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우 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이 수어인으로서, 혹은 청각장애인으로서 정체성을 주장하는 것은 그런대로 납득이 갑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어 문화’를 대하는 방식을 두고 수많은 논쟁거리가 펼쳐지겠지만요.
신경다양성은 제가 공부를 덜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잘 모르겠어요. 청각장애가 정체성이냐 아니냐를 두고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심한데 자폐가 정체성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분개하는 자폐인 가족들도 많이 계신 듯합니다. 마르쿠제의 이론이 오남용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이렇게 『나쁜 교육』과도 이어지네요).
솔직히 조현병과 신경다양성 논의를 연결하는 지점까지 가면 거부감이 먼저 입니다. 양극성 장애나 난독증도 존중해 줘야 할 정체성인가. 모르겠어요. (문득 여기서 아주 위험한 떡밥을 던지자면 소아성애는 왜 하나의 성향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걸까요? 범죄 가능성만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딥페이크 영상을 즐기는 사람을 처벌할 근거는 뭘까요? 소아성애 성향은 그 자체로 범죄일까요? 혹은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일까요? 다른 사람에게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지켜도 괜찮은 정체성 혹은 취향일까요?)
청각장애인들의 정체성 이야기는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 1권에 나오는데 제가 정말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도 제 인생책인데 저 믿고 읽어보십시오. 1권 읽고 나면 2권도 읽게 되실 겁니다.
자폐인들과 신경다양성 논의는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뒷부분에서 읽었습니다. 이 책도 굉장히 좋아요. 공교롭게 『부모와 다른 아이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모두 벽돌책이네요.
자폐인의 정체성과 ‘자폐를 치료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다룬 SF 소설도 한 권 책장에 꽂아놓습니다.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입니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 1『한낮의 우울』의 작가 앤드루 솔로몬이 기념비적인 새 책으로 돌아왔다. 집필에 10년이 걸린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전미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되었고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혁명적’인 책으로 찬사를 받았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2017년 퓰리처 상 논픽션 부문 파이널리스트. 2016년 월스트리트저널 10대 논픽션. 2016년 워싱턴포스트 주목할 만한 논픽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및 편집자의 선택. 자폐증이라는 수수께끼의 역사, 과학, 그리고 깊은 감동의 휴먼드라마.

어둠의 속도그해 가장 뛰어난 SF소설에 쥐어지는 네뷸러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문의 대표작 《어둠의 속도》가 전면 수정을 거쳐 재출간되었다. 근미래, 마지막 남은 자폐인 루 애런데일 의 ‘정상화 수술’ 과정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장 바로가기