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딸아이에게 제 MBTI를 물어봤더니 MDAB라네요.. 매우단순아메바...ㅋㅋㅋ
ㅋㅋㅋ 아메바라뇨..
허시먼 선생님께서는 “저는 언제나 플로베르를 읽거든요.”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음하하하 (<앨버트 허시먼>을 완독한 자의 거만한 자랑질 V, 천페이지 넘는 책을 읽었으니 이렇게라도 생색내야 한다..) 소설을 통한 감정 이해를 말씀하시니, 얼마 전에 읽은 앤드류 포터의 신작 단편집 <사라진 것들>을 읽은 경험이 떠오르는데요. 앤드류 포터는 힘을 뺀 채로 무심히 쓴 것 같은데 (독자에겐 그렇게 느껴짐), 읽고 난 후에 스토리보다 내게 남은 느낌이 더 강한 작품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느낌을 뭐라고 해야 좋을 지 모르겠더라구요. 이 느낌의 정체는 뭐지? 아련함? 서글픔? 그리움? 안타까움? 허망함? 이 모두인 것 같기도 하고, 어느 것도 아닌 다른 감정인 것 같기도 하고.. 일부러 하루에 한두편 이상 읽지 않으면서 서로 다른 단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느낌도 감지해보려고도 했는데, <사라진 것들>을 읽은 후 제게 남은 느낌들을 말/글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결론은.. 앤드류 포터 씨, 다음 작품 빨리 내주시오!!
사라진 것들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한국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앤드루 포터의 두번째 소설집. 작가에게도, 한 사람의 삶에서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사라진 것들』의 가장 주요한 주제는 바로 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오오 허시먼 플로베르에 이어 앤드류 포터까지 독서 희망 목록이 또 증식 중입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오! <사라진 것들> 완전 공감하면서 읽었고 소피아님의 느낌에도 동의가 되어요. 40대 언저리의 삶의 구간에서 각각 다르지만 비슷한 것도 같은 단편 속 화자들이 이전에는 있었지만 지금 삶에서 없어진 사람(옛 애인, 옛 친구, 친구의 애인, 이웃), 사물(단골 레스토랑의 메뉴, 남에게 받은 선물), 시간(담배피는 시간, 와인과 심야의 여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데 ㅡ 물론 이렇게 단순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진짜 제가 제발 읽어보라고 기회 될때마다 영업중 ㅡ 여운이 진했어요. 첫 단편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이래 십수년만에 나온 이 책을 읽으니 작가가 나이 들어가는만큼 작품도 나이들어간다는(좋은 의미에서) 느낌이 드는데, 십년 후 다음 작품집이 나온다면 그것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풍의 남성 화자 단편집이 나오는 걸까.. 하고 기대중이예요. (논점이탈 급 소설 영업 죄송 ㅎㅎ)
“<사라진 것>들을 읽고 느낀 감정을 30자 이내로 요약하시오.” —> 이런 거 해보면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감정 묘사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구성된 감정이론의 예시. 모시모시님이 <사라진 것>들을 읽으셨다니 내적 하이파이브 날리고 갑니다!
앨버트 허시먼 읽고 말겠습니다. 앤드류 포터도... 영업 고단수이십니다. ^^
1만% 동의합니다. 문학 비문학 모두 감정 공부에 도움이 되죠. 비문학은 객관적인 정보 습득(그것도 저자 나름이겠지만서두..) 그리고 다양한 각도로 감정을 들여다보는 법 - 이 부분에서 소설가의 시각을 따라가는 건 엄청 재미있습니다.
처음에 ‘1%만 동의합니다’라고 읽고 ‘아니!?’ 했더랬습니다. ^^;;;
ㅎㅎㅎ 이것또한 prediction 오류군요. 우리가 보통 만을 숫자가 아닌 조사로 보는 경험에 익숙해져서 생긴 오류..
ㅋㅋㅋㅋㅋㅋ 숫자로 쓰야만 인지되는 .. 이것 또한 prediction 오류 맞죠~
거기에 더해 ‘다른 사람은 네 생각에 동의 안 해’라는 제 피해의식도 영향을 미쳤을 거 같습니다. ^^;;;
누굽니까? 동의 안 하는 그 '다른 사람'(팔 걷어부치고 있습니다)
빨... 빨... 빨주노초파남보...!
어쩌면 그런 피해의식도 저와 동의 안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의 경험 때문에 누적된 걸지도..ㅜㅜ (예를 들어: '엄마, T야?' '또 Phoebe (프렌즈의 피비)같은 소리 한다~;;')
수많은 ... 경험의 누적 때문에 생긴 건 맞습니다. ㅠ.ㅠ (이상한 소리 하고 분위기 썰렁하게 만든 유구한 역사가 있습니다. 저도 T입니다. 아주 아주 T...)
ㅋㅋㅋㅋㅋ
3장을 읽고 나니 보편적 감정 이론에 반하는 연구결과에 놀라면서 구성된 감정 이론에 더욱 흥미가 생깁니다. 다만, 힘바족을 상대로 한 소터팀의 연구 방식에 조금 놀랍네요. 의도된 결과가 나올때까지 실험 상대를 학습 시켰다는 건데...과학자가 그래도 되는지....또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을때 학계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4장도 기대됩니다.
참, 3장의 Himba 부족이 문자가 없는 구술문화에 속해서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배운 일차 구술문화에서의 사고와 표현의 특징들에 대해 생각났는데요. 분석적 범주화는 쓰기에 의존하는 반면 구술문화는 그러한 범주화가 결여되어 있어서 모든 지식을 인간 생활세계에 다소라도 밀접하게 관련시키는 방식으로 개념화한다고 합니요. 그래서 문자가 있기 전의 구술문화에 속하는 일리아드 2권에서 선박 일람표로 유명한 대목에서도 보면 그리스 지도잘의 이름과 지역이 열거되는데 추상적인 사람 이름과 지명을 실제적인 특정 행위와 관련되어 열거하는 특징을 볼 수 있어요. 또한 추상적이기보다는 상황의존적인 사고의 특징도 보인다고 합니다. 어쩌면 기쁨 슬픔 분노 같은 추상적인 단어보다 웃다 보다 등의 구체적 행위와 더 밀접한 단어를 택한 것도 그런 구술문화의 사고와 관련 있을 수도 있겠네요. 문자나 말이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다르네요.
그리고 로마 라틴어에 smile이란 말이 없다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는데요. 지금 라틴어와 영어 둘다 나오는 Cicero의 De Officiis를 읽고 있어서 검색해보니 정말 smile이라는 라틴어 단어가 없네요! 어쩐지.. 이걸 읽으면서 이사람 스토아학파인가?싶을 정도로 너무 경박하게 굴지 말라고 충고하고 심각하고 진지해서 이 사람 특징인가 했더니..;; risus란 단어가 있긴 한데 이건 행복한 웃음이라기보다는 남을 비웃을 때 (laugh at) 쓰는 단어라네요;; 영어 번역에서 When fortune smiles라고 써있어서 라틴어 버전을 찾아보니 이것도 실은 In good omen(길조가 보일 때)의 영어식 번역이지 라틴어에는 웃다라는 단어가 없었어요;; 주석에서 나온 다양한 문화에서 다른 감정표현이 나온다는 내용에서 배온 일본어의 '아마에' (한국어로 하면 응석, 어리광으로 번역될 듯)도 서구에는 없는 단어라고 하죠. 우리 말의 한이나 정 같은 느낌을 정확히 전달하는 단어도 없듯이. 이번에 부커국제상 후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번역가가 우리 말 중에서 '아이고'라는 표현이 워낙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내포하고 있어서 가장 번역하기 힘든 단어 중 하나라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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