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세상의 뒷자리들에 대해 관심갖기

D-29
곧 있을 책모임에 대비하여 자세히 독서하기 위해 만들어 봅니다.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이 말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살면서 깨닫는다. 후회 없이 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우리는 후회를 예감하며 한 발을 내딛고 자신이 감당할 만한 후회를 삼키며 살아간다. 어떤 일을 겪어낸 이들에게서 내가 본 의지와 끈기 같은 것, 그러니까 저력이라 불렀던 것은 숱한 후회를 감수하면서도 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마음이자, 후회를 뒤로 감춘 채 내주는 품이었을 것이다.
뒷자리 -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 p.9, 1부. 여전히 남은 사람들, 희정 지음
처음에는 변하는 게 싫어서 싸웠다. 내 땅이 변하고 마을이 변하는 게 싫어서 싸웠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변해버렸다.
뒷자리 -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 p.30, 1부. 여전히 남은 사람들, 희정 지음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란, 시대에 따라 이름만 바꾸어 등장한다. 그로부터 삶을 지켜내는 건 사는 동안의 과제이다. 바람이 부는 날에도 누군가는 부둣가를 정비하고, 비가 오는 날에도 누군가는 장사 준비를 한다. 미군 폭격장이 설치된 마을에 사람이 살았듯이 어디서든 사람이 산다. 새마저 알을 낳고 살아간다. 모든 생명이 기억하고 살아낸다. 평화란 살아가는 일이다.
뒷자리 -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 p.60, 1부. 여전히 남은 사람들, 희정 지음
긴 답보 상태에서 한 환경운동 활동가가 하는 말을 들었다. 저들은 지금 우리에게 무력감을 학습시키는 거라고. 너희들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는 거라고. 그 무력한 마음이 쌓여 내일 나오는 사람이 한 명 줄고 두명 줄고, 이런 일을 기다리는 거라고.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내일도 나오고, 모레도 나오는 거라고.
뒷자리 -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 p.71, 1부. 여전히 남은 사람들, 희정 지음
농담과 유희가 '문제'로 규정되는 순간이었다. 그간 쉬쉬 하거나 개인 일로 치부된 것이 일터를 벗어나, 여자들이 모여 말하는 자리가 생기자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명명은 국내 처음이자 유일한 '직장 내 성희롱 집단 소송' 사건으로 이어진다. 호텔 직원들이 수년간 일상적으로 당한 성희롱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특급호텔에서 벌어진 성희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보도됐다. 이 말이 덧붙여졌다. '사상 최대 성희롱 집단 소송'.
뒷자리 -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 p.112, 2부. 우리 싸움은 누가 기억하지?, 희정 지음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공론화가 되었을때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리 입을 막아도 말하는 여성들이 있고, 아무리 내보내려 해도 나가지 않는 여성들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어느 직장이건, 임신해도 그만두지 않던 선배를 원망하다가 본인이 임신을 하면 저 선배가 '눈칫밥' 먹으며 버텨준 덕에 자신도 다닐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나둘이 남아 여럿이 되면, 임신부에 관한 매뉴얼이나 사내규칙이 변경 됐다. "그때는 몰랐는데.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한 거였어요. 임신하고도 회사를 계속 다니고 그런 것이, 나중에 보니."
뒷자리 -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 p.118, 2부. 우리 싸움은 누가 기억하지?, 희정 지음
이 사례 역시 마찬가지인 경우인듯. 목소리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니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너무 지지부진하고 오래걸리는 방식으로 변해왔지만 그래도 변해왔다. 희정작가님이 언젠가 들었다는, '무력감을 학습시키는' 일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지부진하게라도 변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읽고 지켜보기라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
세상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보고 싶은 것과 다른 모습은 지우거나 치우거나 언급하지 않는다.
뒷자리 -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 p.127, 2부. 우리 싸움은 누가 기억하지?, 희정 지음
나 역시 그 세상의 일부이다. 지우거나 치우거나 언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그렇게 살아왔다. (물론 지금도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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