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디언 모집] 같이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읽습니다.

D-29
29일 동안 『아우스터리츠』를 함께 읽어봅니다. 총 300페이지 분량을 3번으로 나누어서 읽으려고 합니다. 임의로 나눈 구분이고 중간 점검으로 생각해주셔도 좋습니다. 각 시기가 끝날 때마다 [#소감] 말머리를 달고 짤막한 소회를 남길까 합니다. 같이 읽어가면서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을 가감없이 얘기해보았으면 합니다:) 심지어 읽지 않아도 한마디씩 해주셔도 좋고, 다른 샛길로 빠져도 좋습니다. 관련된 다른 영상, 음악, 자료를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1차: 09/10-09/18 2차: 09/20-09/28 3차: 09/30-10/09 인원과 관계없이 22/09/10에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제발트의 책을 처음 읽습니다.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전체 페이지 보기 설정을 이리저리 바꿔서 302페이지로 만들었어요. 종이본 책과 분량이 다를 텐데, 대략 100페이지씩 나눠서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연휴라서 늦었습니다. 저도 오늘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하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차 시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읽을 때 문장이 매우 길고 이국의 지명이나 고유명사가 많아서 버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번 읽으면서 책으로 들어가려는 입구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일단 한번 작가가 말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꽤 읽을만(?)해 지더군요. 기존의 독서 경험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할 듯합니다. 아주 천천히 읽어봅시다. '굳이 이렇게 왜 써야만 했을까?' 하나씩 생각하면서 마치 필사를 하듯, 매우 천천히 읽다보면 아마 재미를 찾으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흔히 말하는 페이지 터너는 아니지만, 곱씹어서 읽다보면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읽기 시작합니다! 다시 읽으려니 두근거리네요. 즐겁고 새로운 독서 경험을 해보시기를:)
KCI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만한 논문을 발견해서 알려드립니다. (임석원, <제발트에서 나타나는 기억이미지와 알레고리적 역사서술>)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603926
@russist 님 논문소개 감사합니다. 이제야 들어와서 죄송해요. 1회 독은 주중에 마쳤는데, 한 번 더 읽고 오려다보니 늦었습니다.
[#1차 시기 ~116P] 가볍게 읽은 인상을 공유해봅니다. 전체 구성이 친절한(?) 인상은 아닙니다만 내용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선택이었습니다. 약표제 이후의 일러두기가 없고, 본문의 주석도 후주로 다 빠져있으며, 본문에서도 인물의 대화와 화자의 진술 사이에 따옴표도 없어서 정신 놓고 읽고 있으면 누구의 말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생소한 지명이나 고유명사가 빈번해서 읽기가 쉽지 않으며 이따금 역사적 사실을 기술한 논픽션 같기도 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왜 역사연구서가 아니라 이야기 문학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제발트는 이렇게 답변했다고 합니다. "역사연구서가 해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집단적 역사진행의 메타포 또는 알레고리를 생성해 내는 일이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의미심장하게 읽은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1차 시기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russist 처음 읽으면서, (당연히) 어리둥절했습니다. 차근차근 읽어가면서 든 첫 질문은 왜 1인칭 화자가 아우스터리츠가 아닌가라는 문제였어요. 왜 화자가 아우스터리츠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서술될까? 그런 의문을 품고 읽어갔습니다. 분명 소설로 알고 있는데,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실들과 간간이 나타나는 흑백의 자료-물론 저자가 삽입을 결정한 이미지-로 인해 혼동이 일어나도록, 즉 이런 혼동을 작가는 원했을 텐데요. 아마도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처럼, 역사적 사실의 연구서와 혼동되는 소설로 독자가 읽기를 바랐나 싶었어요. 그런데 위에 russist님이 올려주신 인용문 "역사 연구서가 해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와 그 다음 문장을 읽으니 작가의 의도를 약간 알아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서술하는 화자와 회상을 통해 등장하는 인물 아우스터리츠, 이 두 사람의 의견, 기억, 삶의 경험 등이 서술되면서 둘은 어쩌면 한 사람의 두 자아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는 이전에 제발트에 대해 자세히 몰랐고,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 서점의 소개 정도만 검색해봤을 뿐입니다. 그런데 작가의 자전적 삶과 두 인물의 삶의 배경에서 유사점이 보여서 재밌었기도 했고요. 무척 밀도가 있는 문장들에 독특한 한 개인, 그러니까 타인과 구별되는 한 인간의 내밀한 기억들이 마치 자동연상처럼 (맥락 이탈한 듯)이어지는데, 이러한 서술이 나중에 중심의 핵 주변에서 소용돌이 치던 것들이었다고 깨닫게 되리라는..(믿음)을 갖고 후반부도 읽어보겠습니다. 밀리의 서재로 100페이지를 읽었는데, 출간본하고 어떻게 다른지 몰라서 일단 100페이지 즈음에서 끊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중간 중간 들어와서 의견을 덧붙이도록 노력할 게요. 알려주신 논문도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해요.
넵넵 참고로 전체 페이지 분량은 315페이지더군요. 참고 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한 인물의 두 자아 같다는 감상은 저도 공감합니다. 소설에 대한 통념(?)을 벗어난 소설인데, 이는 20세기 동년배의 작가들처럼 '홀로코스트 이후'에 전과는 다른 글쓰기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1인칭화자가 왜 아우스터리츠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한 결과가 어쩌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이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 제임스 우드의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읽다가 제발트가 소설의 인칭에 대해서 언급한 대목을 공유해드립니다. "사람들은 '종교라 불리는 저 거대한 좀먹은 음악적 융단이 한물간 만큼이나 전지적 작가 시점이 한물갔다'고 여긴다. 제발트는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화자 자신이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 소설 쓰기란 매우,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사기의 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화자가 자기 자신을 텍스트 안에서 무대담당자이자 연출자, 판사이자 집행자로 내세우는 그 어떤 형식의 작가적 글쓰기도 어쩐지 용납되지 않아요.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도저히 읽어내지 못하겠어요.' 제발트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을 거론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정해진 예의범절의 기준이 있는 세상을 거론하는 거지요. 규칙들이 명료하고 어디부터가 위반인지를 알 수 있는 세상이 존재한다고 전제한다면, 그 맥락 안에서는, 무엇이 법칙인지 알고 특정 질문들에 대해 답을 아는 화자가 되는 것이 정당성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확실성을 역사 전개과정에서 잃어버렸으므로, 이런 문제들과 관련된 자신의 무지와 미흡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아가 그게 걸맞는 방식으로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임스 우드,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5-16쪽) 아마 제 생각에는 모든 것을 관장하고 까마득한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버리고, 역사 전개 과정 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라면, 소설의 화자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소설의 아무 부분이나 펼쳐서 읽으면 그것은 3인칭으로 쓰여진 소설처럼 보입니다만, 전체적인 구도로 보았을 때 그건 '나'의 서술임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아마 소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를 꼽으라면 ",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를 꼽을 수도 있겠네요. 여튼 읽으면 읽을수록 잘 모르는 미궁을 걷는 것처럼 의아해집니다!
위에 제가 쓴 글을 읽어보니 저도 뭔가를 아는 것 같은(?)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ㅠㅠ). 그저 이런저런 사이드텍스트를 챙겨가면서 '왜 이렇게 썼을까?’ 생각하고 구글링하면서 감상하고 있으니 편하게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몇 년 전 한번 읽고 나서 늘 '다시 읽어봐야지' 마음속에 남아 있던 책인데 이렇게 같이 읽으면서 의견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네요! 좋은 밤 보내시기를😀
힐러리는 1805년 12월 2일에 대해 몇 시간에 걸쳐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모든 것을 지나치게 압축해서 묘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그가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그와 같은 날에 일어난 것과 누가 정확히 어디에 있었으며, 어떻게 죽었고, 어떻게 살아서 달아났는지, 아니면 밤이 시작될 무렵 전쟁터는 어떻게 보였는지, 부상자들과 죽어 가는 사람들이 부르짖고 신음하는 모습을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어떤 체계적인 형태로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끝없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결국 알지 못하는 것을 “전투는 이쪽저쪽으로 요동쳤다”는 우스꽝스러운 문장이나 그와 비슷하게 서투르고 쓸데없는 표현으로 요약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아우스터리츠』 (82쪽)
화제로 지정된 대화
[#2차 시기 시작합니다] 시작하자마자 맞닥뜨린, 질식할 것 같은 세부사항으로 빼곡한 문장을 함께 읽으면서 2차 시기 열겠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시간의 강변이란 무엇일까요? 유동적이고 상당히 무겁고 투명한 물의 특성에 상응하는 시간의 특성이란 무엇인가요? 시간 속으로 잠기는 사물들은 시간에 의해 한 번도 건드려지지 않은 다른 사물들과 어떤 차이가 날까요? 빛의 시간과 어둠의 시간이 동일한 원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왜 시간은 한 곳에서 영원히 정지하거나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다른 장소에서는 곤두박질을 치나요? 우리는 시간이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요, 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지구상의 많은 곳은 시간보다는 기후 상황에 의해 지배받고, 그와 더불어 수량화할 수 없는, 직선적인 균등을 알지 못하고 항상 진전하는 것이 아니라 소용돌이 속에서 움직이고 정체와 돌연한 흐름에 의해 결정되며, 지속적으로 변하는 형태로 되돌아와서 어디로 향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크기에 의해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우스터리츠』 (113-114쪽)
지난 주에 곤란한 일을 겪느라, 오늘, 지금에서야 제발트의 작품을 펼쳤답니다. 지난 번에 들어왔을 때 제임스 우드의 책을 인용하신 부분을 보고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못 찾았어요. 오늘 시간을 내서 살피다가 드디어 찾았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는데, 그때 본문에 서술된 제발트에 관한 부분을 아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지금 다시 살펴보니, 이 '화자의 불확신성'에 대해 오래 전에 제임스 우드의 책을 읽던 시기에 몰랐던 것들을 지금은 아주 조금 알게 된 기분이 드네요. 아마 이 책을 읽은 이후에 가즈오 이시구로와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등을 읽었기 때문에, 지금 경험하는 제발트의 불확실한 1인칭 서술자에 대한 신념을 알아듣게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부터 부지런히 읽으면서, 기억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들을 발견하면 여기에 기록을 남기러 오겠습니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제가 잘 몰라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읽어볼게요. 가즈오 이시구로 참 좋죠··· 개인적으로 '녹턴'이라는 단편집을 애정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 3차 시기를 9/30-10/9일로 잡아놓았는데 모임 정보를 확인하니 10월 6일에서 10월 7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마감이 되네요!
[#2차 시기: 117-220P] 읽으면서 자주 책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메모를 했어요. 만일 기존 역사가 전승자이자 영웅의 기록이라면, 아우스터리츠의 강박적일 정도로 쇄말한 기억력은 '기존 역사'라는 촘촘한 거름망이 받아내지 못하고 흘려보낸 어떤 이야기들의 여과물처럼 읽힙니다. 저는 185-187쪽에서 나치 집권 시절을 살았던 막시밀리안의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조금 길게 인용해봅니다. "그럼에도 막시밀리안은 독일 국민이 다른 사람에 의해 불행으로 내몰렸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고 베라는 말했어요, 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을 이어 갔다. 오히려 그의 생각으로는 그것은 바닥에서부터 저절로, 모든 개별적인 소망으로부터, 가족들 사이에 품고 있는 감정으로부터 매우 변태적인 형태로 새롭게 생겨났으며, 이후에는 막시밀리안이 예외 없이 미친 사람이나 게으름뱅이라고 믿었던 나치 위인들을 자신의 내적 변화의 상징적 대변자로 내세웠다고 말했단다. 막시밀리안은 한번은 1933년 초여름에 테플리츠에서의 노동 조합 집회 후 에르츠 산맥 쪽으로 얼마간 들어갔을 때 그곳의 한 음식점 정원에서 몇몇 소풍객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독일 지역 한 마을에서 갖가지 쇼핑을 했으며, 무엇보다 라즈베리 색깔의 설탕 덩어리를 부어서 만든 실제로 혀에서 녹는 하켄크로이츠 모양의 새로 나온 사탕을 샀다고 말하더라고 한 것을 베라는 기억하고 있었다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 이런 나치스 군것질거리를 볼 때 독일인들이 중공업에서부터 그처럼 몰취향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데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모든 생산 방식울 새로 조직했고, 그것도 윗사람들이 그들에게 마련해 주어서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민족의 부흥에 대한 열광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순간적으로 분명해졌다고 막시밀리안은 말했지. (···) 그와 비슷하게 막시밀리안은 후에 뮌헨의 한 영화관에서 본 대규모 제국 의회 영화에 대해서도 거듭 이야기했는데, 그 영화는 독일인들이 극복하지 못한 자신들의 굴욕감에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선택된 민족이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발전시켰다는 의구심을 강화했다는 것이지요. 경외심에 사로잡힌 관중들은 총통의 비행기가 구름산을 지나 차츰 땅으로 하강하는 것을 목격하는 증인이었던 것만은 아니지요."⏤185-187쪽 이 대목을 읽으며 역사적 비극을 둘러싼 몇 가지 통념들(?)에 의구심이 들었어요. 우리는 흔히 역사적 비극을 말할 때 몇몇 카리스마적 리더의 아집과 독선과 고집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리더들이 국가와 국민 전체를 뼛속 깊이 세뇌하면, 민초들은 그들 앞에서 고통받고 수난받으며 전쟁이나 비극으로 내몰린다는 식으로 묘사되곤 하고요. 하지만 정말 그런가? 묻게 됩니다. 권력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은 시대적 당대의 민중의 욕망이 집약되고 터져나간 아주 협소한 자리이자 상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용문에서도 알 수 있듯, 당대의 민중은 단순한 역사의 목격자인 것만이 아니라 오만한 위정자와 기묘한 공모관계를 맺는 것 같습니다. 영웅이 없는 시대는 시시하지만 영웅을 요구하는 시대는 부정하기까지 하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정치 역사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2차 시기 마무리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차 시기 시작하겠습니다 ~322P] 이 방의 종료일은 10월 6일에서 7일로 넘어가는 자정입니다. 그믐 동안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경험이 참 좋네요. 이번 한주도 잘 마무리하시길😀
[#3차 시기 ~322P]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테레지엔슈타트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오늘날 정신의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H.G.아들러가 테레지엔슈타트에 머물며 기록했던 저서를 작중 인물인 아우스터리츠가 따라 읽으며 감상을 늘어놓는 부분인데요, 259쪽부터 266쪽까지 이어지는 묘사는 단 한 문장입니다. 대체 이 장광설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찾아보니, 테레지엔슈타트라는 공간이 굉장히 특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테레지엔슈타트는 게토 수용소로서 문화예술인, 유명인, 지식인을 포함한 상류층 인사들이 모인 독특한 수용소였습니다. 당시 히틀러는 나치가 유대인을 얼마나 잘 대우하는지 선전하기 위해서 1944년 8월에서 9월까지, 테레지엔슈타트를 기반으로 한 선전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정도였죠. 당연히 수감자들에게는 여타 수용소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음식이나 의복이 제공되었고 카페에서는 관현악곡이 연주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연출된 이미지임이 후대에 밝혀집니다. 테레지엔슈타트에는 표면적으로는 아우슈비츠와 같은 가스실은 없었지만 나치의 허위 선전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궁극적으로 절멸의 수용소 이전에 잠시 들르는 기착지였습니다. 소설에서 아우스터리츠도 언급하듯, 테레지엔슈타트에는 정신의학자로 유명했던 아들러도 있었는데 아들로는 나치의 허위 선전 도구로서 테레지엔슈타트 이면의 잔인함을 놓쳐선 안 된다는 사실을 역설했다고 하네요. 소설에서 아우스터리츠는 후일 아들러가 자신의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에서 여러 개의 단어를 복합하여 만든 독일어 단어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각각의 명칭과 개념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해당 단어를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언어의 맥락 속에서 배열해보려 하는 데는 실패합니다. 나치가 테레지엔슈타트 내부에서 썼던 복합어들은 분명 특정한 현실에 대응하려고 고안한 단어겠지만, 정작 그것들은 그 쓰임과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철저히 기능적'이라는 점에서 잔인함을 감추고 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아우스터리츠는 한 단어가 현실에 대응하기는커녕 현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선전되는 것을 읽으며 아들러의 좌절을 느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이는 아들러가 허위 선전의 장소로서 테레지엔슈타트에서 직접 보고 겪은 현실을, “지극히 세부적이고 사실적인 기록”으로만 표현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강박적일 정도의 쇄말함은 재현이 불가능한 비극과 감당할 수 없는 기만성 앞에 선 당사자가 현실을 표현하는 수단은 아니었을까요. (성균관대학교출판부에서 출간한 이경분 저자의 '수용소와 음악'이라는 책에 보면 아주 잘 설명돼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링크: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905688&memberNo=1238044 )
[#아우스터리츠 마무리] 이로써 아우스터리츠를 모두 읽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공중전과 문학'으로 이어집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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