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D-29
인간답게라느니 진실이 어쩌구 하는 고상한 낱말들을 멀리하면 훨씬 편안하다는 것을 깨닫긱까지 절망은 깊고도 아득했다.
원미동 사람들 p.242, 양귀자 지음
저도 이 문장 너무 공감했어요, 요즘 쇼펜하우어 관련 책들이 뜨는 이유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오는 피곤함들을 잘 짚어주고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각막을 통해 들어오는 세상과 렌즈속의 세상,두가지는 거의 언제나 그의 내부에서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원미동 사람들 p.240, 양귀자 지음
아내는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점차 그에게 맞서고 있는 느낌이었다. 긴 머리칼을 매만지던 연애 시절의 추억쯤은 잊었는지, 그렇게도 긴 머리로 기르라고 성화를 대었건만 짧게 잘라서 오그라 붙여놓은 퍼머도 마뜩지 않았다. 미적 조화는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처발랐다는 것만 시위하는 제멋대로의 화장 솜씨를 보노라면 서른네 살의 늙지도 젊지도 않은 모호한 나이의 아내가 무엇을 꿈꾸는 여자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이미 예전에 그가 알아왔던 아내가 아니었다.
원미동 사람들 찻집 여자 / p241, 양귀자 지음
갓 상경했을 때의 엄청난 두려움이 사라지고 나자 다음에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절망감으로 시달렸다고 했다. 인간답게라느니 진실이 어쩌구 하는 고상한 낱말들을 멀리하면 훨씬 편안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절망은 깊고도 아득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녀는 점차 아등바등한 삶이 지져워졌다고 했다.
원미동 사람들 찻집 여자 / p242, 양귀자 지음
저도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상경 따위 하지 않고.. 부모님과 걍 고향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뒷면의 너절한 주소란이 보기 싫었던 게지. 떠돌아다닐 때마다 족쇄처럼 발을 묶어놓던 주소지를 지우고 싶었던 거라고 그는 짐작했다. 언젠가 그녀가 말했었다. 원미동 23통이 마지막 주소였으면 좋겠다고. 다른 낯선 곳으로 떠나기에는 기운이 모자란다면서 시들하게 웃기도 하였다. ..... 여자도 아마 같으리라. 어딘가를 향해 매일매일 떠났다가 실패하고 다시 떠나고 또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떠나온 곳이 원미동 23통이 아닐까. 한 사람에게는 멍에 같은 곳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내일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원미동 사람들 찻집여자 / p255, 양귀자 지음
@지구반걸음 님 말씀처럼 <찻집여자>를 읽고 씁쓸해 지는 건 엄씨도, 엄씨 부인도, 찻집여자 홍주희도 누구하나 '행복'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간판에서 떨어진 'ㄱ'을 찾는다고 행복해 지는 건 아니겠지만, 'ㄱ' 찾기를 포기하고 가게로 들어오는 엄씨를 보며 제 마음에도 억센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러게요... 투영되어 흐릿하게보이는 모습이 바로 나자신이겠지요 그래서 반감아닌 공감을 하는... 긴 여운을 남기는 ...
그믐에 '좋아요' 버튼이 없는 것이 아쉽네요. 말씀 참 좋습니다.
9.지하생활자 다시 읽어도 기생충 영화 생각이 너무 납니다 가족이 모여 피자상자를 접으며 나누는 대화 배우 송강호님이 대사를 하던 표정 "넌 계획이 다 있구나 " 가격이 저렴한 지하방이라 화장실이 사용이 힘든 상황 참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하더니... 안타까움을 넘어서 불공평한 삶에 화가 납니다 사회적 해결이 절실하지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문제지요 ... 끝부분의 '지하생활자들만의 냄새'란 표현이 팍팍한삶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듯 합니다
이상한 일이었다.주인여자를 향해 솟구치던 적개심은 어느 순간 먼지처럼 날아가버렸다.이제는 미워할 대상도 사라져버렸다는,집주인을 잘못 만난 자신의 재수없음을 어쩔것이냐는 생각이 그를 쓸쓸하게 만들 뿐이었다. p.328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지하의 자기 방과 다를 바 없는 동굴같은 102호의 모습을 그는 보고 또 보았다.
원미동 사람들 p.329, 양귀자 지음
<일용할 양식>은 매우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들 배불러'지는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제가 늘 새우의 입장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김반장과 경호아버지도 실상은 '새우'의 입장인 사람들임을 생각하면, 먹고 살기 힘들어 벌어진 이 일들이 '웃픈' 현실 같아 보입니다.
지하의 방 한 칸이 그의 처지에는 딱 맞았다. 그는 지하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지상으로 올라갈 날이 있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지하의 방 한 칸도, 지하의 일자리 하나도 목숨처럼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의 소망은 그저 일하기 위해 먹은 밥이었으므로 응당 자유롭게 배설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아주 소박한 것이었다.
원미동 사람들 지하 생활자 / p315, 양귀자 지음
이리도 절박한 일상이 있을까 싶습니다. 눅눅하게 곰팡이가 피어나는 지하 방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 새벽에 깨어 여기저기 배설을 구걸해야 하는 일상이라니요... 이러한 일상을 사는 사람의 소망 또한 자유롭게 배설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소박하기 그지 없는 것이라니, 화가 납니다.
눈물주머니를 달고 살았던 그때, 턱없이 세상을 무서워하면서 또한 끝도 없이 세상을 믿었던 그때의 이야기들은 매번 새롭게 읽혀지고 나를 위안했다. 소설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가 자기가 쓴 소설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 깊은 밤 한창 작업에 붙들려 있다가도 마음이 편치 않으면 나는 은자가 나오는 그 소설을 읽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자꾸만 뒷걸음쳐서 달려가면 거기에 철길이 보였다.
원미동 사람들 한계령 / p347, 양귀자 지음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부천으로 옮겨와 살게 되면서 나는 그런 삶들의 윤기 없는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었다. 딱히 부천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부천 사람이어서 그랬을 것이었다. 창가에 붙어 앉아 귀를 모으고 있으면 지금이라도 넘어져 상처입은 원미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또 넘어지는 실패의 되풀이 속에서도 그들은 정상을 향해 열심히 고개를 넘고 있었다. 정상의 면적은 좁디 좁아서 아무나 디딜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엄연한 현실도 그들에게는 단지 속임수로밖에 납득되지 않았다. 설령 있는 힘을 다해 기어올랐다 하더라도 결국은 내리막길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수긍하지 않았다. 부딪치고, 아등바등 연명하며 기어나가는 삶의 주인들에게는 다른 이름의 진리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인생이란 탐구하고 사색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몸으로 밀어가며 안간힘으로 두들겨야 하는 굳건한 쇠문이었다. 혹은 멀리 보이는 높은 산봉우리였다.
원미동 사람들 한계령 / p.350, 양귀자 지음
한계령을 마지막으로 <원미동 사람들>을 완독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 순위에 양귀자 작가님을 상위에 랭크 시켜봅니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이리도 정감있게 그러나 사실적으로 거기에 희망을 놓치지 않고 풀어낼 수 있을까요. 읽는 내내 마음이 쓰리기도,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몸으로 밀어 삶을 지탱하는 힘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일정에 맞춰 완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열어 놓고 열심히 참여를 못했지만, 스타맨님 올리시는 글들 보면서 같이 공감하고 있었습니다ㅠㅜ 다음엔 좀 더 파이팅을 해보겠습니다!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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