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대에는 파란색이 없었다? — 저는 ‘고대에는 파란색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는 주장은 불완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고대 국가에서 파란색 개념이나 단어가 없었고, 가장 늦게 나타난 색상 단어라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머의 그리스 세계보다 훨씬 앞선 시기인 고대 이집트에서도 파란색 계열을 사용했었고, 더 결정적으로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는 청색돌로 성벽을 두르고 그 유명한 이슈타르문까지 만들었거든요 (첨부 사진). 오히려 푸르른 에게해와 하늘이 곁에 있던 그리스인들이 파란색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게 너무 이상하죠.
(2)파란색 관련 단어가 없는 아프리카 부족 — 나미비아 힘바족 (리사 배럿 연구팀이 찾아갔던 그 부족) 연구인 것 같습니다. 파란색 계열 단어가 없고 연두-녹색계열 단어가 많은 힘바족은 첨부한 사진 중 오른쪽 원에서 파란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왼쪽 원에서 차이나는 색상을 더 잘 찾아냈다고 합니다. 대조군인 미국인 그룹은 당연히 오른쪽 원에서 파란색을 더 쉽게 고르고 왼쪽 원에서는 버버벅 (저도 왼쪽 원에서 버버벅)
(3) 단어가 없으면 인식하지 못한다? — 이게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언어학자, 인류학자, 문헌학자, 고전학자, 역사학자, 문화심리학자 등이 참전 중. 말씀하신 사피어-워프 가설 중 언어가 인식을 “결정”한다는 관점 (strong version)은 대체로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논쟁 중인 것은 언어가 인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가” (혹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가, 하는 weak version)이고, 읽어 보진 못했지만 위에 꽂아두신 기 도이처의 책도 이런 주장이라고 짐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