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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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에게는 일반적인 사고, 즉 플라톤적인 사고를 할 능력이 실질적으로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개’라는 속(屬)적 상징이 형태와 크기가 상이한 서로 다른 개체들을 포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으며, 또한 3시 14분에 측면에서 보았던 개가 3시 15분에 정면에서 보았던 개와 동일한 이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곤 했다.
픽션들 기억의 천재 푸네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픽션들'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5권. 기호학, 해체주의, 후기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주요 현대 사상을 견인한 선구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대표작. 1941년 발표한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과 1944년 발표한 '기교들'에 수록된 열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으로, 일생 동안 단 한 편의 장편 소설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단편 전문 작가 보르헤스의 문학적 정수를 보여 준다.
오오 픽션들의 발췌까지..! 감사합니다~
그쵸. 일반화를 할 수 없었던 푸네스...
가끔 '폭력적인 일반화'라는 말을 들으면 푸네스가 생각납니다. 지성을 가지려면 범주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범주화는 대상의 여러 개성들을 무시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걸 폭력이라며 거부하면 우리는 푸네스처럼 살 수밖에 없다고요. 범주화가 지성의 본질이라는 주장은 "괴델, 에셔, 바흐"를 쓴 더글라스 호프스태터가 에마뉘엘 상데와 함께 집필한 "사고의 본질"에서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고의 본질 - 유추, 지성의 연료와 불길‘유추’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두 학자의 지적 교류. <괴델, 에셔, 바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 파리 제8대학 인지 및 발달 심리학 교수인 에마뉘엘 상데 교수가 만나, 7년여에 걸친 사고 교환 끝에 완성된 책이다.
아, 괴델 에셔 바흐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도 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안그래도 꽤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도 인식에 대한 책들을 읽다보면 호프스태더가 그 책에서 얘기한 것과 연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괴델 에셔 바흐"보다는 읽기 훨씬 수월한데, 대신 "괴델 에셔 바흐"의 현란한 맛도 없습니다. ^^;;;
아하.. 하긴 괴델 에셔 바흐의 현란함과 재미를 따라가기는 힘들죠.
앗 안그래도 주석에서 보르헤스의 푸네스를 언급했어요!^^ https://how-emotions-are-made.com/notes/Funes_the_Memorious
헛, 그렇군요! ^^
우리는 모임리더 YG가 푸네스의 비상한 기억력을 닮았다는 얘길 했는데... 과연..?
@borumis 한때 제가 기억력에 자부심이 있었던 때가 있기는 했어요. 특히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 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유명사부터 떠올리는 일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오. 그렇군요. 리사 펠드먼 좋아지네요. (전자책 주석 연동 안되는거 귀찮아서 주석 잘 안봤는데 찔립니다..ㅎㅎ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전 아기들을 대상으로 통계적인 사고를 실험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네요. 아기들 보면 저 조그만 머리로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데 이런 수많은 걸 배우고 소화하고 있었다니.. 특히 아기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다가 실험자가 자기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말고 다른걸 선택하는 걸 관찰하면서 사람들이 각각 선호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실험이 전 재미있어요. 이걸 야채 등 꺼려하는 음식 먹일 때 써보면 어떨까 했는데 우리 애들 같으면 '엄만 야채 좋아하니 엄만 야채 많이 먹어~'라고 생각하고 끝날 듯. ㅋ 개취존중
@모시모시 @장맥주 @borumis 네, 사실 범주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도 개념-범주-감정을 연결함으로써 감정 사례를 구성할 수 있는 일이 인류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밀어붙이려는 욕심을 가지는 듯하고요. "폭력적인 일반화"라는 장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범주화와 그렇게 범주화한 것들의 위계를 만들려는 욕망이 아닌가 싶어요. 단순한 범주화는 자기가 포착하지 못한 다양성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자기의 얄팍한 범주화의 결과에 위계를 상정하고 강요하려고 하니까요.
그쵸. 실은 species 뿐만 아니라 인종이나 성별 등 우리가 범주화를 통해 정당화하는 폭력이 많죠. 주석에서 나온 건데 중국에선 심지어 무지개 색도 파란색 외에 청색 (cyan과 비슷한 듯?)을 추가로 센다고 하는데 우리가 말하는 남색과 다른가봐요. 문화에 따라 이렇게 시각적 범주가 다르기도 하다니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파란색이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다를 와인빛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쟁이 많이 있죠. 석양의 바다를 묘사한 거라든가, 적조 현상이라든가, 당시 와인은 파란 색이었다든가... 굉장히 논란이 되는 게 파란색이라는 색 자체가 여러 문명에서 아주 나중에 등장하는 개념이라는 학설인데요, 근거는 꽤 있기는 합니다. 한국어만 봐도 소나무 색과 하늘의 색, 바다의 색, 신호등의 초록색에 가까운 청신호 색을 다 ‘푸른 색’이라고 부르는 걸로 봐서 파란색에 대해 유독 둔감한 듯 보이고요. ‘오색찬란’이라는 표현을 보면 무지개색을 7색으로 인식하기 전에는 세상의 모든 색을 5색 정도로 본 거 같고요. 파란색 염료가 여러 색 염료 중 마지막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그런데 이에 대해 반박하는 학설도 상당히 많더라고요. 관련 책 한 권 꽂습니다. ^^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 언어로 보는 문화촘스키의 이론을 뒤집는 기 도이처의 저서. 언어가 문화를 반영하는 어떤 심오한 차원이 존재하는 것일까? 언어가 다르면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을까? 오늘날 학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질문에 대해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저자 기 도이처는 수많은 학자들의 생각을 정면으로 거슬러 위의 질문들에 ‘그렇다’라는 대답을 한다.
오오 와인빛바다.. (상상이..?) 근데 제가 지금 읽는 중인 리차드 도킨스의 “조상 이야기”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색감각을 느끼는 세포의 유전자 중 파랑, 초록, 빨강 중 파랑색이 가장 먼저 진화에서 나타난 건데 파랑색이 이렇게 무시받거나 해석이 저마다 다른 색이라니 신기해요. 심지어 오징어나 물고기에서도 rhodopsin과 UV 다음으로 감지한 색 중 제일 먼저 진화한게 파랑색 세포 유전자인데.. ㅎㅎ
와인빛 바다라는 표현이 『일리아드』에 5번, 『오디세이아』에 12번 나온다고 하네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43102?sid=103 (그런데 호메로스는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는데... ^^)
저 이 이야기에 꽂혀서 몇 개 읽을 거 찾아 두었는데 바빠서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이번 주내로 읽고 와서 이 타래에 다시 참전(?) 하겠습니다. (이 무슨 예고제람..)
오. 벌써부터 기대만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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