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D-29
몽달씨가 구깃구깃한 종이쪽지를 내게로 내밀었다. 아주 슬픈 시라고 말하면서. 시는 전혀 슬픈 것 같지 않았는데도 난 자꾸만 눈물이 나려 하였다. 바보같이, 다 알고 있었으면서.... 바보 같은 몽달씨....
원미동 사람들 원미동 시인 / p126, 양귀자 지음
몽달씨가 건낸 '아주 슬픈 시'가 무엇이었을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몽달씨가 아예 기억상실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슬픈 시를 외웠을 몽달씨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저도 눈물이 나려 했습니다. 몽달씨! 김반장에게 그 시를 읊어주세요. '너는 (나더러) 개새끼, 개새끼라고만 그러는 구나....'
알면서도 모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야 할 때가 더 슬프죠 ㅠㅠ
나무둥치에 붙어버린 몸이 떨어지지 않아서, 문갑 위의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어서, 또다시 밤이 찾아와 버린 것을 믿을 수 없어서, 마침내 그는 숲 가운데 홀로 남아 흐느껴 울었다.
원미동 사람들 한 마리의 나그네 쥐 / p155, 양귀자 지음
「한 마리의 나그네 쥐」는 1986년 8월 [문학사상]에 실린 글이라는데, 원미산 장대봉으로 들어가 버린 '그 사내'의 이야기는 2024년 지금 그 누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사내를 만나본 사람도,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지만 그의 이야기가 지금도 공감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고 소모되는 인간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중에는 임씨 역시 맨션아파트에 살게 되고 달걀 프라이쯤은 역겨워서, 곰국은 물배만 채우니 싫어서 갖은 음식 타박에 비 오는 날에는 양주나 찔끔거리며 사는 인생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천 번 만 번 참는다고 해서 이 두꺼운 벽이, 오를 수 없는 저 꼭대기가 발밑으로 걸어와주는 게 아님을 모르는 사람이 그 누구인가.
원미동 사람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 p195, 양귀자 지음
되지도 않는 로또를 사고, 푼돈이라도 아껴보겠다며 아등바등 하는 나의 삶이 부질없게 느껴졌습니다. 내 삶도 임씨와 별반 다르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에 저도 오늘은 술 한잔 해야겠습니다.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는 걸 알고 있을 땐... 위로의 말도 차마 나오지 않는 그런 순간이 생기는 것 같아요ㅠ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는 유명한 말이 『원미동 사람들』에 수록된 작품명이었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네요~ 6.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p.158 우리 몸뚱이는 이미 삭았어. 술에 삭고 눈치에 삭고 같잖은 지식에 삭고. 숟가락 들어올리는 일도 귀찮은 몸이야, 나는. -> 작품의 포인트는 아니지만, 전 이 문장이 너무 와닿았어요. 앞자리가 4자로 바뀌면서 체력이 급격히 딸리더라고요. 뭘 하나 시작하려고 할 때 돈과 시간도 문제지만 체력이 달린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ㅠㅠ 7. 「방울새」 -> 지금도 그렇지만, 작품이 발표된 1985년에는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더없이 힘든 일이었겠죠. 경제적, 체력적 이유도 그렇지만 주변의 시선과 입방아를 견디는 일이 여성들을 더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들었을 것 같아요. 사회적 분위기도, 제도도 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5.한마리의 나그네 쥐 행복사진관 이란 단어에 한석규 배우님 나오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가 떠올랐어요 사진관 묘사하는 장면이 더욱 그렇더라구요 사진관 앞에 걸려진 사진들... ㅎㅎ 둘째 돌사진 찍는다고 간 사진관에서 첫째가 배우얼굴이라고 계속 첫째사진을 찍어주셨는데 그 중 하나를 사진관앞에 걸어두셨던게 기억납니다 평상에서 주거니받거니 하던 대화의 주인공 그 사내 그의 삶에서 인간에게 지친 냄새가 찐하게 납니다 결국은 환멸을 맛보았을 테지요 도무지 삶을 소유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네요 숲 가운데서 홀로 남아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네요 아련함이 스며듭니다
p. 143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수많은 짐승의 무리들이 치켜올린 날카로운 발톱만을 보았다.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6.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 현장에서 몸을 움직여 사는 삶 노동의 현장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감히 말을 꺼내선 안된다고 봅니다 짐작으로, 어디선가 묘사된 문장으로는 알 수 없는거니까 '노가다'라는 집합명사 속 많은 구성체 그 구성체 로 살지말라고 부모님들은 교육을 시켰지요 교육!이란 것을 빛나는 보석이 되는 마법으로 믿고 계셨으니까... 그건 마법이 아니라 어쩌면 독약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을 보면은요 ... 아무튼 우리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땀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비오는 날에 가리봉동에 가서 떼인 연탄값을 받아야하는데 ,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 어쩌지? ㅜㅜ
p.183
원미동 사람들 이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분석력, 습관화된 늘어진 엿가락 같은 생각의 실타래때문에 머리가 , 양귀자 지음
무거운거라고 그는 머리를 흔들어대기도했다.그러면서도 생각은 어쩔수없이 또 꼬리를 문다.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7.방울새 "다섯 살짜리 무거운 아이를 업고서 윤희는 피곤한 등허리를 내보이며 걷고 있다. 그녀는 손을 쳐들어 눈두덩을 짓누른다. 아직 눈꺼풀의 경련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그녀는 연신 눈두덩을 짓누르고 있다." 지치고 힘든 삶이지만 그것을 살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 각자의 방법대로 몫을 다하는 것 표현된 문장이 모든걸 말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미미한 것만으로도 족히 견디어 낼 힘을 얻는다. 우리네 삶이 그런건가 보다 이세상의 썩고 있는 쓰레기들, 막혀 있는 시궁창은 분명 치워야하고 , 더디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말고 투명하게 방울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는 세상은 올 것을 믿어봅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평등하게,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p.202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인간이란 이름때문에 노출되고 공격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 사회에서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벌레가 되는 것임을 알기에도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p.204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말이란 한 번만 눈 딱 감고 시작하면 실타래에서 풀려나오는 명주실처럼 길고도 질기게 계속될 것이었다. 한 번만 입을 열어 모음과 자음을 발음한다면, 한 번만 부리를 벌려 방울 소리를 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히 견디어낼 것 같았다.
원미동 사람들 방울새 / p225, 양귀자 지음
동물원에 나들이를 나온 엄마와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힘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더위, 냄새, 떼 쓰는 아이들, 맥락 없이 나오는 과거와 꿈의 이야기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동물원과 다르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던 것인지 알 수 있다면 바로잡기라도 할텐데,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들 처럼, 그녀와 윤희도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수 밖에 없어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동물원을 가는 게 즐겁지 않아지더라고요.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짠하게만 느껴지고요. 우리 안의 동물들, 미아센터의 아이들, 그리고 두 주인공의 삶까지.. 다른 듯 닮은 모습에 안타까운 챕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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