추와 쑥갓씨를 뿌려서 두고두고 솎아 먹으면 좋을 것이었다.
원미동 사람들 마지막 땅 / p87, 양귀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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