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D-29
마지막 남은 땅에 대한 애착은 어쩌면 내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해마다 씨뿌리고 수확하여 거두는 것 뿐이어서 이지 않을까? 자식들은 컸다고 내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집에 있는 돈이나 탐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남은 땅에 농사지으며 수확하는 일이니 더 고집을 피우며 팔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닐까? “자식 농사는 포기한 지 오래지만 해마다 씨를 뿌리고 수확을 거두는 재미만큼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그였다.” - p98 이 문장에서 노인이 조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집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남은 자신의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그랬던 것 같다.
이른 봄의 아욱국 맛이 좋아서 한 고랑에다 비닐 씌워 아욱을 키워봤더니 봄가뭄 속에서도 푸르게 잎이 올라 강노인은 비닐에 구멍을 내주면서 그 여리디여린 이파리에 손을 대보았다. 내다 팔 것은 못 되고 아들네 집으로 해서 두루 나누어 먹으면 그뿐, 뽑아낸 뒤에 이 고랑에는 다시 상추와 쑥갓씨를 뿌려서 두고두고 솎아 먹으면 좋을 것이었다.
원미동 사람들 마지막 땅 / p87, 양귀자 지음
아직 땅 한 평 가져본 적 없지만, 강노인의 땅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보며 강노인이 끝까지 땅을 팔지 않길 응원했습니다. @수기야 님의 말씀처럼 강노인에게 땅은 평생 자신이 노력한 만큼 그대로 보상을 해주는 유일한 대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식 농사도 포기'하고 마누라도 자기 편이 아닌 상황에 땅 만은 자신에게 유일하게 정직하게 대해준 대상이었을 테니까요.
@지구반걸음 @수기야 @STARMAN 제가 주말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챙기지 못했습니다 ㅠㅠ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지구반걸음 @수기야 <마지막 땅>은 읽는 내내 자식이 원수라는 말만 생각 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마지막 땅」과 「원미동 시인」, 「한 마리의 나그네 쥐」까지 몰아서 읽었네요^^; 교과서에 실렸던 부분이 「원미동 시인」이었네요. 5. 「한 마리의 나그네 쥐」 p.120 붐비는 사원 식당에서, 혼잡하기 짝이 없는 도심의 거리에서 때때로 그는 치솟아오르는 구토증에 시달렸다.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 있다가 누군가 큰 소리로 부르기만 해도 울컥 짜증이 솟았다. -> p.120-121을 보면 사내는 번아웃에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 시절엔 공황장애라는 말이 없었을 테니, 그저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깝네요. 도움을 구할 수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없어 산 속에서 혼자 사라져가야 했던 점도 짠하고요...
무리지어 몰려오는 인간들이 단지 무리 속에 섞여 있다는 조건만으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그는 알고 있었다.
원미동 사람들 p.124, 양귀자 지음
마른가지로 자기 몸과 마음에 들이는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는 순교자같다.그러나 다시보면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고 싶어하는 순교자같다...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박해받고픈 순교자... 많은 의미를 담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123 어른들은 알고보면 하나밖에 모르는 멍텅구리 같을 때가 종종 있는 법이다. 진정한 어른, 참 인간이어야 하는데 그 길이 쉽지 않는 걸 알아서 아예 가기를 시도조차 안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스스로를 돌아보게합니다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가?
좋은 어른이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나 하나 책임지고 챙기기도 벅찬 세상에서 어른의 역할을 한다는 건, 쉽지 않죠 ㅠㅠ 그저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피해주지말자! 그거 배려잖아요 그게 얼마나 큰 행동인데요! 어른입니당 !
오후가 되면 학생들의 하교길을 종종 보게됩니다 하하호호 무엇이 그리고 신나는지... 슬며시 다가가 귀를 쫑긍하게됩니다. 무슨대화를 하는지하고서... 알아들을 수도 없는 용어들이고 거친 말도 종종 오가지만 그 환한 웃음은 자꾸만 보게 됩니다 나도 갖고 싶어서, 뺏어오고 싶은 욕심 마저 들곤 합니다 그런데 시간을 더 보냈다고 어른인양 자꾸만 어른말을 무작정 하려는 건 진정 헛된 아집이다! 싶어요
몽달씨가 구깃구깃한 종이쪽지를 내게로 내밀었다. 아주 슬픈 시라고 말하면서. 시는 전혀 슬픈 것 같지 않았는데도 난 자꾸만 눈물이 나려 하였다. 바보같이, 다 알고 있었으면서.... 바보 같은 몽달씨....
원미동 사람들 원미동 시인 / p126, 양귀자 지음
몽달씨가 건낸 '아주 슬픈 시'가 무엇이었을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몽달씨가 아예 기억상실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슬픈 시를 외웠을 몽달씨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저도 눈물이 나려 했습니다. 몽달씨! 김반장에게 그 시를 읊어주세요. '너는 (나더러) 개새끼, 개새끼라고만 그러는 구나....'
알면서도 모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야 할 때가 더 슬프죠 ㅠㅠ
나무둥치에 붙어버린 몸이 떨어지지 않아서, 문갑 위의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어서, 또다시 밤이 찾아와 버린 것을 믿을 수 없어서, 마침내 그는 숲 가운데 홀로 남아 흐느껴 울었다.
원미동 사람들 한 마리의 나그네 쥐 / p155, 양귀자 지음
「한 마리의 나그네 쥐」는 1986년 8월 [문학사상]에 실린 글이라는데, 원미산 장대봉으로 들어가 버린 '그 사내'의 이야기는 2024년 지금 그 누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사내를 만나본 사람도,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지만 그의 이야기가 지금도 공감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고 소모되는 인간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중에는 임씨 역시 맨션아파트에 살게 되고 달걀 프라이쯤은 역겨워서, 곰국은 물배만 채우니 싫어서 갖은 음식 타박에 비 오는 날에는 양주나 찔끔거리며 사는 인생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천 번 만 번 참는다고 해서 이 두꺼운 벽이, 오를 수 없는 저 꼭대기가 발밑으로 걸어와주는 게 아님을 모르는 사람이 그 누구인가.
원미동 사람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 p195, 양귀자 지음
되지도 않는 로또를 사고, 푼돈이라도 아껴보겠다며 아등바등 하는 나의 삶이 부질없게 느껴졌습니다. 내 삶도 임씨와 별반 다르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에 저도 오늘은 술 한잔 해야겠습니다.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는 걸 알고 있을 땐... 위로의 말도 차마 나오지 않는 그런 순간이 생기는 것 같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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