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D-29
지방 소도시에 사는 사람이라 서울살이에서 경기도민으로 사는것에는 이야기로만 들었네요 그런데 그 느낌은 조금 알듯은 해요 동일 시 내 에서도 중심부인지 외곽지인지에 따라 이사하는 마음이 다르니까요... 이사는 설렘과 힘듦이 늘 함께 하는 듯 합니다 학생때 이사할때면 새로운 것들이 하나씩 생겨서 마냥 좋았어요 책상이 생기고 내 방이 생기고 영어공부 테이프와 카세트녹음기가 생기고 ㅡㅡㅡ 헉! 완전 구시대 유물 이야기네여ㅡㅡㅡ 또 옷장이 생기고 ㅎㅎ 이사를 할 때면 하루전에 엄마가 항상 부엌에 솥을 가져가 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어 공부 테이프 오랜만에 듣네요ㅎㅎ 그 위에 라디오 녹음해 버린 일들 한번씩 있지 않으신가요ㅎㅎ
거기까진 못하고 공테이프로 ㅋ
p24 이제 막 새로 시작하는 모습이었다가도 어느 순간 적잖이 훼손되어버린 노쇠한 모습으로 겹쳐보였다 출발과 마멸이 같이하고 있는 낯선도시의 어디쯤에서 그들은 첫 추위때문에 입술마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삶이 이런것 아닐까싶어요 어디가에 소속됨도 그럴테지요 너무 삶의 모습을 문장으로 요약한 느낌에 씁쓸한 겨울바람이 느껴집니다
p29 집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는사실.. 여전히 계속된 생각이 아닐까요? 요즘은 여기에서 조금 확대되어 돈! 경제적 성공만이 목표가 되어버린것 같아요 공감 과 배려는 점점 희귀한 단어로 전략되어가는것 같아서 슬퍼지네요
그래도 다행인 건 책으로 얽혀서 만나는 분들은 확실히 공감과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p. 26 그렇다면 이 경우에도 집과 희망은 동의어인가. 그는 대답을 찾지 못하였다. 아니 쫓겨가는 것은 아니다, 하고 거듭 생각하기는 하였다. p. 그러나, 도처에 희망은 널려 있었다. 단지 그를 위한 희망이 아닐 뿐이었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이 있기는 하였다. 십구일이 지나면 때로 일요일이 오는 것이고 보너스를 탈 수 있는 날짜가 닥쳐오기도 하는 법이다. 서울에서 집을 갖지 못하고 희망 없이 살았다고 하면서도 쫓겨가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생각한다는 마음과 그를 위한 희망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위안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이 좋았습니다. 일요일을 기다리고 보너스 날짜를 기다리는 게 너무 공감되기도 하고요ㅎㅎ p. 29 아내는 이제 흠집에조차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을 만큼 지쳐 있을지도 모른다. 아내에게 장롱이라는 의미가 내게는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물건은 생각나지 않다가 사회생활을 하며 겪은 일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직장을 옮기고 처음에는 모든 일을 잘 하고자 열심히던 모습에서 몇 번의 실패 아닌 어려움을 겪으며 소극적으로 변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던… 처음과 같은 상황에 있을 때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갔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내가 많이 지쳐있었구나’하고 짧게 위로를 얻게 되네요. 그리고 이러한 마음에 새겨진 흠집들을 통해 또 다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면이 생겨 감사하기도 하고요. 상황에 순응한 저의 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을 느껴 이야기해봅니다.
월급날과 일요일 얘기에서 시간을 뛰어넘는 직장인 공감을 했습니다ㅎㅎ
[원미동 사람들]을 함께 읽어 보기로 한 이유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과 같은 웃음과 감동의 이야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 맛있는 김치볶음밥이라면 [원미동 사람들]은 처음부터 푹 익은 묵은지 같은 느낌입니다. 장롱 옆구리에 난 생채기가 머지않아 세월의 또 다른 무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세상 살이에 온갖 생채기를 입고 그것을 견디고 보듬으며 살아낸 은혜네 가족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게 합니다. p.9 올망졸망한 것들이 으레 그렇지만 밝은 곳에 드러난 자신의 남루한 세간들을 보는 일은 언짢았다. 이곳저곳에서 비죽이 드러나는 가난한 생활의 소도구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 역시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p. 36 그는 이렇게 하여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遠美洞)의 한 주민이 되었다. 트럭이 멈추자 맨 처음 고개를 내민 것은 강남부동산의 주인 영감이었고 이어서 어디선가 꼬마가 서넛 튀어나와 트럭을 에워쌌다. 미장원집 여자는 퍼머를 말다 말고 흘낏 문을 열어보았다. 지물포집 사내도 도배일을 나가다 트럭이 멈춘 것을 보았다. 연립 주택의 이층 창문으로 나타난 쾡한 눈의 한 청년도 트럭이 짐을 푸는 것을 지켜보았다. ps. 포장이사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감사합니다.
김볶과 묵은지 비유, 찰떡 같아요~
그렇기에 이렇게들 모이는거겠죠 맘이 끌리는 곳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것! 넘넘 행복하네영
세월의 눈금이나 줄자의 눈금이나, 바라다볼 때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원미동 사람들 P13, 양귀자 지음
제가 그믐은 처음이라
세월의 눈금이나 줄자의 눈금이나, 바라다볼 때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p13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에 공감했어요. 그리고 이사전에 아이들 키재던 선이 그대로 남아있던 모습이 생각났구요. 이 책을 읽으며 제가 합가하던 때가 생각났어요. 두 집 살림이 합해지니 버려야 할 것들이 더 많더라구요. 신혼 살림을 거의 버리고 왔던 기억이 났어요. 친정부모님이 해주신 물건인데 가져오지 못함이 너무 마음 아프더라구요. 멀고 아름다운 동네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들더라구요. 자신의 집을 사서 이사를 하는 건데 왜이리 슬픔이 느껴지는지… 서울이란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과 추운 날씨와 만삭의 아내…이 모든 설정이 내집을 사서 이사하는 즐거움보다 더 크게 다가와서 그런지 모르겠네요.
'멀고 아름다운 동네'라는 제목도 '멀고'에 더 방점이 찍히게 되는 것 같아요. 서울 집값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한겨울에 노모에 만삭 아내, 어린 딸을 이끌고 부천으로 쫓겨 가는 가장의 마음이 짠하네요ㅠㅠ
실눈 속에 감추어진 작은 즐거움을, 실눈을 뜰 필요조차 없이 완벽한 생만으로 일관된 자들이 알 턱이 있겠는가.
원미동 사람들 p.25, 양귀자 지음
올망졸망한 것들이 으레 그렇지만 밝은 곳에 드러난 자신의 남루한 세간들을 보는 일은 언짢았다. 이곳저곳에서 비죽이 드러나는 가난한 생활의 소도구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 역시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p.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누군가에게 무엇을 판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ㅠㅠ 2. 「불씨」 p.29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켜온 그 슈퍼맨 놀이 때문에 어제는 또 남의 항아리를 깨뜨려놓았다는 아내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 어릴 땐 왜 그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게 재밌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무릎 관절이 다 아픈데요ㅎㅎ 옛날 아파트에 있었던 쓰레기가 떨어져 모이던 저곳 위에서도 그렇게 뛰어내렸던 기억이;; 추억추억하네요ㅎㅎ
즐겁게 노는 아들을 보고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고 자신의 처지를 더 비관할 뿐인 아버지의 모습에 혀를 차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두 사람의 대비 때문에 더 마음 아픈 글이었던 것 같아요. 아빠도 날 수 있다며 날갯짓을 해보라는 말에 얼마나 속이 쓰릴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떠오르겠다는 아들과 가라앉기만 하는 남편 사이의 엄마 속도 그렇고요.
열심히 뛰어내리는 연습만 해나간다면 날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고 있는 아이였다. (...) 아이는 자꾸자꾸 날아오르고, 그는 점점 침몰하여 드디어는 가라앉고야 마는 게 아닐까.
원미동 사람들 (살림 출판사 버전) 40쪽, 양귀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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