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ㅋㅋㅋ dietary acculturation.. 전 간만에 미국 갔을 때 사이즈에도 새삼 놀랐지만 너무 짜서 또 놀랐어요. 우리나라 음식이 젓갈 같은 게 많아서 짤 줄 알았는데 미국 음식이 유럽 음식은 물론이고 한국 음식에 비해서도 더 짜다는 느낌을 받아서 깜짝 놀랐어요. 매운 맛도 인도의 매운맛, 멕시코의 매운 맛과 우리나라의 매운 맛이 또 조금씩 다르다는 걸 보면 각각 문화 속의 오감도 조금씩 다른 것에 친숙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국의 감정 어휘는 독일어 세트로 fernweh (먼 곳을 향한 그리움)와 heimweh (노스탤지어, 향수)입니다. 저 아름다운 어휘들을 영어에서 wanderlust와 homesick으로 뭉개버리는 것을 보고 분노한 적도 ^^;; 7장, 특히 후반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뇌과학자가 한단 말이야? 신기한데?를 연발했습니다.
먼 곳을 향한 그리움이라... 너무 멋지네요. 그 감정 분명히 가끔 느낍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fernweh를 닮은 감정을 자주 이야기 하십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변덕이 심해서 먼 북소리를 따라 먼 곳으로 떠나면 이내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fernweh와 heimweh는 한 쌍이 되어야.. <국경시장>을 쓴 김성중 소설가도 fernweh 비슷한 말씀을 하시던데요.피츠제랄드 풍의 1920년대를 떠올리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그 시대가 그리워진다고.
아, 『먼 북소리』. 그렇네요. 이 책의 시작이 바로 fernweh네요. 책 자체는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데 30대의 하루키가 이런저런 요청에 시달리다가 그리스로 떠나야겠다고 결심하는 앞부분은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한테도 어떤 교훈이 되는 거 같아서요. 그 대목으로 칼럼도 한 편 썼어요. ^^ https://ch.yes24.com/Article/View/45989
그러나 당신에게 '슬픔'의 개념이 없다면 슬픔과 이것에 딸린 모든 문화적 의미, 이에 적합한 행동, 슬픔의 기타 기능 등을 제대로 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4%,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내가 아는 한 보편적인 감정 개념은 없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것이 있더라도, 보편성이 곧 지각하는 사람과 무관한 실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개념은 문화를 통해 당신의 뇌에 배선된 생물학적 실재다. .... 단어는 개념을 표상하고, 개념은 문화의 도구이다. 우리는 이것을 할머니의 할머니가 고향에서 쓰던 촛대처럼 부모로부터 자녀에게로, 한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한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4%,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7장 읽으면서 저의 감정 예측 오류와 관련해서 불현듯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사실은 여러 건…) 오래전에 구석진 유럽 어느 도시를 5일 정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요, 그 나라를 처음 가본 거였고 현지어를 1도 몰랐으며 때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숙소를 도심이 아닌 주택가 한적한 곳에 예약해두어서 하루 일과를 끝내면 시내 버스를 20-30분 정도 타고 숙소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첫째날 현지인에게 시내 버스 타는법과 숙소까지 이동하는 법을 자세히 들은 후 무사히 숙소로 귀환했습니다. 둘째날 저녁에도 숙소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그 날은 타자마자 뭔가 불편한 공기가 감도는 느낌이 들었고, 둘러보니 우락부락한 백인 남자들이 가득했으며, 그들은 소리높여 떠들어대고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분노한 듯한 표정과 서로 간의 샤우팅, 점점 과열되는 버스 안의 공기, 거칠어지는 목소리 등으로 저는 불안, 초조에 휩싸여 온 신경을 곤두세운채로 자리에 있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대형 사고? 테러? 천재지변? 이런 상황을 번갈아 떠올리는 동안 15분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갑자기 버스 기사가 버스를 탁 세우더니 아주아주 큰 소리로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 손짓까지하며 외치더군요. 그러자 갑자기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승객이 우르르 내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제 버스 안에 남은 건 저와 버스 기사 아저씨 뿐. 그 아저씨가 저한테 현지어로 또 뭐라뭐라 외치고… 제발 기본 단어만이라도 소통되길 바라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기사한테 다가가서 영어로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버스기사 아저씨는 영어를 더듬더듬 할 줄 아셨고, 그 시간에 매우매우 중요한 축구경기가 있으며 그래서 버스 노선이 변경되었고 오늘 운행은 여기가 끝이니 너는 여기서 내려서 걸어 가야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무슨 개떡같은 상황인가!! 하지만, 버스 기사 분은 세상 친절하게 저를 데리고 버스에서 내려서 손짓몸짓 총동원해가며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은혜로우신 분..) 어두운 밤길에 혼자 낯선 거리를 헤맬 생각에 주저앉아 울 뻔 했지만, 버스 기사 분이 가리키신 길로 들어서니 갑.자.기. 바다가(!) 나오고 해안가를 따라 테이블이 모두 바다쪽을 향해 놓인 카페들이 줄줄이 있어서 극도로 긴장한 마음이 스르륵 풀렸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가스등을 주르르 켜놓은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마을 사람들이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술과 안주와 대화를 즐기던 그 저녁의 기억은 지금까지 제 머리 속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저장되어 있더라는 해피엔딩~ 하지만 버스에서 15분간 진행되었던 예측 오류로 인해 제 뇌 안의 신체예산부위에 너무 과부화가 걸렸던가 봅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기절 + 다음 날 늦잠.
결말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입니다.
글로만 읽는데도 정말 무섭네요... 진짜 스마트폰 이전에 패키지가 아닌 1인 해외 여행을 어떻게 다녔었는지 지금은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아휴 다행이네요. 저희 남편도 옛날에 유럽에 혼자 배낭여행하다 스킨헤드에게 다짜고짜 영문도 모르고 맞은 적이 있어서..;; 너무 무서웠을 듯..
해외 여행에서 잠깐 인터넷 안되었을때도 무서웠던 1인입니다 ㅠ
어휴... 인터넷이 되도 무서운데...
@모시모시 @borumis @장맥주 @시어러 @빨간리본 스마트폰이 발달한 요즘에도 이런 비슷한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ㅎㅎ (예: 만리방화벽으로 둘러싸인 중국에서 구글맵 연결 불가 등) 사실 7장 읽다가 리사 배럿이 주장하는 문화 간의 감정 예측오류 부분에 나온 예시가 너무 소소해서 (?) 부족하나마 제가 예시를 넣어봤습니다. 리사 배럿의 약한 고리는 문화 관련이겠구나 하면서..
배럿 박사님의 예시보다 훨씬 와 닿는 예시였습니다. ^^
유럽 어느 나라인가요? 혹시 그리스인가요?
헉. 갑자기 왜 물으셨나요?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언어와 집단지향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 이 두 능력이 복잡한 방식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킴으로써 인간 아기의 뇌에서는 배선의 변화를 수반하는 개념 체계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또한 이 두 능력의 결합을 바탕으로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사회적 영향력 행사의 기초가 되는 협동적인 범주화가 가능하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7장, 258쪽,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또한 단어는 집단이 공유하는 개념을 소통할 때 우리가 아는 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중략) 또한 단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단어에 힘입어 우리는 이런저런 관념을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곧바로 넣을 수 있다. (중략) 이처럼 단어는 특별한 형태의 텔레파시를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단어는 다른 사람의 의도, 목표, 신념 등을 알아내려는 심리추론의 계기로 작용한다. "(259~260쪽) 단어가 이런 큰 의미와 기능이 있었다니 .... 별 생각없이 "말하며" 살고 있었는데 7장을 읽다 보니 언어학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이런 내용들이 밝혀지고 쌓이면 AI가 인간처럼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길한 + 낙관적인)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
그렇다면 개념이 먼저인가 아니면 단어가 먼저인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지만, 여기서 이 물음을 해결하려고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단어를 알기도 전에 특정 개념을 형성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7장, 261쪽,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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